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

언제부턴가 머리 속에서 맴돌던 물음 하나,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고, 왜 가르치고 왜 배워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세웠던 윤구병 선생은 교육의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육의 궁극 목표는 두 마디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는 스스로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고, 둘째는 함께 어울려 사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첫째와 둘째 차례가 바뀌어도 괜찮다. 이 목표를 이루면 교육은 성공하는 것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야 마땅하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사는 곳이 다르다고 이 궁극 목표가 달라질 수 있는가? 천만에!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윤구병 선생의 말씀에 비추어 보면,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생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냈어도 아직도 이 두 가지를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이 땅의 교육이 제대로된 교육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스스로 일용할 곡식을 기르고, 스스로 아픈 몸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에게 배움이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죽기 전까지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알았으니 힘써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어울려 살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난다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난다

한나라 무제 때 (기원전 139년), 회남왕 유안이 집대성한 <회남자> 제3권 천문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아래로 흐른다. 그러기에 새는 높이 날고 물고기는 물 아래로 헤엄친다. 사물은 유유상종하고 본말이 상응한다. 그러므로 양수가 햇빛을 받으면 불이 일어나고, 대합이 달빛을 받으면 즙액이 흘러 물이 생긴다. 호랑이가 포효하면 동풍이 불고, 용이 하늘에 오르면 상서로운 구름이 모인다.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나며, 누에가 실을 토해내면 현악기의 상음을 내는 줄이 끊어지고, 유성이 떨어지면 발해에 해일이 일어난다.

<회남자, 김성환 역, 살림, p.225>

밤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면 심연에 머무르던 고래가 이 지구별에서 떠나가는 것이고, 기타를 치다가 줄이 끊어지면 실을 토해내는 누에들이 생각날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구절들인지 한참을 생각하며 읽어보고 또 읽어보았다.

이 지구별에 있는 생명들은 모두 그렇게 이어져 있다. 무엇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인간들은 그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됨으로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회남자>는 확실히 <도덕경>이나 <장자>를 이을만한 책이다.

짚 한오라기의 혁명

짚 한오라기의 혁명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쓴 <짚 한오라기의 혁명>은 자연을 벗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경전과도 같은 책이다. 이 책이 오래전에 절판되어 헌책방에서조차 찾기 힘들었는데, 작년 가을 녹색평론사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인간들이 하는 일이 모두 무가치하고, 쓸데없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세상 모든 것이 無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연농법을 개발하여 인간들의 지혜와 욕망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증명하였다.

땅을 갈지 않고,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도 않으며, 풀조차 뽑지 않는 무위의 농법. 그 농법이 인간들이 과학이라는 것을 동원해 개발한 관행농법이나 유기농법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증명해 냈다. 물론,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 즉 돈으로만 환산하는 자본주의 세상의 인간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농법이지만 말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인간들이 만들어 놓고, 인간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량한 과학을 동원한다. 본질을 해체하는 분석의 과학 때문에 인간들은 점점 더 자연과 신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들은 자연과 같이 완벽한 시스템을 창조할 수 없다. 흉내내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만을 만들 뿐이다.

인간들의 욕망과 공포는 수많은 걱정거리를 만들어냈다. 결국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이러한 걱정거리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아무 걱정하지 마라. 세상은 완벽하고, 이미 구원되어 있는데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들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 책은 노자나 소로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사실 다음과 같은 예수의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또는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마라.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훨씬 소중하지 않느냐? 몸이 옷보다 훨씬 소중하지 않느냐? 하늘에 있는 새를 보아라. 새는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쌓아 두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새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 너희 중에 누가 걱정해서 자기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느냐? 너희는 왜 옷에 대해 걱정하느냐? 들에 피는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해 보아라. 백합은 수고도 하지 않고, 옷감을 짜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하나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옷을 입어 보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 오늘 있다가 내일이면 불 속에 던져질 들풀도 이렇게 입히시는데, 너희를 더 소중하게 입히시지 않겠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혹은 ‘무엇을 입을까?’ 하면서 걱정하지 마라. 이런 걱정은 이방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에게 이 모든 것이 필요한 줄을 아신다. 먼저 아버지의 나라와 아버지의 의를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들이 너희에게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고, 오늘의 고통은 오늘로 충분하다.

