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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듣고 싶은 노래

봄에 듣고 싶은 노래

아침에는 여전히 쌀쌀한 날씨라 아직 봄이라고 하기엔 좀 이르다. 나이가 드니 점점 겨울이 멀어지는 느낌이다. 좀 더 봄이 빨리 왔으면, 어서 왔으면 하고 아침마다 중얼거린다.

봄은 나에게 늘 아련함을 가져다 준다. 따뜻한 공기와 더불어 저 멀리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없지만, 봄은 포근하면서도 아련해지는 그런 계절이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때의 봄은 매캐한 최류 가스와 함께 시작되었고, 시위대의 소음과 경찰의 진압이라는 긴박감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어김없이 포근하고 아련한 봄은 찾아왔다.

그때 우리들은 봄이면 춘천행 기차를 탔었다. 기타 하나, 소주 몇 병, 라면 몇 개를 챙겨 가지고 그 기차를 탔었다. 기차는 우리들을 대성리, 새터, 강촌, 또는 춘천 등에 내려 놓았고, 북한강 줄기를 바라보면서 밤새 소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울고, 웃고 그랬었다. 벌써 20여년 전 일이다.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라는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왜 그렇게 엠티를 쫓아다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늘 춘천 가는 기차를 탔던 것 같다.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토론하고, 노래 부르고 그랬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사그러들지 않고 아련하게 살아서 20여년간 나의 삶을 붙잡아 주었다.

조금은 지쳐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차창 가득 뽀얗게 서린 입김을 닦아내 보니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

<김현철, 춘천 가는 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