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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설 연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설 연휴의 끝자락이다. 이번 설은 주말과 이어져 긴 연휴가 되었다. 연휴가 길면 느긋하게 쉴 수 있어 좋은 일이지만, 우리나라 기혼 여성들은 그만큼 더 힘들기도 할 것이다. 명절 때만 되면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보통 고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차례 음식 장만하랴, 손님 치르랴, 하루 세 번씩 꼬박꼬박 밥상을 차리고 설겆이를 해야 하는 대부분 한국 여성들의 명절은 참으로 고되다. 오죽하면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생겼겠는가.

요즘 젊은 부부들 중에는 남편들이 제법 집안 살림을 돕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돕는다는 차원이다. 집안의 가사노동이 자기 일이 아니고 아내의 일이지만,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도와준다고 얘기한다. 우리 아버지 세대보다는 나아졌지만, 가사노동을 둘러싼 우리나라 남자들의 사고방식은 좀 더 진화해야 한다. 더군다나 아내와 맞벌이를 한다면 집안 일은 공평히 분담해야 한다. 그런 마음을 먹어도 여자들의 노동 강도를 넘어서기 힘들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맞벌이 여성들의 가사노동 강도를 보면 아직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집안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을 비교해 보면, 06년 상반기 남성의 월평균임금은 3,127,000원, 여성은 1,888,362원으로 여성은 남성 임금의 64.1%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임금격차의 벽은 5년 전인 02년과 별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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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성의 가정관리와 가족보살피기 등의 가사노동시간은 4시간 47분(04년 기준)으로 5년 전보다 8분 줄었고, 남성은 2시간 11분으로 5년 전보다 5분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남성의 비해 2배나 더 높다.

[서울시 ‘직장 여성, 돈 벌면서도 가사부담 여전’, 서울시청]

이것이 서울시의 평균이기 때문에 이 정도이지, 전국 평균으로 하면 여성들의 노동 강도는 휠씬 더 증가할 것이다. 2006년 말의 경우를 보면, 맞벌이 부부 중 아내가 남편보다 평균 5배 이상 더 집안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만약 우리나라 여성들이 집단 파업이라도 하면 어찌될 것인가. 제대로 차례를 지낼 수 있는 집이 몇 집이나 될까? 이번 설에도 나는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을 꼬박꼬박 받아먹으면서 함포고복했다. 설겆이라도 할라치면 어머니는 극구 만류하신다. (이 지점이 아내와 어머니의 세대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아내는 나의 가사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알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집안 일 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신다.)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어떤 사람들은 이명박과 그의 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자 잘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 시기상조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받는 차별이 아직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어머니와 나의 아내와 나의 딸이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남자들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 여성가족부는 존치되어야 한다.

설 연휴를 고단하게 보낸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다음 명절이 이번보다는 좀 더 나은, 좀 더 편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길 바란다.

어머니와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많은 빚을 지면서 살고 있다.

여성부를 위한 변명

여성부를 위한 변명

여성부의 성매매 방지 연말 캠페인 때문에 말들이 많다. 회식 후에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회식비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이 좀 웃기기는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캠페인이 나라 망신을 시켰다며 여성부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영국 BBC 나 CNN 에 방송이 되었다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이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기사다.

성지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조교수는 4일 ‘맞벌이 부부의 시간 사용’이라는 보고서에서, 맞벌이 부부 중 부인의 가사노동 시간이 주당 21.4시간으로 남편의 4.6시간에 견주어 다섯배 정도 많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7차 연도(2004년) 자료를 이용한 것으로, 맞벌이 부부 859쌍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를 보면 자녀가 있는 경우에 남성의 가사노동이 주당 5.1시간으로 조금 늘어났으며, 자녀가 2살 미만일 때 8.4시간으로 가장 많았다. 2~5살은 7.3시간, 6~11살 4.5시간, 12~18살은 3.9시간으로 나타났다. 여성도 자녀가 있을 때 23.2시간으로 가사노동이 증가했고 2살 미만일 경우 28.8시간, 2~5살 24.6시간, 6~11살 23.7시간, 12~18살 22.1시간이었다. 또한 남성의 고용 상태별로 가사노동 시간을 분석한 결과, 임금노동자일 때 5.3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고용주와 자영업은 각각 3.5시간인 것으로 집계됐다.

[맞벌이 주부 집안일 주21시간…남편의 5배, 한겨레신문]

맞벌이를 하는 우리나라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평균 5배 정도 더 가사노동을 한다는 얘기다. 사실 직장에서도 여자들이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과 아이들 치닥거리에 쉴 틈이 없다.

이런 불평등이 계속되는 한, 여성부는 그 상징성 자체로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 집안 일은 여자들 몫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어머니, 아내, 딸들이 안쓰럽지도 않은가.

그렇다고 여성부의 웃기는 캠페인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여성부 책임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회식 후의 성매매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회식 문화가 담백하지 않다. 이런 문화를 좀 더 가족적이고 담백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여성부의 정책 입안자였다면, 직장의 연말 회식을 가족 중심의 모임으로 유도했을 것이다. 부부동반이나 더 넓게는 아이들까지 같이 즐길 수 있는 회식과 모임에 비용을 도와주는 이벤트. 이런 방법이 훨씬 세련되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시라.

여성부가 단지 성매매 방지만을 위해 일하는 곳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여성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