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인 강남스타일

바벨탑은 인간들의 욕망의 정점을 상징하는 신화 속의 건축물이다. 인간이 신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교만은 하늘을 찌를 듯한 탑으로 형상화되었고, 이에 분노한 신은 인간들의 언어를 뒤섞어 탑의 건설을 중단시킨다. 이것이 창세기 11장에 나오는 바벨탑에 관한 신화다.

피테르 브뢰헬의 바벨탑

서울 잠실에 세워지고 있는 제2롯데월드는 자본과 권력의 결탁의 상징이자, 이 나라 지배계층의 탐욕의 정점을 보여주는 건물이다. (국가안보는 안중에도 없이) 성남공항 활주로 변경까지 해가며 건축 승인을 해준 이명박과 (아이들에게 껌을 팔아 돈을 번) 재일교포 재벌 신격호의 만남은 시작부터 이미 비극을 내재하고 있었다.

잠실 석촌호수의 물이 빠지고 주변 도로 곳곳이 침하되자, 사람들은 이것이 제2롯데월드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며 수근거렸다. 최근에는 잠실 공사장 부근에서 커다란 씽크홀(동공)들이 발견되었다. 서울시는 일단 그 동공들이 지하철 공사와 연관이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엄청난 규모의 건축과 지하철 공사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견고하지 않은 지반이 곳곳에서 내려앉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잠실 주민들은 불안하지만 집값이 떨어질까봐 쉬쉬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집값이 중요한들 사람 목숨보다 소중할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이미 삼풍백화점 붕괴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미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증상들은 시작부터 내재된 비극의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강남의 바벨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탐욕의 끝은 파멸이다. 역사는 이러한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명하고 있지만, 인간들은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오늘도 파멸의 수렁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제2롯데월드

세월호 공범 되기

세월호 침몰을 언론에서는 “세월호 참사”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로 죽은 꽃다운 아이들과 무고한 시민들은 집단 살해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배가 침몰할 당시, 구조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선장과 선원과 해경과 정부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사건은 충격적이다.

1차적인 책임은 위급 상황에서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먼저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들이 져야 할 것이고, 그런 사태를 불러온 청해진해운도 1차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난 상황에서 국민들의 안전에 책임져야할 정부와 해경도 역시 1차적 책임자이다.

세월호 침몰의 씨앗은 이미 2008년도에 잉태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돈 몇푼 아끼겠다고 “규제완화”란 미명 하에, 해운법을 변경하여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한 것이다. 이런 “규제 완화”로 인해 청해진해운처럼 부도덕한 기업이 2012년 일본에서 퇴역한 배를 사들여 구조를 변경했고, 단지 돈만 벌기 위해 위험한 항해를 계속했던 것이다.

물론, 그 당시 법을 변경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몰랐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도덕한 정부와 부도덕한 기업 등 이 땅의 지배세력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보다는 자기들의 권력과 돈을 추구하는 족속들이니까.

이명박과 박근혜가 박정희, 전두환과 본질적으로 다르진 않지만, 그들은 박정희, 전두환처럼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다. (물론, 박근혜의 경우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것은 없다.) 결국 국민들의 의해 선출된 권력에 의해 이런 비극이 벌어질 환경이 조성되고, 이런 환경에서 권력의 비호를 받는 부도덕한 기업들이 돈만을 벌기 위해 이런 짓을 서슴없이 벌인다.

이명박, 박근혜를 찍었던 사람들은 이 비극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꽃다운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 그들은 이렇게 변명할지도 모른다. 이명박, 박근혜를 찍을 때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그래, 그때는 몰랐다고 치자. 몰라서 그랬다고 하자. 이제 눈 앞에서 300여명이 수장되는 것을 목격했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을 계속 찍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월호 비극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하는 한, 세월호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는다. 300여명의 희생자들의 넋을 달랠 수도 없다. 아니 앞으로 이런 사건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는 이 땅의 모든 탐욕이 만들어낸 상징적인 비극이다. 먼저 간 아이들에게 일말의 미안함이 있다면, 그들의 넋을 달래길 바란다면,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한다.

