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는 비오는 날을 몹시 좋아한다. 주룩주룩 싱그럽게 내리는 봄비도 좋고, 추적추적 쓸쓸하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가을비도 좋다. 그런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포근하고 아늑해진다. 마치 엄마의 몸 속으로 다시 들어가 양수 속에서 유영을 하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비오는 날 파전이나 김치전을 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하고 담백한 칼국수 한 그릇도 괜찮고. 비오는 날, 고구마를 삶아 놓고 만화책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여름에는 열무김치를 좋아하고, 겨울에는 동치미를 즐겨 먹는다. 내가 더 늙기 전에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열무김치와 동치미를 담는 법이다. 아니면 마눌님께 배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가 맞는 수가 있다.^^

한때는 시를 꽤나 좋아해서 시집을 자주 들춰 보곤 했다. 백석이나, 신경림, 황지우 등의 시들을 많이 봤었다. 류시화를 오해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내공을 알고 나서 류시화의 책은 빠짐없이 본다. 지금도 책을 좋아해 줄기차게 사서 보기는 하는데, 소설이나 시를 예전만큼 보지는 않는다. 주로 건강 서적이나 종교 서적, 그리고 고전들을 보고 있다.

집에 오래된 기타 한 대가 있는데, 고등학교 때 조금 배운 기타 실력으로 반주를 하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긴다. 비오는 날, 기타를 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 듯 노래를 부른다. 마눌님의 품평은 생긴 것에 비해 목소리는 괜찮다고 하는 편이다.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고, 어떤날과 루시드폴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이병우의 기타 연주도 좋아한다.

민중가요가 좋아 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적도 있었고, 복음성가가 좋아 교회에 다닌 적도 있었다. 젊었을 때 노래방에 자주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친구들이 “노래방집 아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예전에는 유행하는 노래들을 거의 모두 섭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나이를 먹었을 뿐더러 요즘 노래들은 듣는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다.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한다. 쉬는 날에는 자주 산에 가려고 한다. 땀흘리며 산을 오르는 것만큼 몸을 정화시키는 것도 없을 듯하다. 제일 좋아하는 산은 계룡산인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태어난 곳이 계룡산 근처이다 보니 계룡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착각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제주의 올레도 좋고, 지리산 둘레길도 좋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숲 속을 걷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혼자 걸어도 좋고, 마눌님과 같이 걸어도 좋다. 편백나무 숲도 좋고, 전나무 숲도 좋고. 숲 속을 걸으면서 나무와 바위와 얘기하는 것도 좋다.

딸아이와 같이 미야자키 할아버지의 만화영화를 자주 보곤 하는데, 토토로는 백 번도 더 본 것 같고, 나우시카도 거의 그 정도 본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은 미래소년 코난. 그 녀석의 발가락이 너무 부러울 정도였으니까. 미야자키의 만화영화는 빠짐없이 즐겨 본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이창동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그의 첫작품인 “초록물고기”를 좋아한다. 그 당시 한석규라는 배우를 참 좋아했다. 한석규를 좋아했던 이유는 혹시 내가 (특히 내 목소리가) 한석규를 닮지 않았나하는 착각 때문이었다. 물론, 마눌님은 아니라고 하셨다. ㅠㅠ 이창동 감독의 최근 영화 “시”도 너무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외국 영화 중에는 “블레이드 러너”나 “매트릭스” 같은 SF영화들을 즐겨본다.

딸아이와 쎄쎄쎄를 자주 하는데, 요즘은 딸기아줌마 가위바위보를 배워서 놀고 있다. “딸기아줌마 딸기아줌마 주먹을 내세요 파송송 계란탁”하면서 상대방의 머리를 툭하고 치는 것이다. 가위를 내세요 하면, “파리모기 에프킬라 칙칙”하면 된다. 예전에는 공기놀이도 자주 했었는데, 딸아이는 우리동네 아빠 중에서 내가 제일 공기를 잘 할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딸아이가 나보다 공기를 더 잘 한다.

“이런 잡문을 쓰다 보니 한도 끝도 없네. 어떡하지, 지금 끝내면 아쉬워서.”

“이월해.” “이월~, 이월~, 이월~”

그래, 오늘은 그만 자고 다음에 짜투리 시간이 나면 또 쓰지 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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