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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북한산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있다. 제주 올레에서 시작한 둘레길 열풍으로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여기저기 길을 만들었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에 좋은 길들을 호젓이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걷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다. 특히 혼자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걷는 것은 명상이 될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 수첩(패스포트)를 구입하여 하나의 코스를 끝낼 때마다 도장을 받으면 더욱 즐겁다. 4코스까지 걸었는데 어렵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서울에 갈 때마다 걷고 싶은데 언제 완주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10여년만에 다시 찾은 북한산

10여년만에 다시 찾은 북한산

10여년만에 다시 와 본 북한산은 옛날 그대로였다. 몇몇 계곡이 안식년으로 쉬고 있었고, 기슭의 등산로들이 조금 정비되었을 뿐이었다. 산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말이 없었고, 수 많은 등산객들을 넉넉히 품어주고 있었다. 중력을 거스르는 것만큼 힘이 드는 일이 있을까. 허벅지에 전해오는 중력의 팍팍함에 나는 쉽게 지쳐갔다. 근육속에서 글리코겐이 끊임없이 연소되었고, 그에 비례하여 쌓인 젖산에 나는 피로하였다.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산은 그렇게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전이될 수 없는 경험이다. 자기 몸으로 부딪혀가며 끝까지 올라본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혹시 깨달음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산을 오르는 것은 고해성사 같은 것이다. 살아가면서 잘못했던 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 말, 너무 집착하여 헤어나올 수 없었던 것 등이 땀과 함께 씻겨 내려간다. 그것은 일종의 해방이고 용서다. 몸이 힘들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그 숱한 걱정과 고민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결국 내가 느끼는 것은 산에 오르는 나 자신 뿐. 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자 가르침이다.
산에 빠져서 외롭게 된 그대를 보면 마치 그물에 갇힌 한마리 고기 같애 스스로 몸을 던져 자유를 움켜쥐고 스스로 몸을 던져 자유의 그물에 갇힌 그대 외로운 발버둥 아름답게 빛나는 노래 나에게도 아주 잘 보이지 산에 갇히는 것 좋은 일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빠져서 갇히는 것은 더더욱 좋은 일이야 평등의 넉넉한 들판이거나 그즈넉한 산비탈 저 위에서 나를 꼼꼼히 돌아보는 일 좋은 일이야 갇혀서 외로운 것 좋은 일이야 [이성부, 좋은 일이야]
10여년만에 다시 산에 중독될 것 같다. 좋은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