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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약

개미약

건물관리인이 개미약을 놓으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개미약에는 유인물질이 들어있어 개미들은 먹이인 줄 압니다. 개미들이 이 약을 물고 집으로 들어가 모두 나누어 먹게 되면, 개미집에 있는 모든 개미들은 죽게 되지요.”

개미들이 하나씩 둘씩 개미약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기 종족을 몰살시키는 독약인지도 모든 채, 본능으로 내재된 근면성 하나로 부지런히 개미약을 물고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밤새 죽어간 개미의 시체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몇몇은 아직도 고통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고, 몇몇은 여전히 개미약을 물고 집으로 들어갔다.

독약을 먹고 밤새 몸부림쳤을 개미들을 생각해본다. 그 고통을 깨닫지 못하고, 본능대로 독약을 먹이인 줄 알고 집으로 물고 들어가는 개미들이 처연하다. 죽음에 다다르기가 이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울 줄이야.

어차피 죽일 개미였다면, 고통없이 단숨에 죽여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개미약은 여전히 미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