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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무원

나향욱을 위한 변명

나향욱을 위한 변명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99%의 민중은 개, 돼지”라는 영화 <내부자>의 대사를 인용하여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경향신문 기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본인의 평소 소신을 용기있게 드러낸 모양이다. 그것이 보도되자 그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발언에 분노하여 그를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아우성이지만, 사실 나향욱은 그 업계(그가 말하는 1% 지배계급) 사람치고는 무척 순진하고 용기있는 사람이다. 그에 의해 개, 돼지 취급을 받은 99%의 민중들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그가 파면되거나 중징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나라 1% 지배계급에 드는 인간들은 나머지 국민들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상식이다. 이 나라 지배계급은 친일파와 독재의 후예들이라 볼 수 있는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교육, 행정, 사법, 군부 할 것 없이 이 나라 지배에 필요한 거의 모든 권력 기구를 움켜쥐고 있다. 그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민중을 개, 돼지 또는 노예로 취급한다.

나향욱은 순진하게도 또는 용감하게도 기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그런 지배계급의 상식을 드러낸 것뿐이다. 나향욱 같은 고위 교육 관료가 해야 하는 일은 교육을 통해 국민들을 세뇌시키는 것이고, 노예로 길들이는 것이다. 그는 교육 정책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하고 신분제를 공고히 해왔다.

나향욱 같은 인간에게 개, 돼지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노예가 노예인지도 모르고 사는 것이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사회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민주국가의 같은 시민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나라는 이미 봉건국가를 지나 내재적 노예국가로 퇴행했다.

노예가 노예인줄 알아야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뭐라도 할 것 아닌가? 노예 주제에 주인인 줄 안다면, 1% 지배계급이 만들어 놓은 이 시스템은 별일 없이 잘 굴러갈 것이다. 지배계급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개, 돼지 민중이 깨어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나향욱은 민중들을 일깨우는데 큰 힘을 보탰다.

나향욱의 건투를 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잔인한 이유

오세훈 서울시장이 잔인한 이유

서울시에 의해 불성실, 무능 공무원으로 찍힌 “현장시정추진단” 78명의 첫날 활동이 한겨레에 의해 보도되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첫날 임무는 한강변에서 잡초를 뽑는 것. 서울시의 3% 무능력 공무원 퇴출이라는 이번 조치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장 오세훈이 얼마나 무능력하고 잔인한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차라리 자를 거면 깨끗하게 잘라내는 편이 오히려 나을 거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을 도대체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 생각인가. 한강변에서 꼭 잡초 뽑는 일을 시키면서 신문에 이런 사진이 올라가길 바랬단 말인가. 사람만 패지 않았다 뿐이지 이것은 전두환의 삼청교육대식 발상이다. 조폭을 뿌리 뽑는다는 구실로 죄없는 사람들을 삼청교육대로 끌고 간 그 전두환 말이다.

경영학에 Peter Principle 이란 것이 있다. “A man rises until he reaches his level of incompetence.” 조직에서 사람은 그의 무능이 드러날 때까지 위로 승진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신입사원들 중 무능력한 사람이 10% 밖에 되지 않고 그 조직의 인사시스템이 나름대로 잘 되어있어 능력있는 사람을 세 배 정도 많이 승진시킨다 하더라도 거의 최고 경영진에 이르러서는 능력있는 사람과 무능력한 사람이 거의 반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번 현장시정추진단에 속한 대부분의 공무원은 하위직이라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무능한 사람들이 많을 것인데 시울시는 하위직 공무원만을 솎아내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 솎는 기준이라는 것도 애매하고 일률적인 비율로 부서장에게 무능력한 공무원을 지목하라는 것도 폭력적이다. 오죽했으면 어떤 부서장은 제비뽑기를 하다가 직위해제 됐을까.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타파하는데 과연 이 방법밖에 없었을까.

이런 일을 추진하려면 공정한 평가 수단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조직원들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하며, 시간을 갖고 그 평가 기준에 맞게 평가를 한 후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정 비율의 사람을 잘라낸다 하더라도 그 규칙이 조직원들에게 암묵적으로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Adobe 같은 회사는 매년 10%의 인력을 잘라낸다. 하지만 입사할 때부터 이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발은 없다.

현장시정추진단이 하는 일도 참 웃기다. 한강변에서 잡초를 뽑게 한다? 한강변에 잡초아닌 것이 어디 있나? 전혀 생산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은 일을 무능한 공무원으로 찍힌 사람들에게 서울시는 강요하고 있다. 정말 서울시의 상상력은 이것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자기들이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일처리는 이런 일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장 오세훈은 정수기 광고 건으로 시장 출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선관위와 언론의 봐주기로 어물어물 넘어가기는 했지만 분명 선거법상 지난 번 선거에 나올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마 강금실이 서울시장이 되었다면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끔하게 생긴 오세훈에게서 전두환의 냄새를 맡는 건 정말 고역이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지 마라. 그 업은 고스란히 당신들에게 되돌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