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장보기

대통령과 장보기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던 어느 야구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 전 시타를 했는데, 그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입던 로브를 입고 있었다. 전혀 염색을 하지 않은 흰머리가 바람에 날렸고, 그의 상징이 되어 버린 동그란 안경이 햇빛에 번득였다. 그는 투수가 던진 공을 가볍게 받아 쳤다. 그리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그가 나와 아내를 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바쁜데 어떻게 왔냐고 물었고, 나는 쭈뼛거리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고 수줍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나를 꼭 안아 주었다. 그는 키가 2미터쯤 되어 보였다. 그의 품이 몹시 푸근했다. 그는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명왕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야구장을 나와 조그마한 가게에 들렀다. 김정숙 여사가 채소 한단과 버섯 한봉지를 들었고, 아내는 과자를 집어들었다. 내가 서둘러 계산을 하려 하자, 그는 김영란 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며 결벽증을 드러냈다. 나는 “이건 만원도 안 됩니다.”라고 큰소리 치면서 채소와 버섯 값을 계산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알람시계가 울렸다. 꿈이었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실수에 대하여

실수에 대하여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보다가 실수와 실패에 대한 해리엇의 충고가 가슴에 박혔다.

Anne: I’m afraid of making a mistake.
Harriet: No. You don’t make mistakes. Mistakes make you. Mistakes make you smarter. They make you stronger, and they make you more self-reliant.
Anne: But I’m not like you, Harriet. I don’t possess your fearlessness.
Harriet: Let me tell you something. I never could tell my daughter. Fall on your face! 
Anne: What?
Harriet: Fail. Fail spectacularly.
Anne: That’s… That’s your advice?
Harriet: Yes, because when you fail, you learn. When you fail, you live.

“실수가 너를 만든다. 실수가 너를 더 슬기롭게 하고, 더 강하게 하며, 더 독립적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 하지만, 정작 실수와 실패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늘 성공만 해온 인생을 부러워하지 말라. 실수를 하지 않고 실패를 겪지 않은 사람들의 인생은 깊이가 없다. 그들은 삶에서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

많이 실수하고, 많이 실패할수록 삶은 깊어지고 풍성해진다. 이 얼마나 공평한 삶의 역설인가.

신이 아이들을 보낸 이유

신이 아이들을 보낸 이유

신이 아이들을 보낸 이유는
단지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을 더 열게 하고 우리를 덜 이기적이게 하며
더 많은 연민과 사랑으로 우리를 채우고
우리 영혼에게 더 높은 목적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밝은 얼굴, 행복한 미소,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God sent children for another purpose than merely to keep up the race- to enlarge our hearts; and to make us unselfish and full of kindly sympathies and affections; to give our souls higher aims; to call out all our faculties to extended enterprise and exertion; and to bring round our firesides bright faces, happy smiles, and loving, tender hearts.

<Mary Botham Howitt>

미타쿠예 오야신

미타쿠예 오야신

우리 모두는 하나였지.

살아 있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은 다 하나였어.

어머니 대지의 생명을 느끼고,
바람이 그대의 숨결을 전할 때 우리 모두는 행복했지.

그대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고,
그대의 고통과 슬픔에 온 세상이 함께 울었어.

위대한 정령의 끝없는 사랑을 느낄 때
우리 모두는 하나였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타쿠예 오야신(Mitákuye Oyás’iŋ).

화진 일출

화진 일출

저멀리 강구항의 불빛이 일렁거렸다. 파도는 끊임없이 화진 해변을 두드리며 나지막이 숨죽이며 울었다. 동쪽 하늘에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자 오리온 자리의 별들은 힘을 잃고 사위어갔다. 수평선 위에서 아스라이 집어등을 켜고 고기를 잡던 배들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항구로 돌아오고 있었다. 일찍 일어난 새들은 힘찬 날개짓을 하며 바다로 나갔다. 방파제 위의 하얀 등대는 연신 초록빛을 반짝였다. 그 옆에서 은은한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낚시꾼들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났고, 그들의 어깨 위에 밤샘의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동쪽 바다와 하늘이 시나브로 붉어지더니, 바다 속에서 버얼건 불덩이가 불쑥 솟아올랐다.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맹렬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붉은 빛이 점점 밝아지면서 맨눈으로 쳐다보기 힘들만큼 강한 흰빛이 되었다. 오늘은 오늘의 해가 떠올랐고, 저만치 물러갔던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

조금 시적이고 조금 몽상적이지만

조금 시적이고 조금 몽상적이지만

새들이 왜 먼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새들은 더 남쪽도 더 북쪽도 아닌, 길이 삼 킬로미터의 바로 이곳 좁은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새들에게는 이곳이 믿는 이들이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 같은 곳일 수도 있었다. 새들은 진짜 비상을 위해 이곳으로 와서 자신들의 몸뚱이를 던져버리는 것일까. 피가 식기 시작해 이곳까지 날아올 힘 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되면, 차갑고 헐벗은 바위뿐인 조분석 섬을 떠나 부드럽고 따뜻한 모래가 있는 이곳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 설명들로 만족해야 하리라. 모든 것에는 항상 과학적인 설명이 있게 마련이다. 시에서 설명을 구할 수도 있고, 바다와 우정을 맺어 바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자연의 신비를 줄곧 믿을 수도 있다. 조금 시적이고 조금 몽상적이지만……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문학동네, 2001, p. 12>

행복한 국민

행복한 국민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중 한 구절.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

바꾸어 말하면, 좋은 사람이 리더인 나라의 국민은 행복하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보면서 가슴 벅찬 행복을 느꼈다. 가장 훌륭하고 선한 사람이 리더인 이 나라가,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훨씬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사람사는 세상이 문재인에 의해 열리고 있다. 단 한 가지 가슴 아픈 것은 그렇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노무현의 시대에 노무현이 없다는 사실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여한은 없다. 노무현과 문재인. 그 어떤 영화나 소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두 사람의 운명이 이 나라를 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무치게 그립지만, 그래도 우리 곁에는 문재인이 있다. 하늘이 이 나라를, 이 민족을 버리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