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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미네르바

잊혀지는 것과 기억해야 하는 것

잊혀지는 것과 기억해야 하는 것

세상의 모든 일이란 잊혀지게 마련이고 잊혀져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지만, 때로는 의식적으로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워낙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인데다 언론이라 불리는 집단들의 의도적 여론몰이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일들이 적지 않다.

올해 초, 미네르바라고 불렸던 30대 청년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되었다. 인터넷 통제의 신호탄이라 불렸던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다. 인터넷에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힘없는 네티즌을 구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짜 미네르바를 인터뷰하고 두 번씩이나 사람들을 속여온 “신동아”라는 잡지는 아무일 없다는 듯 넘어가면서 유독 힘없는 네티즌만을 상대로 구속 수사하는 것은 당연히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었다. 형평성? 이 말은 너무나 사치스런 말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나서 용산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철거민들의 시위에 경찰이 과잉대응하면서 벌어진 인재였다. 6명의 사람이 불에 타서 숨졌는데, 유족들은 숨진 철거민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할 줄 아는 것이 오로지 삽질 뿐인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경찰이 견찰이 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사람이 6명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청장이 될뻔했던 사람이 물러났을 뿐이었다. 이명박은 그 사람이 아깝다고 했다.

용산참사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때마침 연쇄살인범이 잡혔다. 그리고 권력과 언론은 여론의 관심을 용산참사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 돌리려고 했다. 쓰레기 언론들은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둥, 사실상 무력화된 사형제도를 부활시켜야 된다는둥 법석을 떨었다. 간교했다. 강호순 사건으로 인해 용산참사는 잊혀졌다. 죽은지 두달이 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철거민들은 여전히 눈을 감지 못했다.

권력이 강호순 사건으로 돌려막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전두환 시절의 보도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용산참사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건이었지만, 설령 일어났다 하더라도 정부와 경찰이 사과하고 고인들과 유족들을 달래야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권은 쓰레기 언론을 통해 여론의 관심을 다른 사건으로 의도적으로 돌리려했다. 상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지만, 상식, 도덕 이런 말들도 역시 사치였다. 강호순 사건으로 돌려막기를 했다는 상황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역시 묻혀버렸다.

모든 일이 그런 식이었다. 촛불재판에 관여했다는 신영철 대법관 사건은 어떤가? 법원들의 소장 판사가 들썩였고, 대법원장까지 조사를 해야한다는 말이 나왔다. 조사 결과,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 해 있었던 촛불시위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 (이 결과 발표는 사실 의외였다.) 신영철 대법관은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사람들이 신영철 대법관이 곧 사퇴할 것이라 생각했다.

신영철 대법관은 한국 야구가 살렸다. 한국 야구가 극적인 승부를 벌이면서 결승까지 진출하자 사람들은 흥분하고 환호했다. 언론도 여론도 신영철이 누구? 하면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신영철 대법관은 WBC 야구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줄로만 알았던 여배우 장자연 사건은 또 어떤가? 의외의 거물들이 연관이 되자 이 사건이 수사당국과 언론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고, 박연차 리스트가 다시 등장했다. 박연차는 정권의 곶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둘씩 빼먹는 재미. 노무현 조카 사위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이제 보궐선거가 다가왔음을 알아채야 한다.

이 많은 일들이 불과 지난 석달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연연해하지 않는 것은 장점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늘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은 힘없는 서민이라는 사실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대법관들이 웃을 얘기다. 이런 일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만, 카르마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것, 반드시 기억해야할 진리는 이것이 아닐까?

미네르바 구속, 이것은 인터넷과 리만 브라더스의 전쟁이다

미네르바 구속, 이것은 인터넷과 리만 브라더스의 전쟁이다

이제부터 인터넷에 글을 쓸 때, 비록 개인 블로그라 할지라도 논문처럼 정확한 레퍼런스(참고문헌)와 주석을 달아야 할 것이다. 언제 어떻게 검찰에 소환될지 모르니, 어디까지가 인용이고 어디까지가 의견인지를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혐의를 벗을 수도 있고, 처벌을 받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음 아고라에서 정확한 경제 예측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인터넷 논객이 미네르바다. 미네르바가 이렇게 인터넷과 언론을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그의 해박한 경제 지식과 손쉽게 얻을 수 없는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한 정확한 경제 진단과 예측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작년부터 대한민국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한 “리만 브라더스”의 뻘짓 때문일 것이다.

나는 다음 아고라를 가지 않기 때문에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언론이나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옮겨진 그의 글을 몇 편 읽어 보았다. 큰 틀에서 그가 한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나 같은 소시민에게도 벌써 2005년 말, 2006년도부터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소문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미국발 금융 위기를 불러올 것이고, 우리나라도 그 금융위기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였다.