<마태복음 6:25-34>

하늘을 나는 새도, 들에 피는 백합화도 아무 걱정이 없는데, 인간들만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오지 않은 시간을 가불하지 말며,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누리라. 그리하면 아무 걱정이 없으리로다.

<짚 한오라기의 혁명>은 세상 모든 이들이 읽어야만 하는 경전이다.

2012년 책읽기

2012년 책읽기

작년 말에 아내와 딸아이가 1년 동안 읽은 책목록을 놓고 네가 많이 읽었느니, 내가 많이 읽었느니 하면서 티격태격 하였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내년에는 아빠도 끼워 달라고 통사정을 해보았지만 두 여인네는 콧방귀만 뀌었다. 아내와 딸아이가 끼워주든 말든 상관없이, 올해는 책을 좀 정리하면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무계획, 무대책, 무신경의 3무 책읽기에 변화가 있을런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연말에 아내와 딸아이 앞에 아빠의 책목록을 들이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물론, 돌아오는 것은 두 여인네의 콧방귀뿐이겠지만…ㅎㅎ 2012년에 읽은 책은 다음과 같다. (이 목록은 책을 읽는대로 계속 갱신될 것이다.)
  1. 짚 한오라기의 혁명, 후쿠오카 마사노부, 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 2011
  2.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우광호, 여백, 2011
  3. 달려라 정봉주, 정봉주, 왕의서재, 2011
  4. 경영이란 무엇인가, 조안 마그레타, 권영설 김홍열 옮김, 김영사, 2004
  5. 넥스트 소사이어티, 피터 드러커, 이재규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2007
  6. 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클 로이젠, 메멧 오즈, 유태우 옮김, 김영사, 2007
  7. 매니지먼트, 피터 드러커, 남상진 옮김, 청림출판, 2007
  8. 침뜸의학개론,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2
  9. 아파야 산다, 샤론 모알렘, 김소영 옮김, 김영사, 2010
  10.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A. G. 로엠메르스, 김경집 옮김, 지식의숲, 2011
  11.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오픈하우스, 2010
  12. 경락경혈학,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2
  13. 회남자, 유안, 김성환, 살림출판사, 2007
  14. 음양이 뭐지, 전창선, 어윤형, 세기, 1994
  15. 오행은 뭘까, 전창선, 어윤형, 세기, 1994
  16. 홍성수의 경영강의, 홍성수, 새로운제안, 2012
  17. 황제내경 소문, 이케다 마사카즈, 이정환 옮김, 청홍, 2001
  18. 황제내경 영추, 이케다 마사카즈, 이정환 옮김, 청홍, 2001
  19. 거꾸로 희망이다, 김종철 외 11명, 시사IN북, 2009
  20. 변산공동체학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윤구병, 김미선, 보리, 2008
  21.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민족의학연구원, 보리, 2009
  22. 서머힐, A. S. 닐, 이현정 옮김, 매월당, 2011
  23. 홀가분, 정혜신 이명수, 해냄, 2011
  24. 무경계, 켄 윌버, 김철수 옮김, 무우수, 2005
  25. 깨달음, 법륜, 정토출판, 2012
