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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과 선거법

심상정과 선거법

정의당의 주도로 바뀐 준연동형 선거법의 수혜자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연동형 선거제는 국민의 지지율과 정당 의석수의 차이를 줄이자고 시작된 것이다. 작년에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다가 신속법안처리안건으로 채택되어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면서 원래 법안의 취지는 모두 사라졌다.

정의당 대표 심상정은 “대한민국 공당인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이런 정도의 참담한 꼼수를 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거짓말이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조금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은 다 경고했던 것이다. 다만 그는 정의당이 가져올 비례의석에 눈이 멀어 애써 못 본 척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그는 “꼼수에 꼼수로 대응할 수 없는 일”이라며 손사레를 친다. 심상정의 주도로 만든 선거제 개혁 법안이 오히려 반개혁적 결과를 가져올 법안이 되었는데도 한가하게 원칙만을 주장한다. 이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 정의당을 찍어달라는 얘기다. 너무 어이없어 웃음만 나온다.

그의 말대로라면 심상정은 자유한국당을 너무 띄엄띄엄 본 것이다. 아니 과욕에 눈이 멀어 정교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게다가 무책임하기까지하다. 이런 정당이 어떻게 원내교섭단체가 될 것이며 수권정당을 노린단 말인가.

정의당은 지금이라도 참회하고 비례정당 창당 논의에 들어와야한다. 언제까지 초보 정치동아리처럼 앞뒤 분간 못하는 천둥벌거숭이 짓을 한단 말인가. 정의당과 심상정이 겨우 그 정도 수준이라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정계은퇴를 하는 것이 낫다. 그런 판단력으로는 우리 정치에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되는 순간, 그간의 모든 개혁은 물거품이 된다. 정의당도 통진당처럼 강제 해산될 수도 있다. 그때도 “이런 참담한 꼼수를 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할 것인가?

악법은 악인가, 법인가

악법은 악인가, 법인가

김상진 열사를 기억하는가? 1975년 4월, 서울대 농대 교정에서 양심선언문을 낭독하고 할복으로 유독 독재에 항거하다 산화하신 김상진 열사를 기억하는가? 그의 양심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들으라! 동지여! 우리의 숭고한 피를 흩뿌려 이 땅에 영원한 민주주의의 푸른 잎사귀가 번성하도록 할 용기를 그대들은 주저하고 있는가! 들으라! 우리는 유신헌법의 잔인한 폭력성을, 합법을 가장한 유신헌법의 모든 부조리와 악을 고발한다. 우리는 유신헌법의 비민주적 허위성을 고발한다. 우리는 유신헌법의 자기중심적 이기성을 고발한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살아간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절차적 민주주의도 김상진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선배 열사들의 피와 생명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저 우스워보이는 한장의 투표용지에도 그들의 피와 땀과 목숨이 스며 있는 것이다. 최근 말도 안되는 선거법으로 수많은 블로거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블로그는 웹에 올리는 자신의 기록이다. 한 마디로 공개된 일기장인 것이다. 일기장에 밝힌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선거법에 저촉된다 하여 많은 블로거들이 경찰에 소환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객관적인 사실을 올린 것조차도 특정 후보 비방이라며 선관위와 한나라당은 일개 블로거들을 고발하고 있다. 이것이 21세기 정보기술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하기야 대통령도 선거에 대해 몇 마디 했다고 고발당하고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는 시대이니 일개 블로거들 쯤이야 눈에 보이겠는가.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저 잘난 국회의원들이 만들어 놓은 선거법 때문에 수많은 블로거들이 범법자가 되고 있다. 블로거들이여! 그냥 묵묵히 견디시겠는가? 저 300도 안되는 국회의원들의 손아귀에서 그냥 입닥치며 살아가시겠는가? 공연한 사실을 얘기할 수도 없는 이 숨막히는 인터넷 공간을 인정하시겠는가? 블로거들도 이제 모여 외쳐야 한다. 헌법에 명시된 당연한 당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면 분노해야 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왜 블로거들은 이렇게 짓밟히면서 숨죽이고 있는가. 이것은 경찰 조사를 받은 블로거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전체 블로거들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인 것이다. 블로거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모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블로거들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의 조항에 대해 위헌 청구 소송이라도 제기해야 한다. 대통령도 자신의 정치적 자유가 침해되었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도, 그냥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독약은 독인가, 약인가. 독약이 약이 아니라 독인 것처럼 악법도 법이 아니라 악이다.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의 입을 막는 현행 선거법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