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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결혼기념일

결혼 20주년

결혼 20주년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과 결혼한지 오늘로 20년이 되었습니다. 20년 전, 당신은 화사한 봄날에 피어나는 복사꽃 같았지요. 그렇게 예쁘고 재기 발랄했던 당신과 스무 해를 같이 살았네요.

삶이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동안 좋은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좋은 일은 함께 기뻐했고, 힘들고 지칠 때는 당신이 위로가 되어 주었지요.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보잘 것 없는 사내가 당신과 함께 20년을 살면서 괜찮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사랑을 알게 되고 행복을 깨달았으며, 좋은 아빠가 되려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 덕분입니다. 우리의 분신인 딸아이를 얻은 것도, 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이제 열여덟의 예쁜 고등학생이 된 것도 모두 당신 덕입니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은 그냥 인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얘기했듯, 우리는 이전 생에서 이미 여러 차례 부부나 남매의 인연을 반복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생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벼락 같은 행운이었고, 당신과 같이 지낸 모든 순간들이 축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죽는 날까지 아니 그 이후의 생에서도 당신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네요. 모든 게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성숙한 영혼이 되고 싶고 조금 더 괜찮은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결혼 20주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당신이 맨날 말로만 때우냐고 구박할 것 같아 칼릴 지브란이 쓴 결혼에 관한 시 한 편을 보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겁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두 사람은 함께 태어나서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죽음의 흰 날개가 두 사람의 날들을 흩뜨려버릴 때에도 두 사람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래요, 두 사람은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도 함께 할 것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하되 거리를 두십시오.
하늘 바람이 두 사람 사이에서 춤추게 하십시오.
서로 사랑하되 구속하지 마십시오.
사랑이 두 사람 영혼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십시오.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 잔에서만 마시지 마십시오.
서로에게 빵을 나누되 한쪽 빵만을 먹지 마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되 각각 혼자이게 하십시오.
마치 거문고의 줄들이 같은 노래로 함께 울릴지라도 각각 혼자이듯이.
서로 마음을 주십시오. 그러나 그 마음을 묶어 놓지는 마십시오.
저 위대한 생명의 손길만이 그 마음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함께 서십시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마십시오.
성전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습니다.

<칼릴 지브란, 결혼에 대하여>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너의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그 장미와 함께 한 시간때문이라고. 여우가 한 말은 맞는 말이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어린왕자와 그 장미가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같이 보내도록 운명지워졌다는 것.

나는 남녀의 사랑과 결혼에 관해서는 운명론자다. 그 무수한 가능성과 확률을 뚫고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평생을 같이한다는 것은 “운명” 말고 다른 것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한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미리 결정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내와 결혼을 한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무슨 기념일을 챙기는 편이 아니지만, 10년이라는 세월 앞에서는 감개무량함을 감출 수 없다. 돌아보면, 살과 같이 흐른 지난 세월이 마치 꿈만 같다. 우리는 그 세월을 별 탈없이 살아왔다. 딸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우리들은 어느덧 학부형이 되었다. 재기발랄하고 풋풋했던 20대는 아니지만, 이제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중년은 소중하다.

아내가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결혼 초였던가. 공원 벤치에 앉아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단팥빵을 나누어 먹었던 일. 그러면서 우리는 늙어서도 이런 부부가 되자고 얘기했었던 일. 우리는 노인이 되어서도 그런 부부가 될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내는 나에게 까불까불 할 것이고, 할아버지가 된 나는 아내의 그런 쾌활함을 즐길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팥빵을 나누어 먹을 것이다.

아내와 나의 사랑이 10년이라는 나이테를 둘러 꽤나 틈실해졌다. 이제 예전처럼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하더라도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그런 성숙함과 중후함이 보인다. 그렇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고, 시간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았다.

(아내가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나는 운이 좋은 놈이다. 아내처럼 예쁘고 현명한 여자와 평생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내를 닮은 예쁘고 똘똘한 딸을 얻었으니 말이다. 행복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잘 살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집착하지 않고 되도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렇게 살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지 우리는 지난 10년을 함께 배워왔다.