  26. 반야심경, 오쇼 라즈니쉬, 이윤기 옮김, 섬앤섬, 2010
  27. 선심초심, 스즈키 순류, 정창영 옮김, 물병자리, 2007
  28.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 이상호, 나무와숲, 2010
  29. 주기자, 주진우, 푸른숲, 2012
  30. 켄 윌버의 일기, 켄 윌버, 김명준 민회준 옮김, 학지사, 2010
  31. 빅 데이터 비즈니스, 스즈키 료스케, 천채정 옮김, 더숲, 2012
  32. 당신은 행복한가, 달라이 라마, 하워드 커틀러, 류시화 옮김, 문학의숲, 2012
  33. 알기쉬운 반야심경, 송원 스님, 상아, 1993
  34. 사물의 민낯, 김지룡, 갈릴레오SNC, 애플북스, 2012
  35.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류시화, 문학의숲, 2012
  36.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2012
  37. 노무현입니다, 정철 장철영, 바다출판사, 2012
  38. 경혈, 미카엘 하메스 외, 구성태 외 옮김, 한솔의학, 2011
  39. 병인병기학,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3
  40. 장상학,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3
  41. 빅데이터와 DBMS의 시장전망, 편집부, 하연, 2012
  42. 긍정의 한줄, 스티브 디거, 키와 블란츠 옮김, 책이있는풍경, 2009
  43. 우리 침뜸 이야기, 정진명, 학민사, 2009
  44. 우리 침뜸의 원리와 응용, 정진명, 학민사, 2011
  45. 베트남 견문록, 임홍재, 김영사, 2010
  46.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쌤앤파커스, 2012
  47. 순오지, 홍만종, 구인환 엮음, 신원문화사, 2003
  48.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이진원 옮김, 김영사, 2012
  49. 상처 떠나보내기, 이승욱, 예담, 2011
  50. 경험이 너를 만든다, 주디장, 이른아침, 2012
  51. 골프도 독학이 된다, 김헌, 양문, 2012
  52. 뜸의 이론과 실제, 김남수, 정통침뜸연구소, 2007
  53. 침뜸진단학, 정통침뜸교육원 교재위원회, 정통침뜸연구소, 2004
  54.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정목, 공감, 2012
  55.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2012
  56. 면역 항염 야채수, 심재근, 건강다이제스트사, 2011
  57.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창비, 2012
  58. 1일1식, 나고모 요시노리, 양영철 옮김, 위스덤스타일, 2012
  59. 택리지, 이중환, 이익성 옮김, 을유문화사, 2002
  60. 나의운명사용설명서, 고미숙, 북드라망, 2012
  61. 빅데이터 혁명, 권대석, 21세기북스, 2012
  62. 빅데이터가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송민정, 한스미디어, 2012
  63. 100년 후에도 읽고싶은 한국명작동시, 한국명작동시선정위원회, 예림당, 2005
  64. 종교란 무엇인가, 오강남, 김영사, 2012
  65.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청전 스님, 휴, 2010
  66.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실천문학사, 1998
  67. 깨달음으로 가는 위빠사나 명상, 해공, 근원, 2012
  68. 나는 없다, 해공, 책세상, 2012
  69. 담배 가게 성자, 라메쉬 발세카, 이명규 송영규 옮김, 2009
  70. 처럼처럼, 최규승, 문학과지성사, 2012
가해자들이 지배하는 세상