세월호의 공범이 될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가해자들이 지배하는 세상

2011년 12월20일, 대구의 한 중학생이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학생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그 학생을 괴롭혀온 가해자들의 만행은 세상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친구에게 욕설과 폭행은 기본이고, 심지어 물고문까지 가했다는 사실에 이르러서 사람들은 경악했다. 괴롭힘을 당했던 학생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가해 학생들은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구속되었다.

2011년 12월 30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운동 시절 받은 고문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3선 의원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1985년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에 그는 이근안으로부터 한달 가량 물고문, 전기고문 등을 당했다. 그 고문의 후유증으로 김근태는 파킨슨병을 얻었고, 결국 6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김근태를 고문한 이근안은 2000년에 체포되어 7년 징역을 살다가 지금은 개신교 목사가 되었다. 군부독재의 원흉, 전두환은 여전히 주머니에 마르지 않은 29만원을 넣고 다니면서 잘먹고 잘살고 있다.

2011년 12월 14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번째 집회가 열렸다. 지난 20년 동안 할머니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하지 않고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의 만행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그동안 많은 할머니들이 가슴에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다. 일본은 여전히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부채를 탕감했다는 입장이고, 오히려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검찰과 언론으로 대변되는 기득권층의 집단 괴롭힘이 그를 저 세상으로 보낸 것이다. 물론, 그 검찰과 언론의 뒤에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있고, 그 뒤에는 재벌이 있었다. 그들은 친일과 군부독재 그리고 기회주의라는 공통된 속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살려둘 수 없었다. 이명박은 여전히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 나라 국회의 과반 이상을 점하고 있다. 친일과 독재 부역 언론인 조중동은 여전히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학생들의 학교 폭력과 집단 괴롭힘이 과연 그들만의 문제일까? 과연 학교 교육만이 잘못되어서 일어난 일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 현상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3대가 망하고, 친일파들은 기득권세력이 되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수천억원의 부정부패를 일삼은 군부독재의 원흉이 버젓이 고개를 들고 전직 대통령 행세를 한다. 민주운동가를 고문한 경찰은 목사가 되어 설교를 하고, 전과 14범 사기꾼에 속아 대통령으로 선출한 후 경제를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아무 죄도 없는 전직 대통령을 검찰과 언론을 동원하여 여론재판을 한 후 끝내 죽이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네가 성공하려면 네 경쟁자들을 밟아 이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학교, 친구한테 맞지 말고, 먼저 때리라고 가르치는 부모, 가해자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친구를 밟아 이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이 정글보다도 못한 무한경쟁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에 목숨을 끊은 중학생은 잊혀질 것이며, 심성 착하고 가해자가 될 수 없는 또다른 학생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재벌과 한나라당, 조중동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특권을 지켜나갈 것이고, 검찰과 경찰은 여태 그랬듯이 특권층의 주구 노릇을 할 것이다. 앞으로 노무현과 같이 정의를 목놓아 부르는 정치인을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나타난다 하더라도 또 죽임을 당할 것이다.

2012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 따위는 별로 없다.

망자를 쉽게 욕보이는 방법 1

망자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 있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생전의 관계가 어떠하든 예의를 차리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어제 입적하자마자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가 이런 식으로 논평을 했다.

법정 스님의 저서 <조화로운 삶>에 대해 이 대통령이 “산중에 생활하며 느끼는 소소한 감성과 깊은 사색을 편안한 언어로 써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한 추천의 사유도 소개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해외 출장이나 순방갈 때, 휴가 떠날 때 법정 스님 수필집을 지니고 갔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과 법정 스님의 철학이 비슷하다”면서 그 비슷한 점을 “소박한 삶과 중도”라고 밝혔다.

