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목소리

우리나라 최초의 목소리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세종대 유형욱 교수에 따르면, 좋은 목소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 깊은 목소리
  • 밝은 목소리
  • 따뜻한 목소리

깊은 목소리는 복식호흡에서 나온다. 복식호흡은 횡경막의 상하운동, 즉 횡경막의 수축과 팽창에 의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말한다. 복식호흡을 해야만 힘있고 깊은 소리가 저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 성대를 울릴 수 있다.

밝은 목소리는 얼굴 표정과 관련이 있다. 눈과 입을 열고, 미소 짓는 얼굴을 하면 입이 저절로 올라가며 밝은 소리가 나온다. 얼굴을 찡그리고 웃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밝은 소리를 낼 수 없다. 밝은 목소리는 긍정적인 기를 상대에게 전달한다. 미소 띈 얼굴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밝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따뜻한 목소리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목소리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를 거짓없이 전달한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따뜻한 목소리가 나올 수 없다. 욕망이 가득하거나 공포에 시달리는 마음에서도 따뜻한 목소리는 나올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늘 자족하며 행복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목소리 자체가 위로가 된다.

좋은 목소리는 성우들만 가진 것이 아니다. 누구나 복식호흡을 하고, 항상 미소 띈 얼굴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결국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좋은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겠다.

목소리가 좋지 못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어떤 목소리가 좋은지는 본능적으로 안다. 따라서, 목소리는 삶의 거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유지족(吾唯知足)

석가모니 붓다의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유교경(遺敎經)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不知足者 雖富而貧 知足知人 雖貧而富

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사람은 가난해도 부유하다

행복은 물질이나 경제 상황과 크게 관련이 없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풍요해질수록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 부자일수록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족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음을 아는 것이 행복이다.

갈라파고스에서 맥 미니 사용하기

IT 갈라파고스로 유명한 이 땅에서 윈도우 대신 맥이나 리눅스만으로 일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로 아이폰을 사용하고, 몇 대의 맥북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애플빠지만, 일터에서는 어김없이 윈도우 기계를 사용한다.

IE가 아니면 접속할 수 없는 무수한 사이트와 서비스들이 바뀌지 않는 한, 그리고 아직도 문서 표준처럼 공공연히 사용되는 아래아 한글 문서들 때문에 윈도우를 버리고 싶은데 버릴 수가 없다.

새로 나온 맥 미니를 구입하여 주된 컴퓨터로 사용하고, 기존에 쓰던 윈도우 기계는 보조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윈도우 기계 대신 맥 미니를 주로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저렇게 조그만 녀석이 상당한 성능을 보인다는 것, 소음에서 해방되었다는 것, 그리고 견고하고 유려한 사용자 경험이 바로 이런 것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맥 미니에도 부트캠프나 가상기계 등을 이용하여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지만, 저렇게 작고 예쁜 녀석에게 윈도우 같은 것을 구겨 넣기가 민망하여, 윈도우가 필요할 때는 기존에 쓰던 기계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두 대의 모니터를 맥 미니에서 윈도우 기계로 꼈다 뺐다를 반복하다 보니 그것도 몹시 귀찮은 일이라, 맥에서 원격으로 윈도우 데스크탑을 볼 수 있는 Microsoft Remote Desktop을 사용하여 윈도우를 접속하였다. 두 가지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을 높였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컴퓨터 운영체제 하나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IT 갈라파고스에서는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꽤나 힘든 일이다.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노예로 살지 말자는 것인데, 그것은 굉장히 위험하고도 사치스런 바람이었다.

가을 나비

182년만에 찾아온 윤구월 때문인지 올 가을은 길고도 깊었다. 산자락부터 산꼭대기까지 울긋불긋 물이 들었고, 은하수 별만큼이나 무수한 낙엽으로 산은 아늑했다. 서걱거리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에서 바싹 마른 가을 햇볕 냄새가 났다.

하늘은 높았고, 숲은 고요했다. 갈색 융단처럼 낙엽이 깔렸다. 그 속을 헤치는 발자국 소리와 가끔씩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만이 숲을 가만히 흔들고 있었다. 바람이 선듯선듯 불어왔다. 억새가 바람을 타고 나긋나긋 손짓했다.

갈잎을 헤치고 숲길을 거슬러 오르자 어디선가 나비 몇 마리가 나풀나풀 춤을 추며 나타난다. 가을 나비, 그것도 11월의 나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인적이 없는 갈참나무 숲 속에서 나비가 날아 오른다. 나비는 갈색이기도 하고 옅은 노란색이기도 했는데, 그것들이 철을 모르는지 아니면 원래 11월에 생겨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비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는 길은 수천년 전의 전설 속으로 가을을 데려갔다.

그 나비들을 따라가면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을 노래하는 이백을 만날 것도 같다. 윤구월의 가을은 깊어가고, 하염없는 나비들의 날개짓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는 듯 멈췄고, 세상은 어느덧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2014년의 가을은 나비들과 함께 그렇게 멀어지고 있었다.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신해철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순간을 사는 것이고, 그 짧은 순간에도 사랑하며 사는 것임을 알게 한 당신이 오늘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안다 해도, 당신의 부재는 쓸쓸함과 그리움을 남길 것입니다. 당신이 남긴 음악은 어렵고 또 험한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줄 것이고, 우리는 그 음악을 들으며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은 얘기하겠지요.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당신이 영원히 평안하길 기도합니다. 고마워요.

바람 부는 날

숲 속 참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나뭇잎들을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나무들이 솨아솨아 소리내어 바람을 배웅한다. 참나무 아래로 도토리들이 떨어지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 할매들이 도토리들을 주어 담는다. 오늘 저녁엔 떫떠름한 도토리묵이 밥상에 오를 것이다.

가을은 깊어가고, 숲은 서서히 겨울 맞을 채비를 한다. 바람 부는 날에는 숲 속 참나무에 기대 앉아 시 한 편 읊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바람이 분다
바람에 감전된 나뭇잎들이 온몸을 떨자
나무 가득 쏴아 쏴아아
파도 흐르는 소리가 난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 보자고
바람의 무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 보자고
작고 여린 이파리들이
굵고 튼튼한 나뭇가지를 잡아당긴다
실처럼 가는 나뭇잎 줄기에 끌려
아름드리 나무 거대한 기둥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힌다

<김기택, 바람 부는 날의 시>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Adam Smith)에 따르면,

정부는 빈자들로부터 부자들을, 또는 가지지 않은 자들로부터 가진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Civil government, so far as it is instituted for the security of property, is in reality instituted for the defense of the rich against the poor, or of those who have some property against those who have none at all.

<아담 스미스, 국부론>

2014년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는 아담 스미스가 말한 이 언술에 정확히 부합하고 있다. 가진 자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부족한 세수는 서민들에게서 거둔다. 이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다.

서민들은 부자를 보호하는 정부를 지지하고, 그리하여 그들이 자랑스럽게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완성된다. 이러한 정부를 지지하고 선출하는 서민들을 노예라 부른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사실상 노예제가 내재된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가장 슬픈 코미디는 이들 노예들이 스스로 노예인지도 모르고 정부를 앞장서서 옹호하고 있으며, 그 선봉에 어버이연합과 일베충 등이 있다.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 정부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과 같다고 보면 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여전히 아담 스미스 시대를 살고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길,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합니다.”

<누가복음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