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김영웅

“왜 우리는 멀리 외국 스타들을 따라서
난생 처음 얼음물을 끼얹는 용기를 내는데,

정작 우리 모두의 문제에 대해서는
답답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아무도 기꺼이 먼저 나서지 않는 걸까?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서 아이스버킷을 뒤집어쓰려고 합니다.”

천행

울돌목은 고요하고도 맹렬하게 울었다. 적들은 사악하고 민첩했다.

조선의 왕은 무능하고 비겁했으며, 백성들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졌다. 두려움은 안개처럼 조용히 그들을 엄습했다. 적들을 막아내야하는 장수들과 병사들도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누가 보더라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만 했지만,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아니 피해서는 안 되는 싸움도 있다. 목숨을 걸고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모든 사람이 불가하다고, 모든 상황이 아니라고 아우성칠 때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열두 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선을 감당해야 하는 그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두려움에 떨떨 떠는 부하들을 독려하여 싸움을 해야 하는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운명이었을까?

울돌목에서의 싸움이 끝나고 그는 이렇게 적었다.

“천행(天幸)이었다.”

이순신이 울돌목(명량)에서 승리한 것보다도 더 천행인 것은 무능하고 비겁한 나라 조선에서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극히 불가사의하고도 천행인 일이었다.

비루한 조선은 이순신을 품지 못했다. 백성들은 왜군을 두려워했고, 왕과 신하들은 왜군보다도 이순신을 더 두려워했다. 천행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아디오스, 김연아

그는 차라리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였다. 따사로운 봄날의 한마리 노랑나비였다. 날개 대신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이 무엇인지를 펼쳐 보였다. 그의 연기는 한치의 모자람이나 넘침이 없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간결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가만이 그의 관심사였고, 그는 그렇게 얼음 위의 아름다운 전설이 되었다. 그의 연기는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그 어떤 점수로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가 얼음 위에서 보낸 시간과 노력이 과연 어떠했을까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제 얼음 위에서 그의 연기는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엇갈린다.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가 남겨 놓은 감동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이제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의 삶도 지금처럼 아름답기를 기도한다. 그로 인해 참 많이 행복했다. 고맙다.

아디오스, 김연아!

p.s.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김연아는 절정이었고, 은퇴를 앞둔 소치에서의 김연아는 절제와 원숙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밴쿠버 올림픽 당시의 김연아가 더 보기 좋다.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넬슨 만델라

오늘 또 하나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영혼이 지구별을 떠났다. 그의 부음을 듣고, 그가 남긴 흔적을 살핀다. 그의 명복을 빈다.

“One of the most difficult things is not to change society – but to change yourself.”

“Man’s goodness is a flame that can be hidden but never extinguished.”

“No one is born hating another person because of the color of his skin, or his background, or his religion. People must learn to hate, and if they can learn to hate, they can be taught to love, for love comes more naturally to the human heart than its opposite.”

안철수가 위험한 이유

지난 해 서울시장 선거 직전부터 갑자기 세간의 주목을 받은 안철수가 드디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동안 그를 알기 위해 언론에 드러나 있는 그의 행적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여전히 그는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그는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회색이다. 그의 대권 도전이 희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뭔지 모를 불안감을 불러온다. 찝찝하다.

정치인이나 공인으로서 보여준 것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력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과 충분히 겨룰만한 지지율을 보인다. 물론 이명박이 보여준 극악함의 반동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대권 후보로서의 첫번째 행보인 현충원 참배에서 그가 가진 역사의식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박근혜, 문재인과 차별화된 전략을 보인다면서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박태준의 묘역을 참배했다. 그러면서 “역사에서 배우겠다”고 했다. 공은 공대로 계승하고 과는 과대로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해 서울시장 선거 직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사의 물결이다, 저도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이라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의 현충원 참배를 보면서 “그는 과연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이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면서 공과를 운운하는 것일까? 정말 박정희의 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박정희는 군부쿠데타의 주역이고, 군부독재를 18년이나 자행한 독재자다. 헌법을 유린하고, 종신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뿐인가. 일제시대에는 일본군장교가 되기 위해 일본왕에게 혈서를 썼던 자고, 해방이 되어서는 남로당의 군총책으로 활동하다 투옥이 되기도 했던 우리 현대사의 으뜸가는 기회주의자다.

도대체 박정희의 삶에서 무엇을 배우겠다고 그를 참배한단 말인가? 히틀러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히틀러의 묘역을 참배해야 하는가?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과오를 알기 위해 과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야 하는가? 박정희 참배는 히틀러 참배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다름없는 행위다.

인혁당 사건으로 하룻밤에 사형당한 고인들과 유가족이 과연 박정희를 용서했는가? 아직도 장준하의 혼이 구천을 맘돌고 있는데, 어디서 박정희의 공을 운운한다 말인가.

참배는 고도의 상징을 내포한 행위다. 더군다나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참배는 더욱 그렇다. 안철수의 박정희 참배는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의 행위는 아니다. 대권 후보 안철수의 첫번째 행보는 낙제점이다.

12월에 대선이 치뤄질 때까지 안철수에 대해 몇 편의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글들이 정말 기우였으면 좋겠다. 착한 안철수가 정말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안철수가 정말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더욱 궁금한 것은 그가 출마선언을 하면서 “정권교체”라는 말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과연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지 않을까? 안철수는 민중의 편일까? 안철수는 정권교체에 힘을 보탤까?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강금원 회장, 안부 전해 주시오

강금원 회장님!

당신은 참으로 멋진 사내입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의리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준 사내입니다. 당신은 영웅을 알아보았고, 그 영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그리하여 그 영웅이 뜻을 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신의 무조건적인 후원과 사랑과 믿음이 없었다라면 그의 정치적 성공도 없었을 겁니다. 당신은 감히 그의 영원한 친구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내입니다.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오늘 당신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가슴 끝이 아렸습니다. 말못할 슬픔이 밀려 왔습니다. 우리들의 영웅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모진 고초를 겪었고, 결국 당신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영웅을 알아본 댓가였습니다. 그 영웅에게 날개를 달아준 댓가였습니다. 세상은 전혀 정의롭지 않은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를 도와준 댓가였습니다. 사악한 권력의 개들은 당신을 가두고, 압박하고, 급기야 죽게 만들었습니다. 이 땅에서 다시는 그런 영웅이 나타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겠지요.

하늘나라에 가서 그를 만나거든 부디 안부 전해 주시오. 우리들은 그저 허허로이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가 당신이 오는 것을 반길지는 알 수가 없네요. 그곳에서도 그는 당신에게  미안하다, 면목없다 얘기할 사람이니까요.

당신과 그를 보면 유유상종이란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하는 일은 달라도 생각이 같고, 삶을 대하는 자세가 같았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저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그와 함께 그동안 못다한 얘기도 나누고, 하늘나라 오솔길에서 산책도 하세요. 그가 이 세상에 대해 물으면 그냥 잊으라고 얘기해 주세요.

당신과 그가 한때 머물렀던 이 세상. 그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당신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