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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정당

사이다를 믿지 마라

사이다를 믿지 마라

무더운 여름날 마시는 사이다 한 잔은 시원하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사이다를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이 난다. 사이다 속의 설탕으로 몸 속의 당분이 증가하고 삼투압이 높아져 더 심한 갈증을 느낀다.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일으킨다.

가슴 후련한 말을 자주 하는 정치인을 사이다라고 한다. 사이다 발언은 시원하다. 시원한 말들은 청량하지만 거칠고 가볍다. 가벼운 말들은 쉽게 흩어지고 쉽게 바뀐다. 그것은 리더의 말이 아니고, 선동가의 말이다. 리더의 말은 진중하다. 리더는 말에 책임져야 하고, 그 말은 행위로써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리더의 말은 무겁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한다는 모든 국가나 조직이나 단체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정당도 예외가 아니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정당의 대표나 대선후보는 당원들이 정해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눈 앞의 유불리 때문에 이 원칙을 훼손한다면 그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정치인들의 사이다 발언에 현혹되지 말라.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그 정치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면 그의 밑천을 알 수 있다. 사람을 선택할 때는 사이다를 믿지 마라. 사이다는 사이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이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해서, 내가 세상에 집착한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려 놓고 급전 300억 달러를 빌릴 수 있게 되었다고 환호작약하는 저들에게 해줄 얘기는 아무것도 없다. 한나라당이 1%만을 위한 정당인 줄 알면서도 선거만 있으면 한나라당을 찍어대는 국민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민주당은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희망도 패기도 정열도 용기도 없다. 그냥 리만 브라더스와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다니는 무기력만 가득할 뿐이다. 비전도 없고, 대안도 없고, 그저 떡고물이나 쫓아다니는 궁물들과 386 떨거지들이 모여있는 노회한 정당일 뿐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사라진 정당에는 적막만 감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된 정치 세력, 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수십 만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도 그것을 정치적 힘으로 묶어낼 세력이 없다. 아무리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깽판을 쳐도 4년 후에 그들을 딛고 일어설 세력이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수도 있을텐데 우리에겐 그것이 없다. 희망이 없다는 것만큼 견디기 힘든 것도 없다. 새로운 정당이 생겨야 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될 수 있으면 당분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침묵하고 싶다. 지쳤다. 아니 저들의 탐욕에 질려버렸다. 저들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당분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 탐욕의 극한에서 그 탐욕에 의해 저들이 쓰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탐욕은 죄다. 그 죄의 댓가를 모두가 질 것이다.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러거나 말거나.

단풍이 아름답다.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가을은 깊어간다. 바람이 살랑거리고, 햇살이 따사롭다. 인간의 탐욕만 외면해버리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자연의 품은 그렇게 넉넉하다. 밥 굶지 않고, 내 몸뚱이로 노동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 건강하다면 행복할 것이다. 이 나라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사치인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무현으로 인한 착각 그리고 민주주의2.0

노무현으로 인한 착각 그리고 민주주의2.0

노무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나는 잠깐동안 착각 속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가 탄핵의 소용돌이를 헤쳐나오면서, 경제가 나름대로 안정되어 가고, 비록 더뎠지만 조금씩 상식이 회복되어 간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 그때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도 이제 조금씩 살만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구나, 방향을 제대로 잡기 시작했구나, 이런 자부심을 가졌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걸출한 정치인, 노무현에 대해 자랑을 했었고, 2차대전 이후 제3세계 국가 중에 한국만큼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나라가 어디있냐며 떠벌였었다. 그때 내 주위에 있던 여러 외국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노무현이 물러나고, 수구들이 다시 권력을 차지해버리자 나라는 6개월도 안되어서 휘청거렸다. 민주주의는 다시 70년대 독재의 시절로 후퇴해버렸고, 경제는 거덜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성취했다는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는 너무나 뿌리가 약했다. 그 성취들은 수구신문들의 저주와 아파트 한채에 인생을 걸어버린 그 천박한 이기심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니,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던 것은 기적이었고, 참여정부 시절 2~3년은 우리 역사상 극히 예외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멀리 볼것도 없이 한 100여년의 역사만을 살펴봐도 어느 때도 민중이 이기고 권력을 쟁취한 적이 없었다.

민중들이 아주 짧은 순간 승리한 적은 있지만, 궁극적으로 권력을 틀어쥔 적은 없었다. 동학혁명 때도 1년도 안되어 일본군에게 수십만 명의 농민들이 사살당하고, 전봉준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일제 치하 36년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독립운동은 중국과 만주 정도에서 명맥을 잇는 수준 아니었던가.

