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

안철수는 진영(당)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고, 유시민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당도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정치에 있어서 사람보다도 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있어서 당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어떤 인물이나 정당을 지지하기 전에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그 인물이나 정당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신중히 살펴보는 일이다. 그 역사의 궤적이 바로 그 인물이 또는 그 정당이 어떤 좌표를 가지고 나아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516쿠데타의 주역인 박정희의 민주공화당(공화당)이 나온다. 공화당이 창당될 때 이승만의 자유당 잔재 세력을 흡수했기 때문에, 이승만의 자유당과도 무관하지 않다. 박정희의 공화당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으로 흡수되고, 민정당은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의 삼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민자당)으로 탈바꿈한다. 민자당이 신한국당이 되고, 신한국당이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한나라당이 되며, 바로 이 한나라당이 이름을 바꿔 새누리당이 된다.

지금 새누리당의 대표가 박정희 딸인 박근혜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독재자 아버지가 원조인 당을 수십년이 지난 후에 딸이 물려받은 것은 것이다. 친일과 독재와 군사쿠데타의 피가 면면히 흐르는 정당이 바로 새누리당인 것이다.

총선이나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찍는다는 것은 친일과 독재에 부역하는 것이고, 군사쿠데타를 용인하는 것이며, 민간인 사찰과 같은 중대 범죄에 암묵적 공범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히틀러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네오나찌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새누리당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본질은 보수도 아니고, 극우도 아니다. 그 본질은 자기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목적만 달성할 수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회주의인데, 그것들이 도를 지나쳐 이미 범죄의 수준을 넘어섰다.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범죄자들과 한패가 된다는 것이고, 본인이 기회주의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과 한패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을 찍어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대통령으로 만들라. 그들을 처벌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어떤 짓을 해도 유권자 30%의 고정표가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그렇게 후안무치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고름을 놔둔다고 새살이 되지 않는다. 고름은 도려내야 한다. 새누리당은 민주주의의 고름과 같은 존재다. 투표율 70%면 도려낼 수 있다.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은 단지 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고, 서민들의 삶을 짓밟는 것이며, 우리 아들 딸들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12 thoughts on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

  1. 오늘 부재자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자칭 진보 진영들의 친일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해방 이후 한국에 친일도 아니고 친북도 아닌 지식인들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물타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기존 정당 중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1. 물타기 하시는 것 맞습니다. 흔히 이 땅 특권층의 친일을 문제 삼으면, 친북이니 빨갱이니 하면서 딱지붙이기를 하지요.

      새누리당의 원조 박정희가 남로당 군총책이었던 것은 알고 계시나요? 그렇다고 박정희를 빨갱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좌익 경력을 물타기하기 위해 반공을 국시로 세우고 수많은 민주 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탄압하고 죽였습니다.

      박정희는 극악한 기회주의자였지요. 그리고 지금의 이명박도 비열한 기회주의자일 뿐입니다.

      1. 진보는 친북, 보수는 친일이라는 뻔한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http://www.hani.co.kr/arti/pol.....65495.html
        DJ “통일부 놔두면 나라 망하냐”라는 제목으로 2008년 1월에 한겨레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위 기사에 언급된 50년 정통야당은 어느 당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친일, 병역면제 문제는 새누리당과 열린우리당을 같이 비판하는 근거나 열린우리당을 단독으로 비판하는 근거는 될 수 있어도, 새누리당만 단독으로 비판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1. 새누리당의 역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으로 이어진다고 보시면 되구요, 민주세력의 역사는 김구,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친일은 실제 있었던 범죄 행위였구요, 친북 아니 소위 좌빨은 친일세력들이 본인들의 범죄행위를 덮기 위해 개발해낸 마타도어입니다.

          따라서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등이 저지른 범죄의 공범자, 아니 최소한 심정적 부역자가 된다는 뜻이지요.

          1. 미안합니다. 글쓴분을 제가 너무 과대평가 한 것 같군요. 근현대사를 좀 아시는 분이신 줄 알았는데… 더 이상 댓글은 달지 않겠습니다.

  2. 식민지시대에 친일한 소위 좌익은 해방 후, 북으로 갔다가 한국전쟁 뒤 숙청되었고, 또 한 부류는 우익이 되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증류수 님이 무엇을 물어보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보든 보수든 친일문제는 정리하고 가야합니다. 현재의 여야 정당 모두 친일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력에서 출발했지만 새누리당은 거기에 독재와 특권을 더해 기득권을 굳혀온 세력이고 야권은 반독재와 반특권 등으로 과거 친일행위를 탈색시켜왔습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수많은 친일인사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면 현재의 여야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증류수 님은 어디에 투표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한표에 책임을 지시면 됩니다. 비슷해보여도 차이를 구분하는 혜안이 투표할 때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악을 제거하는 게 투표고 그게 민주주의니까요. 살인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구분하면 새누리당이나 야당은 같은 부류죠. 본질 중요합니다. 하지만 투표는 선택입니다. 표는 한표니까요. 증류수 님이 두 표 이상을 여야 모두에 투표하진 않으셨겠죠?

  3. 답답한 마음에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이 포스팅을 보니 울컥하네요.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찍을까요?
    이런 날, 저는 정말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이명박 집권 이후 가장 정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날이네요.

    1. 역사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상부구조(언론, 사법, 행정, 교육 등)의 대다수가 새누리당을 지지하거나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타파하지 않고는 늘 어려운 게임입니다.

  4. 저도 새누리당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너무 논리적 비약이 아닌가 싶네요. 유시민이 저번에 TV토론 나와서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이념문제로 몰고가니까, 새누리당과 선진당을 유신의 후신당이라고 말하는 걸 보았는데, 일면 통쾌하면서도 씁슬하기도 하더군요.

    과도한 정치이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이 박정희의 후신이라지만 새누리당이 박정희처럼 또는 전두환같이 독재정권처럼 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소요유님의 그런 역사의식을 경계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건 비단 소요유님만의 문제는 아닌거 같아요. 우리가 언제까지 새누리당을 군사정권의 후계자로 몰아 세우면서 표를 동정해야 됩니까? 그건 옳지 않아요. 그런 방식으로는 백전 백패입니다. 그나저나 대선이 걱정이군요. 저는 안철수를 지지하지는 않고 판단을 유보하고 있지만, 8개월 남은 대선을 이기려면 안철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총선결과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어쨌든 새누리당을 이겨야 하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문재인과 안철수를 붙여야 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과도 연합정부를 구성해서라도 또다시 연대해서 새누리당의 반대 세력들을 분산시키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박근혜가 친일파 청산하자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참으로 개념없는 짓이고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의 정치이념을 가지고 프레임을 끌고 가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1.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 이념과는 별 상관없는 얘기입니다. 새누리당은 이념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집단입니다. 일종의 극악한 기회주의적인 집단이지요.

      새누리당은 친일과 독재의 후예들이 맞구요, 그것을 가리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려 하고 있지요. 새누리당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뉴라이트계열입니다.

      새누리당을 이기기 위해 전략을 어떻게 세우는가는 또 다른 문제겠지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새누리당의 근원은 박정희, 이승만, 전두환 독재이고, 그 이전은 친일파입니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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