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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명복

패륜

패륜

살면서 수십 차례 조문을 했지만, 장례식장에 위패와 영정이 없는 곳은 없었다. 누가 돌아가셨는지 알아야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춰 명복도 빌고, 유가족도 위로할 것 아닌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패륜이라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누가 희생당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추모와 애도를 할 수 있을까. 진짜 패륜은 축제를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죽도록 내버려 두고, 추모도 할 수 없게 희생자들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은 누가 죽었는지도 알 수 없는 분향소에 매일 출근을 했다. 이건 조문이 아니고 그냥 쑈다. 그냥 쑈도 아니고 아주 패륜적인 쑈다. 윤석열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두 번 죽였다.

김복동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어느 가을, 이름 없는 숲 속에서 한 마리 나비를 만나거든 당신이 오신 줄 알겠습니다. 죽거들랑 나비처럼 날고 싶다던 당신이 그렇게 오신 줄 알겠습니다.

구십 평생 모진 세월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리오. 고통도 미움도 원한도 모두 훌훌 던져버리고 오직 사랑과 평화가 흐르는 그곳으로 훨훨 날아 가십시오.

할머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편히 쉬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노회찬, 그의 명복을 빌며

노회찬, 그의 명복을 빌며

몹시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햇볕이 정수리에 내리꽂히고, 바람 한 점 없다. 사방에서 열기가 올라와 숨이 막힌다. 이렇게 더운 날, 걸출한 진보정치인 노회찬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충격과 슬픔이 뒷통수를 쳤다.

4천만원을 친구에게 받아 적법한 후원금 처리를 하지 않은 실수. 분명 실수이거나 또는 방심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 실수 내지는 방심을 죽음으로 갚았다. 허망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인정하면 어땠을까? 물론 하이에나 같은 쓰레기 언론들이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정치를 그만 두고 초야에 묻혀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특검 소환을 앞두고 죽음을 결심하며 외로웠을 그의 마음을 짐작해 보면서도, 꼭 죽음으로 명예를 지키고 진보 진영을 지켜야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그의 부음 앞에선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

하지 말아야할 특검으로 아까운 사람만 먼저 보내고 말았다. 삶이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연속일 수 있다는 사실에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빈다. 당신의 정치적 주장에 늘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있음으로해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다. 부디 저 세상에서는 조금은 더 자신에게 관대하길 바란다. 당신은 그래도 괜찮다.

고맙습니다.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그대가 적을 사랑한다면

그대가 적을 사랑한다면

만약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다른 사람들도 사랑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우리 자신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잘못되게 생각할 수 없고, 잘못되게 말할 수 없으며, 잘못되게 행동할 수 없다. 만약 그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안다면, 그때 그대는 어디에도 미움을 가져오지 않는다. 마음은 모든 선과 악의 선두 주자이다. 마음은 정화되면 좋은 카르마를 창조한다. 마음이 오염되지 않으면 그대의 행위는 순수할 것이고 세상도 순수할 것이다.

자애는 사랑과 친절을 가져오고 그대를 건강하게 만든다. 만약 그대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면 그것은 그대 자신에게 좋은 일이다. 이 세상에서 증오는 결코 증오를 통해 중단되지 않는다.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그것은 중단된다. 이것은 영원한 법칙이다. 미국의 사랑이 없고 인도의 사랑이 없다. 사랑에는 차이가 없다. 마음은 놀라운 힘이다. 그대의 온 존재에 사랑의 생각이 구석구석 스며들게 해 보라. 그대의 순수한 가슴으로부터 그것이 나오게 하라. 그대가 적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적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유일한 길이다.

<미르카 크네스터,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 p. 303>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무닌드라의 법문을 읽는다.

어른들을 믿지 마라

어른들을 믿지 마라

아이들아.

너희들도 눈치챘겠지만, 되도록이면 이 땅의 어른들을 믿지 마라. 특히, 출세하고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자들을 믿지 마라. 그들 중 열에 아홉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족속들이다.

정치인을 믿지 말고, 재벌들을 믿지 말고, 언론과 기자들을 믿지 말고, 고위 관료들을 믿지 말고, 판검사들을 믿지 마라. 그들 대부분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며, 거짓말을 잘하고, 탐욕스럽고, 염치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너희들의 생명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다. 너희들의 삶과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침몰로 300명이 넘는 학생과 승객들이 물에 빠졌는데도 선장이란 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일 먼저 구조선에 올랐다. 정부와 해경도 너희들을 구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모두들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누굴 탓하겠느냐. 단 한 번도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이 빌어먹을 땅에,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린 이 비루한 땅에 태어난 것을 탓할 수 밖에. 비록 너희들이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 땅의 그 모든 무책임과 탐욕과 거짓의 찌꺼기들을 가장 약한 고리인 너희들이 짊어지게 되었다.