해방 이후 미국에 달라 붙은 이승만 정권의 무능과 부패가 판을 쳤고, 김구는 암살당했다. 419혁명은 516 군부 쿠데타로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박정희 군사 독재 18년. 1980년 민주화의 봄은 전두환 일당의 군홧발에 짓밟혔다. 87년에 610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긴 했지만, 그 결과로 노태우와 김영삼이 연이어 대통령이 되었다.

결국 한차례 나라가 망하고서야 김대중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지만, 그때도 박정희의 졸개였던 김종필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외환 위기로 나라를 거덜낸 수구정당을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여전히 친일과 독재 부역으로 부를 쌓았던 수구 언론들이 위세를 떨쳤고, 나라를 거덜낸 인간들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이런 열악한 여건에서 노무현 정부의 탄생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 기적도 오래 갈 수는 없었다. 수구들과 주류들은 노무현을 탄핵했고, 결국 노무현도 무너지는듯 했다. 그가 다시 돌아오고, 이해찬이 총리가 되고, 유시민이 장관을 하던 2년 남짓한 순간, 그 순간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최소한의 상식에 근거해 움직이던 순간이었다. 찬란한(?) 5천년 역사 중에 단 2년 정도 비주류가 정권을 잡아서 상식과 원칙을 외쳤다.

그 순간이 너무 감격스러웠는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착각 속에 빠졌다. 나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역사적 당위로 우리 앞에 나타났고, 권력을 잡았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런 거지같이 초라하고 비루하고 비겁한 역사 속에서 “상식”과 “원칙”을 내세운 노무현은 비정상이었고, 왕따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나라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과분했다.

김영삼의 뒤를 이어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친일파가 여전히 판을 치고, 군부독재 세력이 여전히 득세하는 나라, 거짓말과 사기의 일인자들이 집권하는 나라, 중소기업들은 무너져 내리고, 비정규직은 거리로 내몰리는 나라, 종부세 대상자들이 서민이라고 우기는 나라, 역사적으로 볼때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나라다.

내가 노무현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이런 파렴치하고 비겁한 역사 속에서 단 한 순간 “상식”을 부여잡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초지일관 초심을 잃지 않는 단심을 가졌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이익”보다는 “대의명분”을 위해 싸웠던 그리고 이겼던 유일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 노무현이 다시 민주주의 2.0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대통령에서 물러나서도 여전히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기에 우리는 그래도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1.0도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이 나라에 민주주의 2.0은 너무 과분한 이름이자 목표인지 모른다. 그러나, 인터넷은 우리들의 유일한 무기이자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이며, 우리가 저들보다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우리는 인터넷 상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수준 높은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수준의 논의가 민주주의 0.1의 현실에 어떻게 이어지게 하느냐는 점이다.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당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당원들이 주인이되고, 결정권을 갖는 그런 인터넷 기반의 정당을 만들어서 실제로 권력을 되찾아와야 한다. 기술적으로, 시스템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지만, 과연 누가 그것을 추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노무현, 아니 그가 직접 나서지 못한다면 그의 정치노선을 계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민주주의 2.0이 성숙한 논의를 토대로 제대로된 정당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노무현,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축복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훌륭한 단 하나의 이유

이명박 대통령이 훌륭한 단 하나의 이유

서영석 기자가 오랜만에 “이명박 대통령, 정말 훌륭한 분이시다”라는 칼럼을 올렸다. 그의 칼럼은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은 비판할 거리를 너무 많이 제공하시어서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의 말문을 닫게 만드는 신묘한 재주를 지녔다로 요약될 수 있다. 나는 그와는 다른 이명박 정권의 긍정적 측면을 얘기하고 싶다.

