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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노무현재단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이라도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이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615선언 9주년 기념 연설 중, 가장 뼈 아프게 다가왔던 부분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관련된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만일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고초를 겪을 때 500만명 문상객 중 10분지 1인 50만명이라도, 그럴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럴 순 없다, 매일 같이 혐의 흘리면서 정신적 타격을 주고, 스트레스 주고, 그럴 수는 없다, 50만명만 그렇게 나섰어도 노 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억울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가슴 아프겠습니까.

[“이대로 가면 MB도 국민도 불행해질 것 행동하는 양심 돼야… 방관하는 자, 악의 편”, 오마이뉴스]

그가 옳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고 조문한 사람이 500백만명이나 되었는데, 그 중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이라도 나섰더라면 우리는 그를 지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탄핵 때 우리가 노무현을 지켰던 것처럼 그렇게 나섰더라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뼈에 사무친다. 우리는 그의 무고함을 알고 있었는데, 그가 그렇게 스러져가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간악한 언론과 검찰이 잔인하게 그를 짓누를 때에도 우리는 방관자였다. 결국 그는 우리 곁을 쓸쓸히 떠났다. 우리는 그와 함께 할 자격이 없었다. 그와 같은 위대한 인물은 이 척박한 반도땅을 오래 견딜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이 운명이었을까?

그가 떠나고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슬픔이 가슴 깊이 침잠했다. 까닭 모를 눈물이 때를 가리지 않고 흘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노무현의 뜻을 잇고자 하는 모임들이 속속 등장했다. 국민참여정당과 시민주권모임이 출범했고, 노무현재단이 설립되었다. 너무나 크고 위대한 소를 잃었기에 이 볼품없고 척박하고 탐욕스럽기까지한 외양간을 버려두고 싶기도 하지만, 그건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리라. 하여 나는 국민참여정당과 시민주권모임에 가입했고, 노무현재단의 후원인이 되었다.

노무현의 죽음을 슬퍼한 500만명의 사람들 중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인 5만명만 나서준다면 우리는 노무현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노무현은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여기에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직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제2, 제3의 노무현을 만들어낼 수 없고, 설령 그런 인물들이 나타난다 해도 그들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정신을 살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행동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