[청와대 “이대통령과 법정스님 ´중도´ 철학 비슷”, 데일리안]

내가 알기로 법정 스님은 <조화로운 삶>이란 책을 쓴 적이 없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이 쓴 <조화로운 삶>을 읽은 적은 있지만, 법정 스님의 <조화로운 삶>은 없다. 도대체 이명박이 읽었다는 책은 도무지 무엇이란 말인가. 법정 스님의 저서가 조화로운 삶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나온 적은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은 책은 안읽고 출판사만 읽었단 말인가.

이명박이 즐겨 읽는 책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말을 듣고 기겁을 하며 웃은 적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이명박이 법정 스님의 책을 좋아한 것이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법정 스님의 책은 그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못준 것 같다.

이거야 청와대 대변인의 하찮은 실수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뒤의 청와대 핵심 참모라는 자의 말은 더욱 가관이다. 이명박과 법정 스님의 철학이 비슷하다면서 그것을 “소박한 삶과 중도”라고 말했다. 갑자기 개그맨 안영미의 말이 생각났다. “얘네들 미친 거 아냐~~.”

입적하신 스님을 욕보여도 이렇게 욕을 보일 수 있을까. 스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반대했다고 이런 식으로 욕을 보인다 말인가. 어떻게 이명박의 철학과 법정 스님의 철학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당신들의 상상력이 부럽기만 하다.

법정 스님은 한반도 대운하(지금의 4대강 죽이기) 사업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연을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생명의 근원으로서 하나의 생명체로서 바라봐야 한다. 자연은 인간과 격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크게 보면 우주 자체가 커다란 생명체이며, 자연은 생명체의 본질이다. 우리는 그 자연의 일부분이며, 커다란 우주 생명체의 한 부분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자연을 함부로 망가뜨릴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이다.

<중략>

강은, 살아 있는 강은 굽이굽이마다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이런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깊은 웅덩이를 파서 물을 흐르지 못하도록 채워 놓고 강변에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놓으면 그것은 살아 있는 강이 아니다. 갈수록 빈번해지는 국지성 호우는 토막 난 각 수로의 범람을 일으켜 홍수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대통령 공약사업 홍보물의 그럴듯한 그림으로 지역주민들을 속여 엉뚱한 환상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개발 욕구에 불을 붙여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지극히 부도덕한 처사이다.

일찍이 없었던 이런 무모한 국책사업이 이 땅에서 이루어진다면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면 우리는 이 정권과 함께 우리 국토에 대해서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될 것이다.

[법정 스님, 한반도 대운하 안된다]

법정 스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한반도 대운하, 즉 4대강 죽이기 사업은 이 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끔찍한 재앙이고, 지극히 부도덕한 처사이며,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온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사업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진행하는 자들이 법정 스님과 철학이 비슷하다고? 그것도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은 스님의 법구 앞에서 할 말인가? 그러고도 당신들이 과연 인간의 탈을 썼다고 할 수 있는가?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하는 자들이여, 이제 더 이상 법정 스님의 맑은 정신을 욕보이지 마라.

감히 양심을 말할 수 있는 자

오랜만에 서울에 갔다가 아침 출근길 전철을 탔다. 몇 년만이지 모르겠지만, 전철 안의 풍경은 정말 낯설었다. 전철 소음을 제외한다면 전철 안은 적막했다. 사람들은 빼곡히 들어차 있었지만, 그 누구도 깨어있지 않았다. 태반은 졸고 있었고, 눈을 뜬 사람들조차도 활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들 피곤에 절어 있었고, 얼굴은 잿빛이었다.

