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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문수 스님

이런 것은 “저주”라 부를 만하다

이런 것은 “저주”라 부를 만하다

만약 화성 표면에서 일직선으로 된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인간들은 화성에서 생명체가 산다는 또는 살았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자연과 우주는 일직선으로 된 무언가를 만들지 않는다. 어떤 생명체라든지, 아니면 초자연적인 존재의 의지가 들어가지 않는 한 그런 직선은 나타나지 않는다.

추석 연휴에 서울과 수도권에 물폭탄이라 부를만한 비가 쏟아졌다. 시간 당 거의 100mm의 비가 대여섯 시간 쏟아지니, 도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기상 관측 이후 100여년만에 처음으로 광화문과 청계천 일대가 침수되었다.

이런 폭우를 가져온 비구름은 서울을 정확하게 조준한 폭탄처럼 보였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구름이 아니었다. 무언가의 의지가 포함된 듯한 그런 구름이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할만했다. 이런 현상을 전문 용어로 “저주”라 부른다.

이 구름 사진을 보면서 나는 문수 스님을 떠올렸다. 왜 그랬을까?

추석 연휴 첫날부터 방송에 나와 찌질거리는 자가 있었고, 광화문과 청계천, 그리고 수도권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서민들만이 폭우의 피해자가 되었다.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가 아니라, 잊지 못할 슬픈 한가위가 되어버렸다.

감당할 수 없는 절망

감당할 수 없는 절망

문수 스님이 4대강 죽이기에 반대하며 소신공양으로 열반에 드신 이후 그리고 그 소신공양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눈으로 확인한 이후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절망에 빠졌다. 마치 작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맘먹는 충격에 빠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글도 쓸 수 없었다.

그 소신공양이란 것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기원이자 저항 행위일 것인데, 문수 스님의 유서는 너무나 소박하고 애처로워 보여 슬펐다. 자기 몸을 나무토막처럼 불태우며 스러져 갔어도, 세상은 아무일 없다는 듯 무심했고, 굴삭기는 여전히 강바닥을 긁어내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은 나를 세상과 분리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를 침묵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