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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독서

하염없이

하염없이

국어사전에는 ‘하염없이’라는 말이 ‘시름에 싸여 멍하니 이렇다 할 만한 아무 생각이 없이’ 또는 ‘어떤 행동이나 심리 상태 따위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되는 상태로’라는 뜻으로 풀이되어 있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다가 ‘하염없이’라는 말에 꽂혔다.

“군사독재 정권 밑에서 교련선생이 뭐냐, 교련선생이. 죽은 느그 성이 무덤서 벌떡 일어나겄다.”

속엣말을 감추는 법이 없는 아버지가 만날 때마다 쏘아붙였더니 어느 날 박선생이 느닷없이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상욱아. 너 하염없다는 말이 먼 말인 중 아냐?”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고 박선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먹은 소주가 죄 눈물이 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고. 생전 처음 취했던 아버지가 비틀비틀, 내 몸에 기대 걸으며 해준 말이다. 고2 겨울이었다. 자기 손으로 형제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을 안고 사는 이에게 하염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열일곱 여린 감수성에 새겨진 무늬는 세월 속에서 더욱 또렷해져 나는 간혹 하염없다는 말을 떠올리곤 했다. 아직도 나는 박선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하염없이 남은 인생을 견디고 있을, 만난 적 없는 아버지 친구의 하염없는 인생이 불쑥불쑥 내 삶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곤 했다.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창비, 2022, pp. 49-50>

우리집 e서재

우리집 e서재

그동안 사모은 책들이 방안에 한가득이다. 가끔은 이 책들을 정리해서 조그마한 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워낙 천성이 게을러서 엄두도 내지 못한다. 책목록을 만들 요량으로 엑셀을 열어 책의 이름과 저자, 출판사 등을 넣어 볼까 생각했는데, 책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국립중앙도서관 웹사이트를 가게 되었고, 우리집 e서재라는 서비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집에 있는 책의 목록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이 국민들을 위해 이런 서비스를 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더 기막힌 것은 국립중앙도서관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면 바로 바코드 스캔으로 책의 정보를 입력시킬 수 있고, 나중에 엑셀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험 삼아 책상에 나뒹구는 책 몇 권을 바코드 스캔으로 입력해 보았다. ISBN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한국십진분류코드까지 생성해냈다.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책에 대한 서평까지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서비스를 계획하고 개발한 국립중앙도서관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가 꾸준히 유지되어 우리나라 독서문화 발전에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집e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