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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양심

법관의 양심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은 모든 법관들에게 똑같이 주어져 있는 것이니,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법관의 양심이다.

만약 양심이 극도로 불량한 판사가 법을 임의로 해석하여 판결을 내리면 어떻게 될까? 정의는 사라지고 불의가 판치는 세상이 될 것인데, 이를 견제할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들의 양심이 적어도 일반인 평균 이상의 수준을 가질 때 작동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고법 정형식 판사는 삼성의 황태자 이재용을 집행유예로 풀어 주었다. 물론 1심 판결이 났을 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어떡하든 이재용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눈물겨운 판결을 했다. 이재용의 거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차고도 넘치는 증거를 모른 척 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받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판결했던 사람이 이재용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심초사했다. 이 정도 양심은 있어야 우리 사회 지도층이 되는 것이다.

적폐들의 최후의 보루는 양심 불량 법관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운 판결이었다. 하기야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최고 권력 삼성의 황태자를 1년 가까이 감방에 처넣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긴 했다.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이 나라 지배세력은 아직 너무도 견고하다.

예상했던 일이고 놀랍지도 않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이재용과 법치주의

이재용과 법치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특검은 이재용에게 430억원의 뇌물공여, 횡령, 청문회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의 조의연 판사는 18시간의 심사숙고 끝에 의연하게도 영장을 기각했다. 뇌물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인데, 횡령과 위증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물론 영장기각은 당연히 예상된 일이었다. 삼성공화국의 황태자를 구속하다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법원이 이재용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그게 더 놀랍고 이상한 일일 것이다.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버스 운전기사에게 법원은 그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 버스기사가 고의로 2400원을 훔친 것도 아니고 실수로 장부에 누락한 것인데도 법원은 2400원도 횡령은 횡령이기 때문에 해고가 정당하단다.

이재용은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수백억원을 뇌물로 줘도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구속할 수 없고, 버스 기사는 2400원을 실수로 누락해도 횡령이므로 해고해도 된다. 이것이 이 나라의 법치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이 나라의 법치주의는 정확히 말해 ‘법조인치주의‘다. 얼핏 보기에 이 나라는 입헌국가의 가장 기본 원리 중 하나인 법으로 다스려지는 것 같지만, 사실 법은 허울이고 법을 지배하는 것은 법조인이다. 아무리 죄가 무거워도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벌을 줄 수 없고, 설령 검사가 기소한다 해도 판사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무죄가 된다. 법은 그냥 글자일 뿐이고, 그것을 해석하고 판단하고 집행하는 인간들, 법조인들이 슈퍼 갑이 된다.

그 슈퍼 갑인 법조인들을 을로 여기는 유일한 집단이 삼성이다. 삼성은 이 나라의 모든 권력집단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는 울트라슈퍼 갑이다. 그런 삼성의 황태자가 구속될 일은 없고, 설령 그가 뇌물이나 횡령보다 더 중한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처벌될 일은 없다.

법조인들은 법 위에 있는 인간들이고, 그 법조인들 위에는 삼성이 있으며, 그 삼성을 지배하는 자가 이재용이다. 결국 이재용에게 법치주의는 “개나 주라고 그래”가 된다.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냐고 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억울하면 법조인이 되든, 재벌이 되든, 이도저도 아니면 법조인과 재벌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선출하든지. 하지만 노무현을 죽인 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덧.

2017년 2월 17일, 특검이 이재용에 대해 다시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법원이 삼성의 황태자 이재용을 구속시켰다는 것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결정이다. 이제 막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젊은 판사 한정석이 재벌의 눈치를 보는 선배 판사들보다 정의로운 것인가, 아니면 세상 물정 모르는 풋내기 판사의 치기어린 판결인가. 이유야 어찌되었든 특검의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되었고, 박근혜 탄핵이 가시화되었다.

5천억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

5천억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

삼성그룹 전 회장 이건희의 아들인 이재용이 자신의 아내으로부터 5천억 재산분할을 해달라는 이혼소송을 당했다. 그의 아내가 왜 이혼소송을 제기했는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지 않지만, 그 이유는 모두들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이재용은 돈많은 아버지로부터 현금 60억을 받아서 십수년만에 1조원의 재산을 불린 장본인이다. 1조원의 재산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는 단 16억의 증여세만을 납부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에서 불법 의혹을 제기하여 소송을 했고,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실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무소불휘의 권력을 가진 집단이다. 그 엄청난 금권으로 언론과 입법, 사법,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삼성의 정치자금을 받지 않은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드물 것이고, 검찰은 정기적으로 관리(떡값)를 받고 있음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드러났다. 그들의 언론 관리야 말하면 무엇하랴.

