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침에 눈이 내렸다. 지난 겨울에도 볼 수 없었던 눈을 봄의 문턱에서 만난다는 것이 어색하다. 계절이 뒤죽박죽되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되고. 하지만 오늘 아침의 눈은 이 아빠에게 아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추억을 되새기게 해 준다.

6년 전 오늘, 엄마는 너를 낳기 위해 이틀이나 산통을 거듭했고, 그 날 창 밖에는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너는 엄마의 따뜻한 자궁이 그렇게 그리웠는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지. 결국에는 의사가 수술을 했고, 너는 한 쪽 눈만 뜨고 아빠의 얼굴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가지러 집으로 갈 때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그 눈은 아빠에게는 축복이었다. 누가 너를 아빠와 엄마에게 보내주셨는지는 모르지만, 너 같이 귀엽고 예쁜 녀석을 보내주신 그 분께 감사했고, 우리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행복에 사무치니 누가 시샘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네가 아팠던 지난 2년 우리는 힘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지. 어린 네가 겪어야 할 고통에 엄마 아빠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잘 먹고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너는 단식을 해야했고, 친구들이 다니는 유치원에도 제대로 갈 수 없었지. 아빠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힘든 삶에도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이 어려움이 우리에게 뭔가를 얘기해 주고 싶어 한다는.

이제 우리는 터널을 겨우 빠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건강의 소중함을 알았고, 현대 의학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없는지 그 허실을 알았으며, 건강의 책임은 본인과 가족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네가 다시 건강을 찾아 나가니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 수업료가 비쌌지만, 제대로 배웠다는 생각이다.

아빠는 우리 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난 2년간 우리가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생활한 것처럼 그렇게 하면 우리 가족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찾아야 한다. 행복은 소유로부터 오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우리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는 네가 있어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아빠는 네게 너무 많은 빚을 진 것 같다. 아빠도 네가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아빠가 될 수 있도록, 아빠의 삶이 너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께.

여섯 번째 맞는 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딸아!

6 thoughts on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1. 딸아이가 커서 아버지의 이 글을 읽고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날을 그려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애기 생일 축하드립니다. :)

  2. 벌써 만 여섯살이 된 거네..와 빠르다. 한기도 곧 4살이다.

    여기 오면 멋진 생일 선물이 준비되어 있을 거라구 이야기 해 주고..

    한기/윤기/ 현지누나랑 생일 잔치하자.

  3. Pingback: 딸아이의 이빨을 뽑아주며…

  4. Pingback: 어버이날, 사랑하는 딸이 보낸 편지 | soyoy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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