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 오다

너무 멀리 오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향수(鄕愁)]

내일이 추석이다. 고향의 정겨운 풍광들이 그리워지는 때다. 길가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뒷산 언덕배기에 떨어져 있는 밤송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그리고 연하게 푸른 하늘, 안부를 묻는 친척들의 느린 사투리, 할아버지 묘소의 고즈넉한 침묵, 끈질긴 생명력의 잡풀들, 앞 산으로 구불구불 사라지는 마을길. 이렇게 그리운 것들을 떠나 나는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정지용의 향수를 이동원 박인수의 목소리로 들으며, 고향의 품 속으로 되돌아 간다. 부모님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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