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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김정일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은 연민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은 연민

지난 번 중국 출장 때 우연히 북한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갔었다. 단아한 치마저고리를 입은 젊고 아리따운 여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었고, 식당 한켠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작은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대 위의 가수와 무희들은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었고, 추지 못하는 춤이 없었다. 그들의 공연은 흥겨웠지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먹먹함이 깔려 있었다.

북한을 지배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수천년 지속될 것 같은 그 권력도 죽음 앞에서는 너무나 공평하였다. 예수나 붓다 같은 성인들도,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도, 북한의 위대한 수령이라 불린 김일성과 그의 아들 김정일도 죽음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아무리 엄청난 돈이나 권력이라도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무상해진다. 그것은 돈이나 권력, 또는 명예가 삶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인간들은 그것들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양 어제도 달리고 오늘도 달린다.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어리석음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언젠가도 얘기했듯이, 북한은 사회주의를 표방한 봉건주의 국가다. 북한을 지배하는 권력은 김일성에서 아들 김정일에게로 세습되었다. 김정일이 죽자 김정일의 아들인 김정은이 권력의 후계자로 나섰다. 무늬는 인민민주주의이지만, 그 본질은 김씨왕조라고 할 만하다. 북한은 그들의 체제와 자주성을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그것이 북한 인민들의 현재 상태를 변명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김정일의 공개된 시신을 보면서 중국으로 외화벌이를 떠난 아리따운 북한 처녀들의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쓸쓸한 미소 속에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 시선이 증오나 적대감이 아닌 연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북한의 3대 세습과 남한의 친일독재세력의 권력 독점은 이란성 쌍둥이다. 남북한 민중들의 고난과 역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매트릭스를 어떻게 깨고 나오느냐, 아니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느냐가 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사망과 후계자 김정은의 등장은 북한의 인민들이 처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남한 민중들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그들을 연민하고 스스로를 연민한다.

한반도에 봄은 언제나 올 것인가. 답답한 겨울이 가고 있다.

막장 한국 언론, 막장까지도 넘어서다

막장 한국 언론, 막장까지도 넘어서다

한국의 보수 언론(다른 말로는 수구찌라시)들에게 북한의 김정일은 어떤 사람이었던가. 상종할 수 없는 철천지 원수요, 악의 화신이 아니었던가. 주석궁으로 탱크를 몰고 들어가 없애버려야 할 그런 인간이 아니었던가. 아마 오사마 빈 라덴보다도 한 십만배쯤 더 나쁜 인간 말종이 아니었던가.

그런 김정일이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언론들을 조롱했다. “기자가 아니라 작가인 것 같다”라고. 그러면서 김정일은 기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왜? “니들은 찌라시니까” 말은 그렇게 안했지만 그런 비웃음이 깔려 있었다.

자신들이 인간 말종이라 여기던 김정일한테까지 조롱받는 한국의 보수 언론들 (대표주자는 조중동문이렷다). 이제 올 때까지 왔다. 여기가 막장이다. 기자가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지어낸다고 소리를 들었다면 그건 얘기 끝난 것 아닌가. 그것도 김정일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으니 더 이상 할 말도 없을 것 같다.

김정일의 조롱을 받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한국의 언론들은 남북정상들이 내놓은 선언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역사적인 남북정상 선언 폄훼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신문들이 내놓은 기사들의 제목들을 훑어 보자.

[중앙일보] 상봉 확대, 동포애 강조 … 새로운 게 없다
[동아일보] “납북자 문제 거론조차 안하다니…”
[동아일보] ‘내정 불간섭’ 인권문제 눈감는 셈
[조선일보] 북핵→ 6자회담으로 떠넘겨
[동아일보] 정상들 ‘수시 만남’… 선언적 문구 그칠 가능성
[MBC] ‘NLL 문제’ 논란
[연합뉴스] <10.4선언> “공동선언 내용 막연“<WSJ>

어떡해서든지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을 훼손해 보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가? 어떡해서든지 선언에 명시된 내용이 실천되지 않길 바라는 그들의 희망이 엿보이지 않는가? 한겨레만이 “예상 뛰어넘는 진전”…‘남북 공동번영’ 가속페달이라며 정상회담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어제밤 노무현 대통령은 입술이 부르튼채로 대국민 보고회를 가졌다. 입술이 부르트면서까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불철주야 일을 하고 온 대통령에게 단 한마디 감사와 위로는 하지 않고, 선언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물어뜯기 바쁜 한국 언론들.

