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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살처분

잔인한 겨울

잔인한 겨울

흐르는 강이 막혀 버리자, 땅은 기운을 잃고 병들어 갔다. 살을 에는 바람이 불고 눈이 쏟아져 겨울은 깊어 갔지만, 엄동설한에도 역병이 창궐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돌아 죄없는 짐승들만 산 채로 땅에 묻혔다. 인간들은 그런 것을 살처분이라 불렀다.

굴삭기의 삽질 아래 강은 신음하다 죽었고, 헤아릴 수 없는 뭇 생명들이 스러졌다.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 그리고 닭, 오리들이 살처분됐다. 잔인한 겨울이었다.

2011년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으례 하는 인사로도 “희망찬 새해”라 말할 수 없었다.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이 신음했고,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쳤다.

한무리의 족속들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간들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고, 전세난으로 집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오래 전에 잊혀진 줄 알았던 전쟁의 고통까지 되풀이되었다.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예견된 저주였고, 그 저주는 인간들의 탐욕과 어리석음, 그리고 무관심이 불러 온 것이었다.

올 한해 냉정하게 지켜볼 작정이다. 인간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의 끝이 어디일지 그리고 그 탐욕과 어리석음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