결혼 10주년에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아내가 늘 듣고 싶어하던 노래. 아내는 윤도현보다도 내가 더 이 노래를 잘 한다고 얘기했었지. 사실일 것이다. 내겐 너무 소중한 아내, 내겐 너무 행복한 당신. 앞으로의 10년은 더 행복한 시간이 될거야. 그렇지?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나의 하루를 가만히 닫아주는 너
은은한 달빛 따라 너의 모습 사라지고
홀로 남은 골목길엔 수줍은 내 마음만

나의 아픔을 가만히 안아주는 너
눈물 흘린 시간 뒤엔 언제나 네가 있어
상처받은 내 영혼에 따뜻한 네 손길만

처음엔 그냥 친군 줄만 알았어
아무 색깔 없이 언제나 영원하길
또 다시 사랑이라 부르진 않아
아무 아픔 없이 너만은 행복하길
워우워우 예~~~

널 만나면 말 없이 있어도
또 하나의 나처럼 편안했던 거야

널 만나면 순수한 네 모습에
철없는 아이처럼 잊었던 거야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내겐 너무 행복한 너

<윤도현 밴드, 사랑 Two>

결혼기념일에 아내가 보내준 선물

결혼기념일에 아내가 보내준 선물

아내는 내가 준비한 보잘 것 없는 선물에 기뻐했고 행복해 했다. 그리고 나에게 가슴 시린 사랑이 담긴 선물을 보내왔다. 우리는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사랑하므로 행복하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정말 귀엽고 예쁜 딸이 있지 않은가. 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가 행복한 만큼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결혼 전에 우리는 몇몇 공연에 갔었는데, 주로 꽃다지라든지, 노찾사라든지, 안치환이라든지, 김광석이라든지 이런 그룹들을 쫓아다니고 그들의 노래를 따라부르곤 했었다. 아내가 보내준 선물도 바로 안치환의 노래 “사랑하게 되면” 이다. 아내의 마음이 고맙다. 나를 잠못들게 하는 사람아!

나 그대가 보고파서 오늘도 이렇게 잠못드는데
창가에 머무는 부드런 바람소리 그대가 보내준 노랠까
보고파서 보고파서 저 하늘 넘어 그댈 부르면
내 작은 어깨에 하얀 날개를 달고 그대 곁으로 날아오르네

훨훨 훨훨 날아가자 내 사랑이 숨쉬는 곳으로
훨~훨 훨훨 이 밤을 날아서 그댈 품에 안고 편히 쉬고파

나를 잠못들게 하는 사람아

보고파서 보고파서 저 하늘 넘어 그댈 부르면
내 작은 어깨에 하얀 날개를 달고 그대 곁으로 날아오르네

훨훨 훨훨 날아가자 내 사랑이 숨쉬는 곳으로
훨~훨 훨훨 이 밤을 날아서 그댈 품에 안고 편히 쉬고파

훨훨 훨훨 날아가자 내 사랑이 숨쉬는 곳으로
훨~훨 훨훨 이 밤을 날아서 그댈 품에 안고 편히 쉬고파

나를 잠못들게 하는 사람아

<안치환, 사랑하게 되면>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영화 씨네마천국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선물을 남기고, 토토는 그 선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알프레도가 토토를 위해 이어붙인 입맞춤 장면들. 가슴뭉클한 대목이다. 알프레도의 방해로 첫사랑과 헤어져야 했던 토토. 알프레도의 바람대로 토토는 유명한 감독이 되지만, 그 길이 과연 토토를 행복하게 해 주었는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알프레도가 토토를 자기 목숨보다도 더 사랑했다는 것. 그 진심을 알게 된 토토도 알프레도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은 아내와 결혼한 지 꼭 아홉해 되는 날이다. 세월은 살과 같이 흘렀고, 아내와 나 사이에는 토끼 같은 딸이 생겼다. 행복했던 순간들과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아내와 함께 보낸 9년의 세월은 내게 너무 소중하다.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고 행운이었다.

결혼할 때 반지조차도 마다했던 아내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보낸 그 입맞춤 장면들처럼. 결혼할 때 친구들과 지인들이 홈페이지에 남긴 축하메세지들을 다시 정리했다. 9년 전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생이 다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랑하면서 살자꾸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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