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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암호화폐

잊혀질 수 없는 미래

잊혀질 수 없는 미래

컴퓨터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전자기기는 인터넷으로 연결되는데, 그 위에 안전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는 블록체인으로 저장된다. 한 번 저장되면 수정되거나 삭제되지 않고 영원히 남는 거래와 기억들. 사기도 칠 수 없지만, 잊혀질 수도 없는 기록들. 그것을 보장하고 촉진하기 위해 발행되는 암호화폐들. 이것이 블록체인이 상상하는 미래다.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잊혀질 수 있는 권리는 점점 불가능한 소망으로 바뀌고 있다.

비트코인이 주는 행복한 꿈

비트코인이 주는 행복한 꿈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

정부가 암호화폐(또는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한다고 하자,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안타깝고 안쓰러운 글이다. 이 시대 청년들의 절망과 박탈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암호화폐 거래로 행복한 꿈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요즘 불고 있는 암호화폐의 광풍은 좋게 말하면 투기고, 나쁘게 말하면 도박이다. 암호화폐 거래가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로섬 게임이고 “돈 놓고 돈 먹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식 시장도 공인된 도박판이라 하지만, 그래도 주가는 기업의 성과와 연계되어 있어 암호화폐 거래보다는 실체가 있다.

암호화폐 거래가 주는 행복한 꿈은 단적으로 말해 “불로소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들의 탐욕”으로 정의할 수 있다. 불로소득, 일확천금, 탐욕, 어느 하나 행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들이다. 운이 억세게 좋아 암호화폐 거래로 돈을 번다 해도 그 돈은 운이 나쁜 다른 사람들의 눈물이다.

더구나 이런 거품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때문에 정부는 당연히 암호화폐 거래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인간들의 탐욕은 자율로 통제되지 않는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의 마지막은 파멸이다. 거래의 거품이 꺼지는 날에는 그들이 꾸었던 행복한 꿈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뀐다.

청년들이 부나비처럼 암호화폐 거래소에 모여드는 것는 그만큼 그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병리 현상의 책임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를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기로, 청년세대는 암호화폐 거래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나라는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살는 나라가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다. 청년들이 미몽에서 벗어나 이런 건강한 꿈을 꾸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