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먹먹한 집시들의 춤, 플라멩코

가슴 먹먹한 집시들의 춤, 플라멩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를 가지 전까지만 해도, 플라멩코(Flamenco)는 그저 스페인의 전통 춤이라 생각했다. 투우사 옆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어여쁜 아가씨가 캐스터네츠를 손에 쥐고 고혹적인 눈길로 관중을 사로잡으며 화려하게 추는 그 춤이 바로 플라멩코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플라멩코는 집시들의 춤이었다. 집시들은 인도와 유럽을 떠돌며 살아가는 유랑민족을 일컫는다. 그들이 스페인 남부까지 내려와 살며, 그 수천 년의 고난과 서러움을 춤으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플라멩코다. 물론 안달루시아에 내려오는 스페인의 전통과 풍속이 같이 어우러진 춤이겠지.

플라멩코를 추는 집시들은 대부분 40~50대의 아주머니들이었다. 그들의 얼굴과 몸매와 옷맵시에는 삶의 고단함이 서려 있었다. 집시 가수가 기타와 카혼의 선율에 맞춰 박수를 치며 노래를 하면, 집시 여인들이 무대에 발을 구르며 장단을 맞추어 나간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한이 서려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판소리와 비슷하기도 한데, 구성진 가락과 박수 소리가 묘하게 어울리면서 리듬을 만들어 나간다. 집시 여인들은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폭풍처럼 빠르게 무대에 발을 구르며 처연한 몸사위를 짓는다. 절정에 다다렀을 때는 그들의 발동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어떤 사람들은 플라멩코가 스페인의 정열을 상징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슬픔과 한이 어린 몸부림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발을 구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집시들의 눈물과 고단함이 춤으로 승화된 것이리라. 플라멩코를 보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알 수 없는 갑갑함이 무대에 긴 여운을 남긴다.

고향이 없다는 것,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만큼 서글픈 것이 있을까. 그 슬픔과 고단함을 가슴에 묻고 오늘도 집시들은 발을 구른다. 올라!

flame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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