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깨달음

진정한 깨달음

깨달음은 ‘앎’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를 중심에 두고 부처며 하나님이며, 진리며 도를 대상처럼 대하여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상처럼 구해서 우리 안에 소유하려 하기에 깨달음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진정한 깨달음은 ‘됨’의 일입니다. 그렇기에 무아는 아는 깨달음이 아니라, 되는 깨달음입니다. 대승불교에서의 공(空)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을 제대로 깨닫기 위해선 나 자신이 철저한 공이 되어야 합니다. 나 자신의 실체를 고집하지 않고, 허공처럼 활연히 열릴 적에야 비로소 진리와 자연스레 만나는 것입니다.

진리는 이렇듯 앎의 문제가 아닌, 됨이자 체화의 일입니다. 그래서 진리와의 진정한 체화를 두고 계합(契合)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진정한 계합을 이루게 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비움과도 같습니다.

<원제, 홀연히 깨어나는 신심명, 불광출판사, 2025, p.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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