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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노무현

노무현의 유산

노무현의 유산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지 7년. 세월은 살과 같이 흐르고, 그를 죽인 이 나라는 점점 쇠락하고 있다. 사람들은 생기를 잃었고, 희망도 잃었다. 모든 것이 노무현 탓이었는데, 그가 없어지니 세상은 빛을 잃었다. 차라리 그에게는 잘된 일일 수도 있다. 그 하이에나 같은 족속들을 어떻게 견디어낼 수 있었을까.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에게 보물을 남겨 놓았다.

1. 문재인

노무현이가 (대통령) 감이 되겠나? 물으면 ‘감이 된다’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아주 믿음직한 친구 문재인이를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 감이 됩니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후보 아니겠습니까?

2. 안희정

안희정 씨는 유능한 사람이었습니다. 연구소 살림살이를 도맡아서 꾸려 갔어요. 가장 돋보였던 것은 사람 관계였습니다. 그때부터 지도자의 자질을 보여 주었습니다. 나의 오늘이 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정치적 동지라고 말할 수 있지요. 대통령을 만들어준 사람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도 여러 번 곤경에 빠졌었는데, 내 대신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다 했지요. 나는 엄청난 빚을 진 것입니다.

3. 유시민

오늘 제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은 가장 어려울 때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여러분이 그랬듯이. 어려울 때 친구가 친구고, 어려울 때 견디는 정치인라야 진짜 정치인입니다.

그나마 그가 남겨 놓은 이 보물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는 거다. 결국 노무현 정신이 시궁창에 빠진 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그 방법 밖에는 없다. 그렇게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말을 잘하는 방법

말을 잘하는 방법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윤태영 씨가 <대통령의 말하기>라는 책을 내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뛰어난 연설가이고, 달변가였으며, 토론의 명수였다. 말 잘하는 사람으로 첫손에 꼽을만한 정치가였으나, 그는 그의 재능 때문에 적지 않은 설화를 겪기도 했다. 물론 그 설화의 대부분은 그를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던 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근거없는 시기와 모략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말하기>의 서문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구절이 있다.

“말은 한 사람이 지닌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결국 말은 지적 능력의 표현이다.”

“말을 잘하는 것과 말재주는 다른 것이다. 국가 지도가의 말은 말재주 수준이 아니고 사상의 표현이고 철학의 표현이다. 가치와 전략, 철학이 담긴 말을 쓸 줄 알아야 지도자가 되는 법이다.”

<윤태영, 대통령의 말하기, pp. 5-7>

노무현의 비서관이자 대변인이었던 윤태영은 이 책에서 청와대 근무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23가지의 방편을 소개한다. 이 방편들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나온 것들이다. 말(특히 연설)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특히 정치인이나 리더)에게 유용한 지침들이다.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정치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말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다가 말하기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윤태영이 정리한 노무현의 말하기 방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 방편보다 더 기초적인 항목들이다.

  1. 말을 잘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경청이다. 경청을 잘하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특별히 말을 잘하지 않아도 경청을 잘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면 상대방은 그 사람이 말을 잘한다고 느낀다.
  2. 말을 할 때 진심을 담아야 한다. 말재주가 좋아 유창하고 세련된 표현으로 말을 하더라도 진심을 담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 말에 영혼이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3. 자기의 말을 해야 한다. 남의 얘기 말고, 자기의 얘기를 해야 한다.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이라면 더욱 좋고, 설령 남이 한 말을 전할 때에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기 말이 아닐 경우, 대부분 그 말들은 공허하거나 깊이가 없다.

노무현은 훌륭한 대통령이었고,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말 한마디에도 고심을 했고, 영혼을 담으려 노력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많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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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

친노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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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지배계급의 입장에서 친노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노무현이 죽어야 하는 이유와 같다. 재벌, 새누리당, 검찰, 언론 등으로 이루어진 지배계급에게 해방 이후 노무현만큼 불편하고 두려운 존재가 없었다. 감히 대학도 안 나온 고졸 출신 변호사 주제에 상식과 원칙이란 이름으로 지배계급의 권력을 위협하다니, 그리고 대통령이 되다니. 이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무현을 능지처참하고 삼족을 멸하리라. 그들은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을 것이다.

