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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2011년

들풀처럼 살라

들풀처럼 살라

시간은 존재하는가? 흔히 과거, 현재, 미래라 불리는,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은 존재하는가? 시간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관념 중 하나다. 지구 상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시간이란 관념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들은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고, 순간을 살뿐이다.

인간들이 던지는 궁극의 질문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해결되기를 기다리며 인간들 주위를 맴돌았다. 깨달은 몇몇은 실마리를 남긴 채 지구별을 떠났고, 남겨진 자들은 여전히 무지의 어둠 속에서 헤맸다. 남겨진 자들에게 삶은 버거운 짐이었다.

예수가 태어난 지 2011년째 되는 해. 2011은 지극히 인위적이고 아무런 의미 없는 숫자이지만, 인간들은 또다시 지속되는 삶 속에 궁극의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 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류시화, 들풀>

산과 들에 있는 풀과 나무와 바위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지만, 인간들은 그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질문만 던질 뿐, 보이는 것을 보지 않는다.

법정 스님이 이 지구별을 떠나시기 전에 남기신 말씀.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이미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생에 집착하고 삶을 소유로 여기기 때문이다.

生에 대한 집착과 소유의 관념에서 놓여날 수 있다면
엄연한 우주 질서 앞에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명확하게 제시되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리석음이 원죄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