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Travel

Le Grand Bleu

튀니지 Gammarth 바닷가 언덕에 있는 식당 이름은 “Le Grand Bleu” 이었다. 그 이름이 말해 주듯이 그곳에서 한없이 펼쳐진 지중해의 그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 바다 색깔은 인간이 가진 언어로는 쉽게 형용하기 어려웠다.
넋을 잃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웨이터들은 끊임없이 음식을 나르고, 여기저기서 불어와 영어가 섞인 대화들이 오갔지만 나의 시선은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바다 건너에 시칠리아 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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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새우보리밥의 추억

빠리에서 튀니스로 가는 에어 프랑스 비행기 안의 여자 승무원들은 육감적이었다. 그들이 음료수와 식사를 나르기 위해 비행기 복도를 이리저리 지날 때마다 이름 모를 향수 알갱이들이 흩날렸다. 그 향수 알갱이들은 아무렇게나 구겨져서 자고있는 승객들을 깨웠다.
승무원들이 내놓은 음식은 생전 처음 본 듯한 것이었다. 이것이 프랑스식인지, 중국식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국적 불명의 음식이었다. 작은 새우 세 마리와 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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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면서 듣는 노래

비행기들은 큰 굉음을 내면서 사라지거나 나타났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공항을 서성거렸다. 삶은 늘 그런 것이었다. 어디엔가 정착하지 못하고 늘 무엇을 위해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었다. 마침내는 떠남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고, 사람들은 떠나기 위해 떠나버리는 순간을 맞게 되었다.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동안 공항에는 그리그(Edvard Grieg)의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Song)가 은은하고 낮게 울려 퍼졌다. 그 노래를 눈치챈 사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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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 맨발 산행

하늘은 여전히 잔뜩 흐려 있었다. 어제도 세찬 비가 쏟아졌고, 아침까지만 해도 빗줄기는 좀처럼 가늘어지지 않았다. 모처럼 계획했던 산행이 무산될 것 같았지만, 오후들어 비는 점점 잦아들었다.
산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비가 와서인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옅은 안개가 어디선가 밀려 왔다. 6월의 녹음은 점점 짙어졌다. 13Km에 달하는 임도에 어떤 술만드는 회사가 황토를 뿌려 놓았다 한다. 지난 밤의 세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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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부터 도망친 별

밤하늘에 별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오리온 별자리가 또렷하게 내 얼굴로 내려왔다. 대학교 때 강화도로 엠티를 갔었을 때도 그랬었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는데 밤하늘은 셀 수 없는 별들로 출렁거렸다. 옛 사람들이 왜 미리내라고 불렀는지 알 것도 같았다. 별똥별도 여러개 떨어졌고, 나는 여러 가지 소원을 떨어지는 별동별과 함께 마음 속 깊이 간직했다. 밤공기는 바삭바삭했다.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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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의 이강몽환(漓江夢幻)

계림은 늘 연무에 휩싸여 있었다. 엷은 안개 속에 드러난 수만개의 봉우리들은 한폭의 중국 산수화처럼 명도를 달리하며 저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봉우리들은 능선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산맥을 형성하지 않았다. 작은 봉우리들이라도 들판에서 갑자기 불끈 솟아올라 버린 것이다. 그것들은 인간들과 같이 있었지만 인간들과 뒤섞이지 않았다. 인간들은 봉우리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있어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자연과 인간은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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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연으로 가는 버스

우즈베키스탄에서 타 본 버스들은 모두 낡았다. 알 유리창에 금이 갔고, 차문에 고무줄이 매달려 있었다. 그 버스들은 사실 폐차장으로 가야 마땅해 보이는 것들이었다. 침연은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지에 있는 마을이었다. 나는 그 버스를 처음 탈 때부터 이 버스로는 그렇게 높은 곳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버스는 시내에서 고장이 났고, 결국 우리는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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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까지 따라온 낮달

사마르칸트(Samarkand)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아침이 되었어도 지지 않는 낮달이 기차를 줄곧 따라왔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왜 초승달을 표상으로 사용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기차는 끝이 없는 메마른 평원을 지나갔다. 목화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도 있었고, 드문드문 사람이 사는 곳도 있었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방에 지평선이 보였고, 마을에는 미류나무가 몇 그루 서 있었다.
기차 안에서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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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길은 비단이 아니었다

중앙아시아는 세계를 주름잡던 몇몇의 정복자의 의해 지배되었던 적이 있었다. 일찌기 알렉산더 대왕이 지나갔고, 몽골 칭기스칸의 지배를 받았으며, 14세기 아미르 티무르가 번성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의 전쟁이란 것은 말을 타고 뿌연 먼지를 흩날리며 내달리는 것이었으리라. 감히 누가 수십만 명의 군대에 저항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위대한 왕들의 군사들은 달릴 수 있는 데까지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후세 사람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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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공항

자히르는 무릎을 꿇었다. 눈을 감고 기도했고, 메카를 향해 절을 했다. 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이 보였다. 독실한 무슬림인 그는 자기 종교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묵묵히 메카를 향해 기도할 뿐이었다. 그 장소가 어디인지 상관하지 않았다. 오늘은 단지 공항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공항에서 기도한 것 뿐이었다.
평범하면서도 엄숙한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공항을 모스크로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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