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신해철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순간을 사는 것이고, 그 짧은 순간에도 사랑하며 사는 것임을 알게 한 당신이 오늘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안다 해도, 당신의 부재는 쓸쓸함과 그리움을 남길 것입니다. 당신이 남긴 음악은 어렵고 또 험한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줄 것이고, 우리는 그 음악을 들으며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은 얘기하겠지요.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당신이 영원히 평안하길 기도합니다. 고마워요.

민들레 그리고 국수집

시인 신용목이 쓴 민들레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신용목, 민들레, 2004>

민들레국수집을 벌써 11년이 넘게 운영해온 서영남 대표의 미소는 한없이 온화하다. 그의 느릿하고도 부드러운 말투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흐른다. 아무런 조건이나 이유없이 굶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짓는 그의 손길이 아름답다. 그로 인해 가난하고 비참했던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한 천국이 되었다.

비루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하늘은 가끔씩 천사들을 내려 보내는 듯하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이들은 바로 이런 분들이 아닐까.

서영남

영웅, 김영웅

“왜 우리는 멀리 외국 스타들을 따라서
난생 처음 얼음물을 끼얹는 용기를 내는데,

정작 우리 모두의 문제에 대해서는
답답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아무도 기꺼이 먼저 나서지 않는 걸까?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서 아이스버킷을 뒤집어쓰려고 합니다.”

천행

울돌목은 고요하고도 맹렬하게 울었다. 적들은 사악하고 민첩했다.

조선의 왕은 무능하고 비겁했으며, 백성들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졌다. 두려움은 안개처럼 조용히 그들을 엄습했다. 적들을 막아내야하는 장수들과 병사들도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누가 보더라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만 했지만,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아니 피해서는 안 되는 싸움도 있다. 목숨을 걸고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모든 사람이 불가하다고, 모든 상황이 아니라고 아우성칠 때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열두 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선을 감당해야 하는 그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두려움에 떨떨 떠는 부하들을 독려하여 싸움을 해야 하는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운명이었을까?

울돌목에서의 싸움이 끝나고 그는 이렇게 적었다.

“천행(天幸)이었다.”

이순신이 울돌목(명량)에서 승리한 것보다도 더 천행인 것은 무능하고 비겁한 나라 조선에서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극히 불가사의하고도 천행인 일이었다.

비루한 조선은 이순신을 품지 못했다. 백성들은 왜군을 두려워했고, 왕과 신하들은 왜군보다도 이순신을 더 두려워했다. 천행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아디오스, 김연아

그는 차라리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였다. 따사로운 봄날의 한마리 노랑나비였다. 날개 대신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이 무엇인지를 펼쳐 보였다. 그의 연기는 한치의 모자람이나 넘침이 없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간결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가만이 그의 관심사였고, 그는 그렇게 얼음 위의 아름다운 전설이 되었다. 그의 연기는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그 어떤 점수로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가 얼음 위에서 보낸 시간과 노력이 과연 어떠했을까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제 얼음 위에서 그의 연기는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엇갈린다.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가 남겨 놓은 감동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이제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의 삶도 지금처럼 아름답기를 기도한다. 그로 인해 참 많이 행복했다. 고맙다.

아디오스, 김연아!

p.s.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김연아는 절정이었고, 은퇴를 앞둔 소치에서의 김연아는 절제와 원숙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밴쿠버 올림픽 당시의 김연아가 더 보기 좋다.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넬슨 만델라

오늘 또 하나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영혼이 지구별을 떠났다. 그의 부음을 듣고, 그가 남긴 흔적을 살핀다. 그의 명복을 빈다.

“One of the most difficult things is not to change society – but to change yourself.”

“Man’s goodness is a flame that can be hidden but never extinguished.”

“No one is born hating another person because of the color of his skin, or his background, or his religion. People must learn to hate, and if they can learn to hate, they can be taught to love, for love comes more naturally to the human heart than its oppo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