전체 국민의 절반이 모여 산다는 서울의 아침은 그렇게 잿빛이었다. 출근 시간이 지난 한낮에도 강남의 거리는 차들이 밀려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으로 공기는 매캐했다. 강남의 어느 비싼 아파트 단지는 출근시간에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봐 쉬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아파트를 뜯어먹고 사는 족속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서울의 경쟁력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려고 했던 이유는 우리나라 국토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려는 뜻도 있었지만, 잿빛으로 죽어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리자는 뜻도 있었다. 물론 서울의 아파트를 뜯어먹고 사는 족속들에게 이런 노무현의 진심이 먹혀들어갈 리가 없었다. 노무현의 행정 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물거품이 되었다. 헌재의 노회한 재판관들은 조선시대 경국대전을 들먹이며 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어처구니 없어 보였지만, 그들도 역시 아파트를 뜯어먹고 사는 족속이었으므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행정수도는 행정복합도시(세종시)로 강등되었지만, 이조차도 서울의 아파트를 뜯어먹고 사람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그 당시 서울시장으로 있었던 이명박은 행정도시 건설을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국회에서 합의한 ‘행정중심 복합도시’안을 24일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말한 데 이어 25일에는 “행정도시 건설은 수도분할로 국가 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고 맹비난했다.

[이명박 “군대 동원해…” 김현미 “쿠데타 수제자…”, 한겨레]

이명박은 2007년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말을 180도 바꾼다. 그에게 있어서 말바꾸기는 손바닥 뒤집기보다도 더 쉬운 일이고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다.

“일부 도민들께서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를 중단할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분도 계십니다. 여권(민주당)에서 이명박이 되면 행복도시는 없어진다고 저를 모략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말씀 드릴 것은 이미 (행정도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저는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킵니다.

[이명박 “세종시 안한다는건 모략,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오마이뉴스]

이명박에게 있어 말이나 약속은 크게 의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2년이 가까워오는 동안 세종시 건설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었던 것이였기에 이를 추진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이제 언론들은 이명박의 양심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양심상 그대로 추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당시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대통령 ‘세종시 원안 전면수정’ 정면돌파 착수, 한겨레]

이제는 양심상 할 수 없단다.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었던 세종시이니 그리 얘기하는 것이 더 정직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양심을 가진 자에게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정권을 교체하지 않고는 행정도시는 건설될 수 없다. 행정도시와 같은 어정쩡한 타협안이 아니라 원래 노무현이 하고자했던 “수도 이전”을 하려면 정권은 교체되어야 한다.

이명박의 말 중에서 몇 안되는 참말을 꼽으라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들 수 있겠다.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

[MB 정세변화 못읽거나, 외면하거나, 한겨레]

그는 표가 나온다면 뭐든지 얘기하고 약속하는 자이다. 그런 자에게 세종시를 원안대로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는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양심을 들먹일 수 있는 자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아파트를 뜯어먹고 사는 족속들이 저렇게 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리 길게 가지는 못할 것이다. 서울에 사람이 더 모여들수록 서울은 더 살기 힘든 지옥이 되어버릴 것이고, 그들의 삶의 질은 사람이 모여들면 들수록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란 한편으로는 영리해 보여도 워낙 탐욕스러워서 끝을 보기 전에는 여간해서 포기하지 못한다.

행정수도 이전과 세종시 건설에 관한 이 지리멸렬한 논란을 통해 탐욕의 끝은 결국 공멸임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그것만이 이명박 정권이 남긴 유일한 교훈이 될 것이다.

덧. 이명박의 어록이 잘 정리되어 있는 곳을 발견. OpenChronicle: 이명박 어록

빅맨(Big Man)이 지배하는 나라

You are the big man.

이 말은 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 회의에서 들은 찬사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Big Man은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정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부패한 독재자를 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물론, 국제 기구 대표나 다른 나라 정상들이 면전에서 “너는 알아주는 독재자야”라고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이것은 오바마가 가르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위키피디아의 Big Man 페이지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Big Man의 예시로 나와 있었다(가 지금은 지워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간다의 이디 아민, 짐바브웨의 무가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등과 어깨를 나라히 하고 있었다(가 지금은 사라졌다).

Lee Myung-bak – President of Republic of Korea. Dictator. He ruined Korean democracy which had been recovered under 2 former Korean presidents, Roh Moo-hyun and Kim Dae-jung (Nobel Laureate)

이명박 – 대한민국 대통령. 독재자. 두 명의 전직 대통령, 노무현, 김대중이 회복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다.

