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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축하

아빠 때문에 눈이 높아진 딸

아빠 때문에 눈이 높아진 딸

딸아이가 보내준 생일카드에 적힌 한 구절. “정말 아빠 때문에 내 눈이 너무 높아진 것 같아.” 딸의 눈을 너무 높여 놓은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생일 선물을 받았고, 한없이 행복했다. 고맙고 사랑해, 내 딸아!

세상에 태어난 이유

세상에 태어난 이유

간밤에 내린 비로 나무에서 물비린내가 났다. 상쾌하고 촉촉한 6월의 아침, 딸아이가 생일 축하 카드를 보냈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세상을 지배하는 궁극의 원리가 사랑임을 깨닫고 이 삶이 다하는 날까지 그 사랑을 나누며 사는 것은 아닌지… 딸아이가 보내 준 카드가 문득 그것을 일깨운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딸아!
행복한 사내

행복한 사내

생일을 맞아, 아내와 딸한테 이런 축하를 받는 사내는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세상을 아니 우주를 움직이는 궁극적인 힘은 사랑임을 믿는다.

아내의 생일카드

딸의 생일카드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내가 철이 들기 시작한 것은 아마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어머니의 노동과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그때부터 나는 비로소 인간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머니가 될 수 없는 사내들의 열등감을 깨달았다. 그것은 신이 사내들에게 내린 형벌이었다.

내가 고통과 절망 속에서 방황할 때도 어머니의 가슴은 늘 한결같았다. 따스함. 언제나처럼 그 가슴은 나에게 안도와 위로를 주었다. 나는 정말로 좋은 아들이고 싶었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욕심이었고, 어머니는 그 존재로서 사랑이었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만약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무기가 있다면 그것은 성경 말씀이나 맑스의 유물론이 아닌 바로 어머니의 따스한 가슴일 것이다.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비가 온다
어머니의 늙은 젖꼭지를 만지며 바람이 분다
비는 하루 종일 그쳤다가 절벽 위에 희디흰 뿌리를 내리고
바람은 평생 동안 불다가 드디어 풀잎 위에 고요히 절벽을 올려놓는다
나는 배고픈 달팽이처럼 느리게 어머니 젖가슴 위로 기어올라가 운다
사랑은 언제나 어머니를 천만번 죽이는 것과 같이 고통스러웠으나
때로는 실패한 사랑도 아름다움을 남긴다
사랑에 실패한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늙은 젖가슴
장마비에 떠내려간 무덤 같은 젖꽃판에 얼굴을 묻고
나는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포기하고 싶다
뿌리에 흐르는 빗소리가 되어
절벽 위에 부는 바람이 되어
나 자신의 적인 나 자신을
나 자신의 증오인 나 자신을
용서하고 싶다

<정호승,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원천적으로 어머니가 될 수 없는 남자들이 느끼는 사랑은 불완전하고 공허하다. 그리하여 나는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세상의 모든 것을 녹여낼 수 있는 그 넓고 따스한 가슴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

생신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아! 나의 엄마…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침에 눈이 내렸다. 지난겨울에도 볼 수 없었던 눈을 봄의 문턱에서 만난다는 것이 어색하다. 계절이 뒤죽박죽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되고. 하지만 오늘 아침의 눈은 이 아빠에게 아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추억을 되새기게 해 준다.

6년 전 오늘, 엄마는 너를 낳기 위해 이틀이나 산통을 거듭했고, 그날 창 밖에는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너는 엄마의 따뜻한 자궁이 그렇게 그리웠는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지. 결국에는 의사가 수술을 했고, 너는 한쪽 눈만 뜨고 아빠의 얼굴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가지러 집으로 갈 때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그 눈은 아빠에게는 축복이었다. 누가 너를 아빠와 엄마에게 보내주셨는지는 모르지만, 너 같이 귀엽고 예쁜 녀석을 보내주신 그분께 감사했고, 우리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행복에 사무치니 누가 시샘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네가 아팠던 지난 2년 우리는 힘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지. 어린 네가 겪어야 할 고통에 엄마 아빠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잘 먹고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너는 단식을 해야 했고, 친구들이 다니는 유치원에도 제대로 갈 수 없었지. 아빠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힘든 삶에도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이 어려움이 우리에게 뭔가를 얘기해 주고 싶어 한다는.

이제 우리는 터널을 겨우 빠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건강의 소중함을 알았고, 현대 의학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없는지 그 허실을 알았으며, 건강의 책임은 본인과 가족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네가 다시 건강을 찾아 나가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수업료가 비쌌지만, 제대로 배웠다는 생각이다.

아빠는 우리 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난 2년간 우리가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생활한 것처럼 그렇게 하면 우리 가족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찾아야 한다. 행복은 소유로부터 오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우리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는 네가 있어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아빠는 네게 너무 많은 빚을 진 것 같다. 아빠도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아빠가 될 수 있도록, 아빠의 삶이 너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게.

여섯 번째 맞는 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