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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일본

다자이후 텐만구

다자이후 텐만구

다카오 선생을 만난 것도 선생과 같이 다자이후(大宰府)에 간 것도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삶이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선생은 큐슈국립박물관에 간다고 했었고,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었다. 안 갈 이유가 없었기에 선생을 따라 나섰고, 선생은 박물관을 보기 전에 텐만구(天満宮)에 들르자고 했다.

텐만구는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스와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를 기리는 유명한 신사이다. 텐만구 본전 앞에 토비우메(飛梅)는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데, 미치자네의 아름다운 시에 감응하여 교토에서 날아왔다 한다.

동풍이 불면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다오
매화여, 주인이 떠났다고 봄을 잊지 말고

東風ふかば におひおこせよ
梅の花 あるじなしとて 春な忘れそ

봄바람에 매화 향기가 천 년 넘은 녹나무 아래로 퍼지고, 마음 심 모양의 연못에는 금빛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복을 빌고 나오는 길에 우메가에모치(梅ケ枝餠)를 한 입 베어물고 있었다.

다자이후 텐만구에서 만난 봄은 매화 향기와 함께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다.

꺼지지 않는 불

꺼지지 않는 불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해일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큰 타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발전소의 냉각 장치가 고장났다. 냉각 장치가 고장난 여섯 개의 원자로는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이 원자로들을 식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은 지진이나 해일로 인한 피해 복구보다도 이 원자로들이 폭발할까 그야말로 노심초사 하고 있다.

한때 원자력이 차세대 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았다. 물론, 지금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자력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고, 여전히 그렇게 쓰이고 있다. 체르노빌이나 쓰리마일 섬의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은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선전되었다.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 235의 반감기가 7억년 정도 된다. 인간들이 우라늄을 핵분열시켜 전력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한 번 가동된 원자로를 멈출 수가 없다. 원자로는 꺼지지 않는 불을 품고 있다. 수명이 30~40년 밖에 되지 않는 원전이 꺼지지 않는 불을 품고 있고, 핵연료들은 엄청난 방사성 물질들을 뿜어내고 있으니,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 보다 폐기가 훨씬 어려운 문제다.

만약 후쿠시마의 원전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면(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유일한 방법은 체르노빌 때처럼 콘크리트로 산을 만들어 그것들을 묻어버릴 수 밖에 없을텐데, 그 경우 그 지역은 인간을 포함한 어떠한 생물체도 살아남을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사태에서 인간들이 뭔가를 깨닫고 배우길 바라지만, 그럴 확률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여전히 “경제”라는 잣대를 들이댈 것이고, 미래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나올 거라는 무대책적 낙관주의가 판을 칠 것이다.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탐욕의 기차는 브레이크가 없어 멈출 줄 모르기 때문이다.

끝이 어떨지 훤히 보이는데도 꼭 끝까지 가보겠다는 데에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을 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고. 욕망의 크기를 줄이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인간들은 가장 지능이 발달한 동물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어리석은 동물이기도 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더이상 원자력이 답이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다.

별 일 없는 삶

별 일 없는 삶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자 지붕 위 고양이 두 마리가 아무 생각없이 낮잠을 잔다. 그 고양이들에게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 배가 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잔다. 세상에서 잘난 고양이가 되겠다는 욕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들의 삶이 저 봄볕 아래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만도 못한 세월이다.

2011월 3월 11일, 일본 북동부 센다이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났다. 엄청난 지진 해일이 일본 동쪽 해안을 덮쳤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행방불명되었다. 온 마을이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고, 그 순간이 TV로 생생히 중계되었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 사람들도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다.

지진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었고, 여섯 개의 원자로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만에 하나 이 원자로들이 폭발한다면, 일본은 물론, 북반구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체르노빌 때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는 그런 참혹한 상황이 될 것이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존폐가 걸려있는 문제가 될 것이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지진과 해일의 피해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건설해 놓은 원자로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들은 원자력이 얼마나 가공할 파괴력이 있는 것인지 이미 60여년 전에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는 국민들을 상대로 폭격을 하는 독재자가 군림하고 있고, 그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외세가 개입하였다. 물론, 그 외세들의 목적은 리비아 국민들을 구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원유라는 이권 확보에 있다.

최근 들어 별 일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봄볕 아래 아무 생각 없이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처럼 욕망을 줄이면 줄일수록 별 일 없이 살 수 있다. 지진이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의 것들은 대부분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벌어지는 것들이다. 인간들의 탐욕이 자연이 허용하는 본능을 넘어섰기 때문에 발생하는 재앙들이다.

일본과 리비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도 아무 별 일 없는 일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우리나라 신문들이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리나라 신문들이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한겨레신문 홍대선 기자의 ‘쫓기고 밀리고’ 자동차 산업 길을 잃다 라는 기사는 우리나라 기자들이 어떻게 독자들을 우롱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 하겠다. 이 기사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쫓아오는 중국과 앞서가는 일본 사이에 끼여서 정말 어려워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중국은 우리보다 기술 수준이 쳐져 있으니 우리를 쫓아오는 것은 사실이고,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있으니 우리가 그들 사이에 끼여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홍대선 기자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자료로 자신의 주장을 침소봉대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그림을 한 번 보자.

출처: 한겨레신문

이 그래프를 언뜻 보면 일본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최근 들어 급격히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그래프는 눈속임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데이터는 년간 수출액수이고 2007년은 1월부터 4월까지의 수출 액수이기 때문이다 (그림에는 2004년 1월~4월로 되어 있지만 이것은 2007년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를 정확히 그리려면 2007년 평균 예상치로 이 액수에다가 3배를 해 줘야 한다. 그러면 2007년말의 년간 대중국 자동차 수출액은 8.1억 달러는 전년도 6억 달러보다 엄청난 증가를 하게 된다. 대일본 수출도 6.3억 달러로 전년도 4.7억 달러보다도 훨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부품 수출 또한 마찬가지다.

기자가 제시한 자료는 오히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있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선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자료는 기자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얘기를 해주고 있다.

홍대선 기자의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걱정하는 마음은 갸륵하다 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독자들을 호도하면 안된다. 이 기사는 지금도 한겨레신문 사이트 첫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다.

한겨레신문은 제일 믿을만한 신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신뢰도 1위의 신문조차 이런 식의 데이터 조작으로 독자들을 우롱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보다 100배 먼저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적어도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평가는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어떤가? 이 질문이 쑥쓰러울 정도로 다른 나라의 언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질이다. 그러면서 기자들은 블로그를 까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 신문들이 이런 식이라면 멀지 않아 신문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경쟁력도 없을 뿐더러 왜곡과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신문은 더 이상 언론이라 할 수 없다. 그 자리를 블로그들이 대체할 것이다.

보도준칙까지 만든 한겨레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다른 신문들이야 더 말해야 무엇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