노무현은 죽었지만, 여전히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친노와 노빠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정신을 얘기했다. 노무현의 죽음은 운명처럼 문재인을 정치로 이끌었고, 문재인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친노의 중심이 되었다. 이 나라 지배계급 입장에서는 몹시도 불편하고 두려운 일이었다. 만약 문재인이 정권이라도 잡게 되면…, 아 그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야당의 기회주의자들에게도 문재인과 친노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이 권력을 쥐게 되면, 아 궁물은 어쩌란 말이냐. 문재인이 당대표가 되자, 하루가 멀다 하고 친노패권주의, 호남홀대론을 외치며 그를 끌어내리려 했다. 예전 후단협이 노무현에게 했던 것처럼, 예전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함께 노무현을 탄핵했던 것처럼. 그것이 예의치 않자, 그들은 당을 박차고 나갔다. 그 중심에 안철수가 있었다.

조중동과 종편에서 문재인과 친노는 북한의 김정은보다 더 흉악한 족속들로 그려진다. 그들이 얘기하는 종북이 친노고, 그들이 얘기하는 빨갱이가 친노고, 그들이 얘기하는 테러집단이 바로 친노다. 왜? 두려우니까. 지배계급에게 유일하게 위협이 되는 세력이니까.

친노와 노빠가 무서운 이유는 그들이 자발적이라는 점이다. 누가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고, 돈이나 궁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직 노무현 정신으로 이 사회를 바꾸어 보겠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서운 거다. 이것은 돈과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지배계급은 친노세력을 저주한다.

재벌, 새누리,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이 나라 지배권력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친노와 노빠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은 악마이고, 친노는 사라져야 한다. 노무현이 죽은 것처럼 친노도, 노빠도, 문재인도 사라져야 한다. 그들을 없애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정말 정의와 평화와 민주가 젖과 꿀처럼 흐르는 나라가 될 지도 모른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반기문, 아니 안철수라도 데려 와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문재인과 친노에 대한 그들의 저주는 그렇게 계속된다.

democracy

이인제, 불사조는 어떻게 사라지는가

이인제, 불사조는 어떻게 사라지는가

이인제는 충청이 낳은 걸출한 기회주의자다. 지금까지 13번 당적을 옮기면서 6번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2번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13번의 당적 변경은 아마 기네스북 기록일지도 모른다. 그는 가히 김종필의 뒤를 이을만한 위대한 생존능력을 지녔다.

이인제는 숱한 당적 변경에도 총선에 출마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당선이 되어 인터넷 상에서는 불사조 피닉제(피닉스+이인제)로 통한다. 심지어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도 당선되었다. 그런 이인제가 이번 20대 총선에서 더민주 김종민 후보와의 대결에서 져 1천여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한다. 그들의 대결은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전과 같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혈투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인제가 보여준 어마어마한 생존능력을 비하하거나 조롱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 10년은 사실 이인제라는 인물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김대중, 노무현은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서 손꼽히는 위대한 정치가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성공은 이인제로부터 시작되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이인제가 국민신당을 만들어 대선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김대중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알려진 위대한 인물이었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김종필과 DJP 연합까지 했지만, 이인제가 출마하여 신한국당의 지지를 갈라 놓지 않았다면, 15대 대선의 승자는 신한국당의 이회창이었다.

당시 신한국당(지금의 새누리당)이 IMF 외환 위기 아니라 그 할애비를 불러왔다고 해도 김대중은 이회창을 이길 수 없었다. 이인제의 경선 불복, 탈당, 국민신당 창당, 대선 출마의 일련이 과정이 없었다면 김대중은 이회창을 이길 수 없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정치와 언론 환경이 척박했다.

16대 대선도 마찬가지다. 이인제가 새천년민주당에 들어와 유력 대선후보가 되지 않았다면 노무현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 노무현의 대선 출마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바로 이인제였다. 노무현은 이인제와 같은 기회주의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이인제가 정통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다.

노무현은 2007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결정적인 것은 이인제씨 때문이죠. 이인제씨가 2002년 대선 전에 우리 민주당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였죠. 내가 그때부터 ‘이거 큰일 났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때 나는 이회창씨 쪽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내 상대는 이인제씨였어요.

