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d by
Tag: 공포

지식인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

지식인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보다 좀 길 거예요.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매달려 있으니까, 이리저리 다니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을 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를 거요!”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당신한테는 무식이 좀 필요해요. 무식, 아시겠어요? 모든 걸 걸고 도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머리가 힘이 세니까 항상 그 머리가 당신을 이겨 먹을 거라고요. 인간의 머리란 구멍가게 주인과 같은 거예요. 계속 장부에 적으며 계산을 해요.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아주 좀상스러운 소매상이지요. 가진 걸 몽땅 거는 일은 절대 없고 꼭 예비로 뭘 남겨 둬요. 머리는 줄을 자르지 않아요. 아니, 아니지! 오히려 더 단단히 매달려요, 이 잡것은! 붙잡고 있던 줄을 놓치기라도 하면 머리라는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하다가 완전 끝장나 버려요. 그런데 사람이 이 줄을 끊어 버리지 않으면 산다는 게 무슨 맛이겠어요? 노란 카밀러 맛이지. 멀건 카밀러 차 말이오. 럼주하고는 완전 다르다고요. 럼주는 인생을 확 까뒤집어 보게 만드는데!”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옮김,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p. 428>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생전에 마련해 놓은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욕망과 공포에서 벗어나는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