그런데 그렇게 돈이 많고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초법적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 삼성의 황태자 이재용은 자신의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한 모양이다. 결혼한 지 십년이 넘었고, 자식도 둘이나 둔 상황에서 아내가 재산의 절반을 내놓으라며 소송까지 할 정도라면 그들의 결혼 생활이 어떠했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미루어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단돈 5천원을 가지고도 아내를 그리고 남편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삼성의 이재용처럼 1조원이라는 재산을 가지고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돈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족할 줄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행복은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다. 그리고 나눌 줄 아는 마음에서 행복은 싹트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너무나 예쁜 딸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아직까지 건강을 잃지 않고 있으며, 밥은 굶지 않을 정도의 수입이 있고, 그 수입을 쪼개서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진리다.

삼성의 미래가 어두운 이유

삼성의 미래가 어두운 이유

우리나라 최고 기업이라는 불리는 삼성의 차세대 주자는 알려진대로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이다. 이건희 회장이 물러난 이후 이재용이 대를 이어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다. 물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편법 행위로 재판을 받고는 있지만, 삼성의 관리를 받아온 한국의 판검사들이 이 문제를 법대로 처리할 거라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삼성의 미래는 이재용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신문에서 본 이재용의 얼굴은 미끈하고 잘 생긴 얼굴이었다.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부잣집에서 자란 그가 무엇이 부족했겠는가. 옛날 왕이나 세자들이 누릴 법한 그런 대우를 받고 자라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게다가 한겨레가 전한 바에 의하면 그는 예의바른 젊은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김광태 전 홍보전무는 “삼성은 운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암시하듯 삼성 안에서 이 전무에 대한 평은 “겸손하다” “예의바르다” “반듯하다” 등등 칭찬 일색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임원은 “사장단회의에 들어와서도 듣기만 하고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서 “회식자리에서 손수 폭탄주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돌리는 소탈한 모습들을 보면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간부는 “이 전무가 언론 대응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교육비가 너무 비싼 것 같다며 깎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 놀란 적이 있다”면서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휴지 한장도 아껴썼다는 일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삼성 경영승계 물위로 ②이재용 자격론, 한겨레>

개인적으로 이재용 전무를 만난 적은 없지만, 만나 보면 참으로 겸손하고 예의바르고 잘생긴 젊은이라 생각할 것 같다. 이재용 개인적으로야 흠잡을데 없는 젊은이이겠지. 그런데 문제는 이재용 개인의 됨됨이가 아니고 이재용의 사회적 됨됨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도덕성 등이 삼성을 이끌어 나가는데 더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그의 사회적 품격은 삼성의 미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사회적 품격은 어떨까. 알려진 것이 많지 않지만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말을 들으면 조금 실마리가 잡힐 것도 같다.

이재용(이건희 회장의 장남)이 한번 이런 얘기를 하더라. 단둘이 있을 때다. “비자금, 차명계좌 공공연한 일인데, 왜 내게만 문제 삼냐.” 그래서 길거리에 횡행하는 범죄도 증거가 잡히면 처벌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차기 총수가 될 사람이 국법 질서에 대한 느낌이 없다. 그런 교육을 안 한 거지.

<김용철 변호사 “내가 구속되면 끝이 나겠지”, 한겨레21>

자신의 경우만 문제삼아서 이재용은 정말 억울할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재용의 사회적 품격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좋을것 같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차세대 삼성도 현재의 삼성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할것 같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하버드까지 가서 공부한 사람의 준법 정신이 저 정도라면 삼성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왜 그렇게 좋은 교육을 시켰으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전해주지 못했을까? 아버지 이건희도 그런 의식이 없어서 그랬을까?

결국 삼성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삼성과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소유관계를 분리하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상황에서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삼성이 변하기는 정말 쉽지 않을것 같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하지 않는 것이 좋을것 같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