“경선불복 했던 사람이 이번에는 우리 당으로 와서 여기서 또 후보하겠다고 하는데… 그  설명할 수 없는, 이치에 닿지 않는 현상, 그리고 그 현상에 영합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임과 세력을 보면서 이게 뭐냐, 이게 정치냐, 이대로 가도 되냐고 분노했지요.”

“내가 이인제와 끝까지 맞섰던 것은 그 사람의 정책이나 기능이나 역량이나 이런 것이 나보다 훨씬 더 처진다는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원칙을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3당합당 때 YS를 따라간 것이나, 경선불복한 것, 그리고 다시 보따리 싸고 당을 나와서 이전해 온 것, 이런 것들이 정치윤리상으로는 하나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죠.”

<노무현은 왜 대통령에 도전했나, 오마이뉴스>

이처럼 대한민국 민주정부 10년은 이인제의 결정적 역할로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노무현의 대변인 중 한 사람이었던 김종민 후보에게 져서 낙선했다. 이 또한 그의 운명일지 모른다.

불사조 이인제. 그는 그렇게 정치 무대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가 정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아니면 다음 총선에서 70이 넘은 노구를 끌고 또다시 부활할지 알 수 없다. 그는 불사조 피닉제니까.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편안히 남은 생을 즐기시라. 이제 그만 쉴 때도 되지 않았는가?

신사의 품격

신사의 품격

세상의 거의 모든 탐욕과 이해가 충돌하는 정글 같은 정치판에서 품격과 헌신으로 비전과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정치인이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였던 문재인 의원이 보여준 지난 1년간의 모습은 (진중권이 얘기했듯이) 초인적 인내를 바탕으로 한 품격과 헌신 그 자체였다.

문재인은 좋은 사람이고, 멋진 신사다. 그처럼 좋은 사람은 야수의 탐욕에 맞서기 위해 짐승의 비천함을 견뎌야 하는 정치인과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처럼 마음이 선하고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이가 정치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 비루한 나라 (백성들은 잘 모르겠지만) 정치판에 벼락 같은 축복이고, 어찌 보면 불가해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문재인이 정치판에 들어올 일은 없었다. 노무현의 운명이 문재인의 운명이 되고 말았고, 결국 노무현을 죽인 이 땅의 기득권을 가진 빌어먹을 기회주의자들이 문재인을 정치판에 끌어들인 셈이다.

문재인이 당대표로 선출된 후 당내 비주류들은 그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흔들어댔다. 양아치도 이런 양아치가 없을 정도로 그들의 공격은 집요했고 악랄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단 하루도 견뎌낼 수 없는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 문재인은 한 번도 화를 낸 적도 없고 큰소리를 친 적도 없다. 묵묵히 견디면서 당의 혁신을 위해 대표가 해야할 일들을 견고히 해나갔다.

혁신위원회에서 나온 혁신안을 제도화했고, 유능한 인재들을 두루 모아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으며, 10만명이 넘는 자발적 당원을 확보했다. 그는 단 한 차례도 사심을 가지고 일을 한 적이 없다. 정치인이 단 한 차례도 사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부드러웠지만 견고했다. 어눌한 듯하지만 세련되었다. 흔들리는 듯했지만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했다. 늘 정직하고 정도를 행했다. 언제나 당원과 국민만을 생각했다. 정말 성숙한 인격과 품위를 갖춘 정치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있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만큼 당 대표직을 훌륭히 수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난 1년간 문재인을 보면서 안쓰럽고 안타까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묵묵히 맡은 일들을 제대로 해내는 그를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의 정치적 앞날이 밝지는 않지만, 만약에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2002년에 이어 또 하나의 기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의 백성들은 가장 선하고 품격있는 지도자를 맞을지도 모른다.

문재인이 있기에 숨을 쉴 수 있었던 지난 1년이었다. 그의 인품에 감동하고 그의 헌신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 15 남북정상회담 1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름 없는 비석

이름 없는 비석

그날, 제주의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세찬 바람에 눈발까지 날렸다. 까마귀들이 눈발 속에서 울어대며 웃무드내 하늘을 빙빙 돌다가 나뭇가지에 앉았다. 을씨년스러웠다.