막장에 다다른 한국 언론이 막장을 뛰어 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쓰레기들을 봐줘야 한단 말인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방해하는 암적 존재는 이땅의 쓰레기 막장 언론들이다.

노무현, 오르가즘을 준 대통령

노무현, 오르가즘을 준 대통령

“삼팔선을 베고 죽더라도 민족의 분단을 막겠다”고 하며 김구 선생은 걸어서 삼팔선은 넘었다. 그리고 60여년이 지난 후 노무현 대통령은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그래 60년만의 일이다.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분단의 고통과 아픔, 그 회한의 세월을 뒤로 하고, 60년만에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대통령 노무현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지난 60년간 우리 민족을 옥죄왔고, 남으로 북으로 민족을 갈라 놓았던 그 선은 그렇게 끊어졌다.

대통령이 그 선 위에 발을 올리는 순간 나는 부들부들 떨었다. 전율했다. 그것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었다. 눈물이라도 왈칵 쏟을 것 같은, 목이 메어서 무어라 얘기할 수도 없는, 표현할 수도 형언할 수도 없는 감격. 그래 그것은 오르가즘이었다.

대통령은 겸손했고, 당당했고, 거칠 것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하자면 “전혀 꿀릴 것이 없었다”. 그리고 사려 깊었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 때도 그랬고, 아리랑 공연을 볼 때도 그러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한반도를 주목했고, 때마침 6자 회담도 타결되었다. 노무현이 부여잡고 끝까지 놓지 않았던 두 가지의 무기 “원칙”과 “상식”은 남북통일과 민족번영의 길을 닦으므로 더욱 빛이 났다. 남북정상회담은 21세기 우리나라가 낳은 위대한 지도자 노무현 시대의 절정이라 일컬을 만했다.

3일 간의 회담을 끝내고 남과 북의 정상들은 남북관계발전 평화번영선언 8개항을 내놓았다. 그 선언문을 읽고 또 읽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목이 메였다. 북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도 이 정도인데, 북에 가족을 두고온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 것인가. 종전선언이 추진되며,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고,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경의선 화물 열차 운행이 시작될 것이고, 백두산과 서울간 직항로도 개설될 것이다. 60여년간 끊어졌던 한반도의 핏줄들이 하나 둘씩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우기 남과 북의 정상들은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했다 한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어 대한민국의 국운이 융성해진다라는 예측은 빈 말이 아니었다. 나라의 경제는 정부 수립 이후 어느 때 보다도 탄탄해졌고,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더 유연해졌다. 나는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 “탓”이라 감히 단언한다. 그리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우리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행복이라 말하고 싶다.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감동을 주는 지도자, 나 같은 지지자에게는 오르가즘까지 주는 대통령,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한 지난 4년 8개월이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숱한 고난과 질시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꿋꿋히 이겨 나간 대통령, 그리하여 마침내 한반도 번영의 물꼬를 튼 대통령. 그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4개월 후면 그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여년간 대통령으로 봉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해냈다. 우리가 그보다 더 훌륭하고 더 위대한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맞을 수 있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적어도 당분간 노무현 같은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맞기는 정말 어려워 보인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세계 최고의 대통령을 누렸으므로 더 이상 회한은 없다. 노무현이 이룩한 철학과 정책이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지길 기도한다.

대통령님, 지난 3일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통령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편안하게 돌아오십시오.

마지막으로 역사적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전문을 발췌한다. 이런 역사적인 선언은 블로그에 간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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