가해자들이 지배하는 세상

2011년 12월20일, 대구의 한 중학생이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학생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그 학생을 괴롭혀온 가해자들의 만행은 세상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친구에게 욕설과 폭행은 기본이고, 심지어 물고문까지 가했다는 사실에 이르러서 사람들은 경악했다. 괴롭힘을 당했던 학생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가해 학생들은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구속되었다.

2011년 12월 30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운동 시절 받은 고문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3선 의원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1985년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에 그는 이근안으로부터 한달 가량 물고문, 전기고문 등을 당했다. 그 고문의 후유증으로 김근태는 파킨슨병을 얻었고, 결국 6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김근태를 고문한 이근안은 2000년에 체포되어 7년 징역을 살다가 지금은 개신교 목사가 되었다. 군부독재의 원흉, 전두환은 여전히 주머니에 마르지 않은 29만원을 넣고 다니면서 잘먹고 잘살고 있다.

2011년 12월 14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번째 집회가 열렸다. 지난 20년 동안 할머니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하지 않고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의 만행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그동안 많은 할머니들이 가슴에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다. 일본은 여전히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부채를 탕감했다는 입장이고, 오히려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검찰과 언론으로 대변되는 기득권층의 집단 괴롭힘이 그를 저 세상으로 보낸 것이다. 물론, 그 검찰과 언론의 뒤에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있고, 그 뒤에는 재벌이 있었다. 그들은 친일과 군부독재 그리고 기회주의라는 공통된 속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살려둘 수 없었다. 이명박은 여전히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 나라 국회의 과반 이상을 점하고 있다. 친일과 독재 부역 언론인 조중동은 여전히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학생들의 학교 폭력과 집단 괴롭힘이 과연 그들만의 문제일까? 과연 학교 교육만이 잘못되어서 일어난 일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 현상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3대가 망하고, 친일파들은 기득권세력이 되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수천억원의 부정부패를 일삼은 군부독재의 원흉이 버젓이 고개를 들고 전직 대통령 행세를 한다. 민주운동가를 고문한 경찰은 목사가 되어 설교를 하고, 전과 14범 사기꾼에 속아 대통령으로 선출한 후 경제를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아무 죄도 없는 전직 대통령을 검찰과 언론을 동원하여 여론재판을 한 후 끝내 죽이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네가 성공하려면 네 경쟁자들을 밟아 이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학교, 친구한테 맞지 말고, 먼저 때리라고 가르치는 부모, 가해자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친구를 밟아 이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이 정글보다도 못한 무한경쟁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에 목숨을 끊은 중학생은 잊혀질 것이며, 심성 착하고 가해자가 될 수 없는 또다른 학생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재벌과 한나라당, 조중동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특권을 지켜나갈 것이고, 검찰과 경찰은 여태 그랬듯이 특권층의 주구 노릇을 할 것이다. 앞으로 노무현과 같이 정의를 목놓아 부르는 정치인을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나타난다 하더라도 또 죽임을 당할 것이다.

2012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 따위는 별로 없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은 연민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은 연민

지난 번 중국 출장 때 우연히 북한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갔었다. 단아한 치마저고리를 입은 젊고 아리따운 여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었고, 식당 한켠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작은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대 위의 가수와 무희들은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었고, 추지 못하는 춤이 없었다. 그들의 공연은 흥겨웠지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먹먹함이 깔려 있었다.

북한을 지배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수천년 지속될 것 같은 그 권력도 죽음 앞에서는 너무나 공평하였다. 예수나 붓다 같은 성인들도,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도, 북한의 위대한 수령이라 불린 김일성과 그의 아들 김정일도 죽음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아무리 엄청난 돈이나 권력이라도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무상해진다. 그것은 돈이나 권력, 또는 명예가 삶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인간들은 그것들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양 어제도 달리고 오늘도 달린다.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어리석음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언젠가도 얘기했듯이, 북한은 사회주의를 표방한 봉건주의 국가다. 북한을 지배하는 권력은 김일성에서 아들 김정일에게로 세습되었다. 김정일이 죽자 김정일의 아들인 김정은이 권력의 후계자로 나섰다. 무늬는 인민민주주의이지만, 그 본질은 김씨왕조라고 할 만하다. 북한은 그들의 체제와 자주성을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그것이 북한 인민들의 현재 상태를 변명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김정일의 공개된 시신을 보면서 중국으로 외화벌이를 떠난 아리따운 북한 처녀들의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쓸쓸한 미소 속에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 시선이 증오나 적대감이 아닌 연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북한의 3대 세습과 남한의 친일독재세력의 권력 독점은 이란성 쌍둥이다. 남북한 민중들의 고난과 역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매트릭스를 어떻게 깨고 나오느냐, 아니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느냐가 하는 것이다.

김정일의 사망과 후계자 김정은의 등장은 북한의 인민들이 처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남한 민중들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그들을 연민하고 스스로를 연민한다.

한반도에 봄은 언제나 올 것인가. 답답한 겨울이 가고 있다.

“아, 씨바, 노무현 보고 싶다”

“아, 씨바, 노무현 보고 싶다”

그래, 나 노무현 좋아. 난 자연인 노무현보다 남자다운 남자를 본 적이 없어. 나보다 남자다워. 난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남자가 다 됐어. 그 전엔 나도 부분적으로 찌질했어. 하여튼 난 그런 사람 처음 봤고 아직까진 마지막으로 봤어.

아, 씨바, 노무현 보고 싶다.