어떤 이들은 폭동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사건이라 했으며, 어떤 이들은 항쟁이라 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죄없는 수많은 제주의 양민들이 미군과 정부군의 공격으로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그 희생들은 온전히 안식하지 못했다.

제주 4.3 ……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정권이 교체된 후에야 비로소 제주 4.3의 진상이 하나둘 밝혀졌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하기 전까지 그들은 숨죽여 울지도 못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의 세월 속에서 그들은 처절하게 고립되어 있었다. 오로지 한라산 중산간의 바람과 까마귀 울음만이 그들과 함께 했다. 그 아픔과 절망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그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제주 4.3 평화기념관 전시실 입구에 이름 없는 비석, 백비(白碑)가 놓여 있다. 그 비석 앞 팻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여 있다.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제주는 세상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그 섬에는 너무나 슬프고 아픈 역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아픔과 슬픔이 여전히 온전하게 위로받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전시실을 나오면서 낮고 목메인 소리로 <잠들지 않는 남도>를 읖조리며 그들의 평안을 기도했다.

문재인과 리더십

문재인과 리더십

김대중과 노무현이 사라진 이후 야당은 지리멸렬했다. 거의 모든 선거에서 야당은 새누리당을 이기지 못했다. 정치, 언론 환경을 비롯한 모든 조건이 야당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야당 내부에 있다. 그것은 ‘후단협의 추억’이라 부를만한 기회주의자들의 창궐이다.

하나로 똘똘 뭉쳐 친일과 독재 세력들과 싸워도 이기기 힘든 판에,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당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후단협의 후예들이 암세포처럼 당을 좀먹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기회주의자들의 힘은 무척 세다.

문재인은 현재 이런 야당의 대표다.

문재인은 좋은 사람이다. 정치를 하기에는 너무 착한 사람이다. 노무현이 그렇게 죽임을 당하지만 않았어도 문재인이 정치판에 들어올 일이 없었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얘기한 문재인의 말처럼, 그는 지금 노무현이 남긴 숙제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야당의 홍보위원장 손혜원 씨의 인터뷰 중에 문재인을 평가하는 대목이 나온다.

– 그렇게 훌륭한 면들이 유권자에게 어필하지 못 하는 건 결국 문 대표의 리더십 부재 때문 아닌가.

“그건 아니다. 다만 정치를 하려면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문 대표는 남을 너무 많이 배려한다. 본인이 소신을 갖고 맞다고 생각하면 그걸 제압해서 자기 쪽으로 밀고 가야 하는데 문 대표는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강압적으로 자기 의견으로 모으는 일들을 안 한다. 늘 표결을 해야 결론이 난다. 균형감 있는 얘기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아니라고 반대를 하면 가만히 있는 거다. 샤이(수줍음을 타는 것)해서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러 들어와 .. 재신임 안 되면 나도 떠날 것>

손혜원 씨의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재인은 훌륭한 자질을 가진 좋은 사람인데, 사람이 너무 좋아 리더십이 미숙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이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다.

리더가 해야할 일 중 가장 힘든 일은 바로 갈등을 조정하고, 다루기 힘든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리더십의 대가 존 맥스웰(John Maxwell)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다음 두 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 그들이 변할 능력이 있는가? (능력)
  • 그들이 변할까? (태도)

이 두 가지 질문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그들(부정적이고 비협조적이며 무능한 조직원들)과 함께 갈 수 없다.

당신을 따르지도, 생산적인 직원이 되려 하지 않는 사람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런 사람들은 당신을 더 나은 리더로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그저 조직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직원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누군가를 조직에서 퇴출해야 함에도 인정에 이끌리든 어떤 이유로든 조직에 잔류시키기로 결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의 리더십이 미숙하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중략>

이처럼 어려운 결정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는 그런 결정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런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좋은 리더는 이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단호하게 결단을 내린다. 자신에게 물어보라. “이것이 조직에 최선일까?”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직원을 계속 안고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조직에 최선이 아니라면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존 맥스웰,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 pp. 215-217>

지금 문재인이 해야할 일은 야당 안에서 암세포처럼 당을 좀먹는 기회주의자들을 (정계에서)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 기회주의자들은 새누리당을 제외한 이 나라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족속들이다. 이 족속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야당은 물론 이 나라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