리만 브라더스가 그 위기를 잘 넘길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였다. 리만 브라더스의 이력만 보더라도 그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작년에 리만 브라더스가 1년 내내 행한 짓들을 보면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위기의 시작은 미국이었지만, 그 위기를 증폭시킨 것은 그들의 책임이다. 한 마디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지금은 포크레인으로도 못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해가 바뀌자마자 우리의 검찰께서 “미네르바 검거”라는 탁월한 선택을 하시어, 오히려 리만 브라더스를 더 곤경에 처하게 했다. 물론, 리만 브라더스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검찰 스스로 판단해서 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네르바 검거는 검찰은 물론 리만 브라더스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 악수임은 분명하다.

지금 인터넷 상에서는 “검찰이 구속한 미네르바가 바로 그 미네르바가 맞냐”라는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검찰이 구속한 미네르바는 여러 미네르바 중의 한 명일 뿐이다”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사실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워낙 말들이 많으니 나도 “사실만 가지고” 숟가락 한 번 꽂아보면,

1. 인터넷,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 아고라에서 필명으로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은 여러 명이 존재한다. 이것은 다음 아고라 운영자에게 물어봐도 금방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고 더군다나 정부의 핵심 관계자까지도 확인해 준 사안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 “미네르바 복수”, 매일경제)

2.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는 작년 12월 신동아에 인터뷰를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동아에 인터뷰를 한 미네르바는 다른 사람이다. 신동아가 그 인터뷰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들이 인터뷰한 다른 미네르바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구속된 미네르바가 자신들과 인터뷰한 미네르바인지 아닌지는 확인해줄 수 있지 않을까? (미네르바, 신동아 기고한 적 없다고 부인, 한국경제)

3. 우리의 검찰께서 신동아 관련 부분은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셨으며, 지금 구속된 미네르바가 그 미네르바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시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박씨가 글을 쓴 동기와 배경, 공범 또는 주변인물이 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말 한 월간지와 인터뷰를 했는지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향후 수사 방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인터넷논객 ‘미네르바’ 구속 수감]

우리의 검찰께서는 요즘들어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이라 여겨지는 부분들을 일부러 또는 괜히 애둘러 가시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신동아 인터뷰 부분은 여러 미네르바 중 바로 그 미네르바를 구별하는데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미 검찰은 지금 구속한 미네르바가 그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씀해 주시었다.

4. 지금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는 “허위사실 유포”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썼다는 그 많은 글 중에 특히 연말에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매입 자제” 공문을 보냈다는 글을 문제삼고 있는데, 그렇다면 정부는 금융기관에 달러 매입 자제를 요청했을까 안했을까? 이석현 의원(이 사람은 국회의원이다)은 정부가 분명히 금융기관에 달러 매입 자제를 전화로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가 시중은행에 ‘달러매입자제’ 전화까지 했다”, 오마이뉴스)

5. 그렇다면 “전화”로 요청한 것을 “공문”을 보냈다고 했기 때문에 “허위 사실 유포”에 걸린다고 지금 검찰께서는 주장하고 계시고, 여러 미네르바 중 한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것이다. 이것이 과연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법원 영장 전담 판사이신 김용상 판사께서는 왜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셨을까?

김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외환시장 및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서 그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다.

[뉴시스, 미네르바 구속, 네티즌들 갑론을박]

6. 전화로 달러매입자제를 요청한 것을 공문으로 보냈다고 했기에 범죄사실이 소명된다고 하신 김용상 판사는 그동안 어떤 판결을 내리셨을까? 법관은 늘 판결로 얘기한다고 하는데, 김용상 판사의 프로필이 인터넷에 공개되었다고 수사 대상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검찰. 그렇다면 김용상 판사의 그간의 판결들이 국가 기밀이라도 된다 말인가?

사실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가 진짜 원조 미네르바냐 아니냐는 논란은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일개 네티즌이 사소한 거짓말(전화로 한 것을 공문으로 했다고 했기에)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고 구속을 했다는 사실, 검찰의 그러한 주장에 법원까지 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 이것은 이명박 정권들어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은 것이 아니고, 30년전 쯤 독재의 시절까지 되찾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새해들어 이명박 정권은 검찰을 동원해 인터넷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네르바의 구속은 그 한 단면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리만 브라더스와 인터넷, 과연 리만 브라더스는 인터넷을 평정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이명박이든, 강만수든, 검찰이든, 영장전담판사든 간에 인터넷이 어떤 공간인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인터넷과의 전쟁, 리만 브라더스는 승리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인터넷 최강국이라는 나라에서 2009년 새해 벽두에 일어나는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