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바람이 부니 꽃비가 내린다.
하얀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아름다운 것들은 머물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왔다가 그렇게 쉬이 떠나는 것.
과거도 미래도 없는 순간일 뿐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기억되지 않는 슬픔.
순간으로 존재하면 완전한 것이다.
바람이 불고, 꽃비가 내렸다.
바람이 부니 꽃비가 내린다.
하얀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아름다운 것들은 머물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왔다가 그렇게 쉬이 떠나는 것.
과거도 미래도 없는 순간일 뿐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기억되지 않는 슬픔.
순간으로 존재하면 완전한 것이다.
바람이 불고, 꽃비가 내렸다.
슬픔이 깊고도 깊었다. 슬픔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캄캄한 심연으로 나를 침잠시켰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밥숟가락을 들어도, 화장실 변기에 앉아도 눈물이 흘렀다. 시간이 멈췄다.
노무현이 떠났다. 내가 사랑했던 정치인, 내가 존경했던 대통령, 내가 최후의 지지자가 되겠다고 말했던 그가 떠났다. 나는 그를 지키지 못했다. 아무도 그를 지키지 못했다.
그는 역사 앞에 그렇게 홀로 서서 역사와 맞섰다. 그리고 그는 초연히 떠났다. 그가 감당했던, 그리고 감당해야 할 역사의 몫이 너무도 컸다.
운명이었다. 정의를 가지고 역사와 맞서겠다던 사람의 운명이었다. 원칙과 상식으로 비루한 역사를 다시 세워보겠다던 사람이 맞닥뜨려야 했던 운명이었다. 아무도 그의 짐을 나누어질 수 없었다. 서럽디서럽도록 숭고하고 위대하지만, 나는 목이 메고 가슴이 아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영원히 사는 길을 택했다. 그는 역사 속에서 부활하여 신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나는 그가 사무치게 그리워 목 놓아 울 뿐이다.
이제 그의 장난기 어린 말투도, 그의 사자후 같은 연설도, 그의 잔잔하고 따뜻한 미소도 이 세상에는 없다. 그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을 쉰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이제 그가 떠났다.
그를 어떻게 놓아드려야 할지, 그를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건만, 나는 여전히 그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생을 떠난 그가 진실로 진실로 안식하길 기도하지만, 이 부조리하고 비루하고 빌어먹을 역사는 끊임없이 그를 불러낼 것이다. 그는 죽어서도 죽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고도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다음 생에서 당신을 만난다면 그때도 잊지 않고 당신을 사랑했노라고, 당신의 최후의 지지자였노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 당신이 편히 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도합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 유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