내가 살아오면서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을 수없이 많이 보아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처럼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은 보지 못했다. 그 자신조차도 자신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인생은 표리부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고, 국민들이 그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국민들을 새롭게 각성시키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 때는 한나라당 정권이 초래한 IMF 위기를 극복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참여 정부 때는 국민의 정부 때 남발된 카드로 인한 신용 위기를 넘기느라 바빴지만, 아무도 국민의 건강권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노무현 취임 초기 배럴 당 30불 정도하던 유가가 임기가 끝나갈 무렵 100불 가까이 되었어도 아무도 물가가 오른다고 걱정하지는 않았다. 연간 5% 정도의 안정된 성장과 매년 끊임없는 흑자를 기록하였어도 수구 신문들과 한나라당은 “경제가 파탄났다”며 아우성을 쳤고, 국민들은 아무 생각없이 파탄나지도 않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 이명박에게 표를 주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일반 국민들은 자기 일 이외에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별 고민들이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는 뼈만 발견되어도 즉각 검역이 중단되었고, 국민들의 복지는 조금씩이라도 나날이 늘어갔으며, 물가는 안정되었고, 나라의 위상은 점점 높아졌다. 북핵 문제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전했다. 다만, 국민들은 노무현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던 수구 신문들과 주류들의 악다구니에 피로를 느꼈을 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아닌가? 정부가 제 역할을 할 때 국민들의 정치 의식과 관심도는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낮아진 국민들의 정치 의식과 관심도를 불과 석달 만에 87년 6월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물론 그 댓가로 취임 100일만에 지지율 7.4%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떠안아야 했지만, 87년 6월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민주주의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 지도자가 왜 중요한지를 몸소 깨우쳐 주셨다. 이제는 식탁의 안전을 위해서도 촛불을 들어야하고, 대운하를 막기위해서도 촛불을 들어야하고, 의료보험을 지키기 위해서도 촛불을 들어야하고, 물, 전기 등의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도 촛불을 들어야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집단 경험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명박은 분명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저주에 가까운 불행이지만, 세상이 늘 그렇듯 그 안에서도 우리는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이명박 때문에 촉발된 이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에너지를 진정한 정당 민주화로 전환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말할 필요도 없고, 민주당도 지금 80~90%가 쓰레기 정치인들로 가득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당원과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그런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어제도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이 꺼질까봐 특별 기자회견으로 기름부어 주시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있는 한 촛불이 꺼질 것 같지는 않다. 참으로 훌륭한 대통령 아닌가?

유시민,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유시민,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누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치인 단 한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는 단연 노무현이다. 두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노무현과 유시민이다. 유시민은 노무현이 있는 한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영원한 넘버 투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노무현이 현실 정치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유시민은 노무현의 책임과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

노무현이 봉하마을에서 퇴임식을 할 때, 그 비가 오는 중에도 왜 유시민을 단상으로 끌어올렸겠는가. 노무현이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내 정치적 후계자는 유시민”임을 얘기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마치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임무를 인계하듯이 말이다.

유시민이 오랜만에 자기 신변에 대한 편지를 보내왔다. 당분간 정치를 접고 빚을 갚아야겠다는 것이다. 나는 유시민의 빚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 그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섭섭하고 안타깝지만 당분간 정치를 접겠다는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런데 그의 편지 말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잘코사니야!’ 하며 고소해 하신 분들이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심각해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잘 소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권세력 내부에서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이 소통하지 못하고 장관과 수석들이 소통하지 못하며 장관과 공무원들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이 중단되는 사태를 보면서도, 해결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정부에서 누구 하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아도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렇게 가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말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되면 대한민국은 자칫 정치적 정책적 무정부상태에 빠질지 모릅니다. 이는 국민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줄 뿐입니다.

[유시민, “당분간 정치 접고 선거빚 갚는데 전념하겠다” 전문(全文)]

이 부분은 차라리 쓰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이메가가 취임하고 석달이 지나고 나라는 빠른 속도로 망가져 버렸다. 내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이메가의 행보를 보았을 때, 유시민의 걱정은 이미 기우가 되어버렸다.

이메가가 수구 신문들의 지원으로 국민들을 사기쳐서 대통령이 된 것 자체가 이 나라에는 엄청난 불행이었다. 전과 14범을 대통령을 뽑아 놓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은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그것이 제2의 IMF가 되었든, 광우병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그러면서 그 안일함과 무관심과 탐욕으로부터 시작된 그 잘못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불행과 아픔을 뼛 속 깊이 새겨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제도권 내에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제대로 된 정치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설령 촛불로 이메가를 끌어내렸다 해도 저 간교한 조중동은 박근혜 같은 인물을 이메가의 대타로 들이밀 것이기 때문이다. 죽 쒀서 개주는 꼴 아닌가. 유시민 같은 정치인이 걱정해야 할 것은 저 촛불로 각성된 국민들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이다.

손학규, 박상천이 대표로 있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2중대에 불과하다. 물론, 그 당에 몇몇 괜찮은 정치인이 있긴 하지만, 그 틀로는 촛불민심을 담아낼 수가 없다. 민노당은 강기갑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없다. 이런 상황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담보할 수 있는, 당원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정당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상식과 원칙을 중요시하고,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들이 주인이 되는, 그리고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당. 그 기반은 인터넷과 무선 통신 같은 정보 기술이 바탕이 되는 정당. 이런 정당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나는 유시민이 이런 정당을 만드는데 앞장 섰으면 좋겠다. 그에게 빚 갚는 것이 더 먼저인 지금 상황이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