이명박 같은 자가 그런 남자를 죽이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내가 노무현 노제 때 사람들 쳐다볼까 봐 소방차 뒤에 숨어서 울다가 그 자리에서 혼자 결심한 게 있어. 남은 세상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그리고 공적 행사에선 검은 넥타이만 맨다. 내가 슬퍼하니까 어떤 새끼가 아예 삼년상 치르라고 빈정대기에, 그래 치를게 이 새끼야, 한 이후로. 봉하도 안 간다. 가서 경건하게 슬퍼하고 그러는 거 싫어. 체질에 안 맞아. 나중에 가서 웃을 거다. 그리고 난 아직, 어떻게든 다 안 했어.

<김어준, 닥치고 정치, p. 299~300>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보다가 이 대목에서 울컥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이명박 같은 자가 노무현을 죽일 수 있었을까. 이런 일은 영화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이 빌어먹을 땅이 저주를 받긴 받은 모양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늘은 푸르고, 은행잎은 저리도 노랗게, 예쁘게 물드는데…

아, 씨바, 노무현 보고 싶다.

구르는 천둥이 남긴 말

구르는 천둥이 남긴 말

비를 내리게 하는 체로키 인디언 치료사 구르는 천둥(Rolling Thunder)이 남긴 말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이 할 수 있는 말들이 아니기 때문에 늘 가슴에 담아두면서 되새기고 싶다.

삶의 가르침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단순히 자리에 앉아서 진리에 대해 토론한다고 해서 진리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대는 삶 속에서 진리를 경험해야 하고, 진리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진리를 깨닫기가 어렵다. 진리는 아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며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p. 54)

어떤 존재도 다른 존재를 해치거나 통제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어떤 개인이나 정부도 사람들을 강제로 어떤 조직이나 체제에 들어가게 하거나 학교나 교회로 보내거나 전쟁터에 내보낼 권리가 없다. 모든 존재는 고귀한 것이고 또한 생의 목적을 갖고 있다.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는 힘이 필요한 것이며, 그것이 곧 영적인 힘이다. (p. 264)

인간은 대지를 소유할 수 없다. 오히려 대지가 인간을 소유한다. 어떤 사람은 문서를 작성해 자신이 그 땅의 소유자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우리는 대지의 소유자가 아니며, 누구도 그렇게 될 수 없다. 대지의 소유자는 ‘위대한 정령’이며, 다만 우리에게 그 권한이 부여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대지를 보호하는 자이다. (p. 344)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지혜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들은 오래 전에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이미 깨달은 사람들이다. 얼굴 흰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자 인디언들의 삶은 철저히 파괴되어 사라져 버린다.

몇몇 남겨진 인디언들의 잠언만이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과연 세상은 발전하는 것인가?

스티브 잡스 (Steve Jobs)

스티브 잡스 (Steve Jobs)

Steve Jobs
Steve Jobs (1955-2011)

세상을 바꾸려던 천재들은 늘 그렇게 일찍 세상을 등졌다.

오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고, 나는 그가 만든 아이폰으로 그의 부음을 들었다.

명복을 빈다.

9월이 간다

9월이 간다

시인은 9월에 대해 이렇게 읖조렸다.

9월이 오면 강물이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 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남겨 둘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인의 바람과는 달리 9월은 슬픔과 분노와 아쉬움만을 남긴 채 가버렸다. 일년 중 가장 풍성한 때인 한가위가 있었음에도 9월은 도무지 신명도 즐거움도 없이 그렇게 가버렸다.

추석 전 날, 아이들을 위해 늘 노심초사 봉사하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사악한 검찰 집단에 의해 구속되었다. 추석이 지나자마자 7개 저축은행들이 영업 정지를 당했고, 그 저축은행에 돈을 예금한 서민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추악한 권력 비리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민노당과 참여당의 진보 통합 노력이 좌절되었다. 지난 몇 달 동안 꿈꿔왔던 대중적 통합 진보 정당의 출현이 불발된 것이다.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가 안쓰러웠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의 희망이 속시원하게 실현된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그런 바람과 희망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실현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바람들은 아름다운 것이고, 인간들은 늘 그런 바람과 희망이 실현되길 기도하는지도 모른다.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머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노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안도현, 구월이 오면>

9월이 가고, 10월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