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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갑하산

우산봉에서 비를 맞다

우산봉에서 비를 맞다

계룡산의 변방에 자리잡은 갑하산우산봉은 현충원을 둘러싸고 있는 전망좋은 산이다. 유성은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나오는 살기 좋은 곳 중 하나인데, 그 중 현충원 자리는 매화낙지형의 명당이라 불린다. 그 명당을 둘러싼 갑하산, 신선봉, 우산봉의 능선은 현충원을 내려다 보기도 좋고, 저 멀리 국립공원 계룡산의 연봉들을 조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히, 신선봉에서 우산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숲과 바위가 어우러지고, 소나무가 많아 걷기 편한 길이다. 솔향기 가득한 숲과 낙엽으로 푹신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속세의 시름을 모두 잊고 자연과 하나됨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산길에서 비를 만났다. 빗방울이 나뭇잎들을 간지르고,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가 구슬피 울었다. 나무들은 비가 오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소리 없이 환호하면서 청정한 숨을 내쉬었다. 비와 함께 향긋한 숲 냄새, 산 냄새, 바위 냄새가 피어 놀랐다. 아카시아 마른 꽃잎이 눈꽃처럼 길 위에 깔렸다. 칡넝쿨은 신이 나서 나무를 감으며 기지개를 켰다. 무릉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우산봉에서는 우산 없이 비를 맞아야 한다. 그 빗속에서 산이 되고, 숲이 되고, 나무가 되어야 한다. 우산봉에서 비를 맞으며 자연의 온전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갑하산

이번 산행은 대전둘레산길 8구간이었다. 산행 거리는 약 10km이고, 시간은 약 4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