너희들의 죽음 앞에 많은 어른들이 짐짓 미안해하고 슬퍼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을 믿지 마라.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그들은 또다시 숨쉬기조차 힘든 죽음의 길로 너희들을 몰아넣을 것이다. 무한경쟁의 정글로 너희들을 인도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한 일이야”하며 썩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너희들의 삶이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돈, 명예, 권력만을 쫓는 부나비들이다. 그들이 너희들을 달콤한 말로 유혹할 때, 저 남해바다 속에서 스러져간 250여명의 너희 친구들을 기억해라.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들을 차디찬 바다 속에 남겨놓은 채, 혼자만 살겠다고 구조선을 맨먼저 탄 늙은 선장의 면상을 기억해라.

2014년 4월 16일, 너희들은 이 땅의 어른이라고 불리는 족속들의 민낯을 보았다. 그것이 그들의 본질이다. 잊지 마라. 그들은 또다시 너희들의 영혼에 상처를 줄 것이고, 협박과 공포로 너희들을 휘어잡으려 할 것이다. 잊지 마라. 그들은 탐욕의 좀비들이다.

아이들아.

너희들도 눈치챘겠지만,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너희들도 그들을 닮아갈 것이다. 이기심이 너희들을 쓰나미처럼 덮쳐올 때, 기억하라. 2014년 4월 16일을. 그리고 이 땅의 어른이라 불리는 족속들에게 조롱과 연민의 미소를 날려라.

세월호 참사로 먼저 간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이 여기보다는 더 따뜻하고 더 행복하고, 사랑과 정의가 젖과 꿀처럼 흐르는 곳이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넬슨 만델라

오늘 또 하나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영혼이 지구별을 떠났다. 그의 부음을 듣고, 그가 남긴 흔적을 살핀다. 그의 명복을 빈다.

“One of the most difficult things is not to change society – but to change yourself.”

“Man’s goodness is a flame that can be hidden but never extinguished.”

“No one is born hating another person because of the color of his skin, or his background, or his religion. People must learn to hate, and if they can learn to hate, they can be taught to love, for love comes more naturally to the human heart than its opposite.”

강금원 회장, 안부 전해 주시오

강금원 회장, 안부 전해 주시오

강금원 회장님!

당신은 참으로 멋진 사내입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의리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준 사내입니다. 당신은 영웅을 알아보았고, 그 영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그리하여 그 영웅이 뜻을 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신의 무조건적인 후원과 사랑과 믿음이 없었더라면 그의 정치적 성공도 없었을 겁니다. 당신은 감히 그의 영원한 친구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내입니다.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오늘 당신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가슴 끝이 아렸습니다. 말 못 할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우리들의 영웅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모진 고초를 겪었고, 결국 당신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영웅을 알아본 대가였습니다. 그 영웅에게 날개를 달아준 대가였습니다. 세상은 전혀 정의롭지 않은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를 도와준 대가였습니다. 사악한 권력의 개들은 당신을 가두고, 압박하고, 급기야 죽게 만들었습니다. 이 땅에서 다시는 그런 영웅이 나타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겠지요.

하늘나라에 가서 그를 만나거든 부디 안부 전해 주시오. 우리들은 그저 허허로이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가 당신이 오는 것을 반길지는 알 수가 없네요. 그곳에서도 그는 당신에게  미안하다, 면목없다 얘기할 사람이니까요.

당신과 그를 보면 유유상종이란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하는 일은 달라도 생각이 같고, 삶을 대하는 자세가 같았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저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그와 함께 그동안 못다 한 얘기도 나누고, 하늘나라 오솔길에서 산책도 하세요. 그가 이 세상에 대해 물으면 그냥 잊으라고 얘기해 주세요.

당신과 그가 한때 머물렀던 이 세상. 그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당신의 명복을 빕니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스티브 잡스 (Steve Jobs)

Steve Jobs
Steve Jobs (1955-2011)
세상을 바꾸려던 천재들은 늘 그렇게 일찍 세상을 등졌다. 오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고, 나는 그가 만든 아이폰으로 그의 부음을 들었다.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