[Big Man from Editing History, Wikipedia]

Big Man을 대표하는 인물로 언급되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지금 지지율이 한창 올라 표정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한겨레가 발표한 지지율 조사에서 Big Man 이명박은 45%의 지지율을 얻었다. 정운찬 총리 임명이나 4대강 사업은 국민의 3분의 2가 반대하는데도 Big Man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절반 가까이 된다.

확실히 그는 Big Man이 맞는 것 같다. 국민들은 그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그에 비해 그를 너무도 인간적으로(?) 지지하니 말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그를 빨아주니 그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용산에서 철거민의 장례를 여지껏 치르지 못해도 그는 건재하다. 너덜너덜 온갖 불법과 편법 의혹을 받는 총리와 장관을 임명해도 그에게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업을 그는 의기양양하게 밀어붙인다. 국정원이나 기무사가 민간인을 사찰해도 별 상관없다. 모든 것이 이해되고 용서된다. 그는 Big Man이니까.

Big Man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흥분하고 자랑하는 대통령, 그리고 그를 절반 가까이 지지한다는 국민들. 오늘도 나는 당신들이 별 일 없이 살길 기도할 뿐이다.

정운찬보다 박재범을 옹호하고 싶은 이유

인기 댄스 그룹 2pm의 박재범이 그룹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몇 년전 인터넷에 올린 한국에 대한 글이 문제가 되었다. 순식간에 여러 주장들이 난무했다. 가수라는 공인이 가져야할 자세부터, 천박한 애국주의, 그리고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그 주장들은 날카로운 논리를 간직한 채 서로를 찌르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어느 주장이 옳고, 어느 주장이 그른지 얘기할 수 없는 그야말로 논란의 도가니였다.

유승준이라는 가수가 있었다. 미국명은 스티브 유. 그는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하다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의 말바꿈과 표리부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도 역시 가수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삶의 궤적이 청문회를 앞두고 드러나기 시작했다. 깔끔한 이미지에 진보연했던 그도 역시 병역면제, 세금탈루, 논문 이중 게재 의혹을 받고 있다. 예상대로 그는 한나라당과 이명박과 훨씬 가까운 족속이었다. 이명박도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국군통수권자가 되었다. 물론 그가 임명하는 장관과 고위급의 태반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위장 전입과 같은 가벼운(?) 범법 행위는 기본이었다. 새로 임명된 검찰총장도 위장 전입을 몇차례 하고도 법을 집행하는 검찰총장이 될 수 있었다.

박재범과 유승준은 가수다. 물론, 그들이 실수를 하긴 했지만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그리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실수(범법 행위가 아니라)는 용납되지 않았다.

법을 어긴 이력이 없이는 현 정부의 고위직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재범이나 유승준이 했던 실수보다도 정운찬이나 이명박의 범법 행위들이 더 심각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박재범과 유승준의 실수로 그들이 가수를 그만두어야 한다면 정운찬이나 이명박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법을 어긴 것인데도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일까?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대부분의 장관급 고위급들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데, 유독 가수들은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까? 세금도 아랫 것들이나 내듯이 병역도 역시 아랫 것들이나 지기 때문이겠지. 이제 우리는 실질적 봉건시대에 산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 계급에 속하지 않는 나나 당신은 군말없이 세금 내고 군대 다녀와야 하는 것이다.

박재범이 미성년 연습생 시절에 올린 몇 마디 글 때문에 이 나라는 너무나 뜨거웠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병역 면제에, 세금 탈루에, 논문 이중 게재를 한 총리를 받아들일 것인가? 박재범과 정운찬, 가수와 총리. 과연 예의 그 날카로운 이중잣대가 여기서도 먹힐 것인가? 나는 담담히 지켜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를 탓하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 여유가 관용을 낳고 그 관용은 결국 자기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관용은 모두에게 동등히 적용되어야 하겠지만, 여전히 나는 정운찬보다는 박재범을 옹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