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소요유 | Published:
November 10, 2009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언론이라고 인정받을만한 주간지인 <시사IN>의 기자, 고재열 씨가 지하철 계단에서 아주 짧은 치마(그는 똥꼬치마라고 했다)를 입은 여자를 뒤따르다 느낀 불쾌함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곤경에 처했다. 많은 비난들이 쏟아졌고, 급기야 그는 그 글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고재열 기자가 올린 “지하철 똥꼬치마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을 읽고, 남자인 나도 무척 당황했다. 아무리 본인의 짜증이 머리 끝까지 뻗쳤다 하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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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 Published:
November 4, 2009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는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강은 슬픔을 위로하고 노동을 어루만졌다. 스스로 깊어가는 강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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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 Published:
January 31, 2009
아무리 사랑하고 아껴주는 남녀지간이라도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아주 가끔 가다 평생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았다는 불가사의한 부부들을 만나곤 하는데, 나의 경험을 비춰 보았을 때 그들의 증언은 너무나 초현실적이어서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몇 십년 간 같이 살을 맞대고 산 부부라도 가끔 말다툼을 하는데, 그런 것조차 없다면 그 부부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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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 Published:
December 28, 2008
이제서야 광야에서 백마를 타고 올 초인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끝없는 절망의 나락 속에서 그여 그 희미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시인의 그 애타는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광야]
영화 Dark Knight에서 고담시의 정의로운 검사 Harvey Dent는 “영웅으로 죽든지 아니면 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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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8, 2008
일흔을 넘긴 늙은 시인은 또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한다. 칠십 평생 수많은 길을 떠나 왔지만, 그 길들은 언제나 세상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고, 그 누군가를 스치게끔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길은 그가 떠나온 그 수많은 길들과는 다른 길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고, 그것을 관조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자 시인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다. 젊었을 때의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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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 Published:
March 9, 2008
서쪽에서 온 바람에 모래가 실려 왔다. 사람들은 황사라고도 했고, 흙비라고도 했다. 숨쉬기가 버거웠고, 목이 아팠다. 모래알갱이가 서걱서걱 씹혔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은 봄을 기다렸지만, 봄은 황사에 밀려 쉬이 오지 못했다.
서걱거리는 황사 속에서 왜 자꾸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라는 시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그 끝없는 이기심들의 암묵적 합의로 태어난 거짓의 향연 속에 사막의 모래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온다. 후회가 부질없기는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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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 Published:
February 1, 2008
달라이 라마의 <용서>를 읽었을 때, 나는 그에게 무한한 존경의 마음이 일었다. 그는 용서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고,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이며, 용서는 가장 큰 수행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 그가 의미하는 바를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이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말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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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 Published:
October 4, 2007
결혼 전 아내는 싱그러웠다. 화사한 복사꽃처럼 발그레한 그의 얼굴에서 향긋한 봄날의 냄새가 났다. 결혼 전의 여자들이 대개 그렇겠지만, 아내는 나의 눈에 햇살 비치기 전 풀잎에 달린 맑은 이슬처럼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이다.
나는 아직도 큰 길 건너 저 멀리 걸어가는 아내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키가 큰 아내가 겅정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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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 Published:
April 11, 2007
새벽에 잠이 깨서 시집 한 권을 읽었다. 류시화가 엮어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름 모를 이들의 삶이 뚝뚝 묻어나오는 잠언에 나는 파묻혔다. 그들이 깨달은 진리와 지혜가 깨끗하지 못한 내 영혼을 씻어 주었다. 10여년 전에도 읽어 보았던 구절들이었지만, 읽을 때마다 다가오는 감동은 다르다. 삶에 대한 천착의 깊이가 달라졌기 때문일까.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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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 Published:
March 12, 2007
결혼 전에 나는 시를 많이 읽었었다. 읽은 시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내 생각과 함께 아내에게 (그 때는 애인이었었나?) 보내곤 했다. 아내가 시를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내 준 시를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빛이 바랬지만 따뜻한 난로와 같은 추억이다.
월요일 아침 나의 일주일을 기분 좋게 시작하도록 아내는 시를 보내 왔다. 아내의 마음이 고맙다.
그리움이란 것은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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