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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월요일

인면수심

인면수심

겨울답지 않게 며칠째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니 아니나 다를까 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 먼지들은 서해안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온 것도 있고, 오래된 경유차의 배기구멍에서 나온 것도 있고, 중국 베이징에서 날아온 것도 있었다. 시베리아에서 찬 바람이 불지 않으면 겨울 하늘은 늘 잿빛이다.

어렸을 때부터 코치에게 폭행을 당하고 커서는 성폭행을 당한 여자 빙상 선수가 폭로를 하자, 유도에서도 몇 년 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자 선수가 공개적으로 코치를 고발했다. 자신이 십수 년 간 가르쳐온 선수들을 때리고 성폭행을 할 수 있는 그 자들의 인면수심에 구역질이 났다. 세상에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널려 있다.

자유한국당이 5.18 광주민주항쟁 진상조사단에 추천한 조사위원 면면이 공개되었다. 물론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진상조사 위원이라기보다는 진상조사 방해 위원이라고 해야할 사람들을 추천해 놓고 희희낙낙하는 그들 역시 인면수심이긴 마찬가지다. 하기야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을 민주주의 아버지로 생각하는 자들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미세먼지 가득한 따뜻한 겨울보다는 차라리 살을 에는 추위라도 좋으니 차갑고 맑은 겨울 날이 훨씬 낫다. 차가운 북서풍이 불면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을까? 답답한 월요일이다.

아내가 보내 준 월요일을 여는 시

아내가 보내 준 월요일을 여는 시

결혼 전에 나는 시를 많이 읽었었다. 읽은 시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내 생각과 함께 아내에게 (그 때는 애인이었었나?) 보내곤 했다. 아내가 시를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내 준 시를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빛이 바랬지만 따뜻한 난로와 같은 추억이다. 월요일 아침 나의 일주일을 기분 좋게 시작하도록 아내는 시를 보내 왔다. 아내의 마음이 고맙다.
그리움이란 것은 마음 안에 이는 간절한 소망과도 같이 한 사람에 대한 따스한 기다림의 시작입니다 그 한 사람에게 구비 구비 굽어진 길 그 길을 트는 마음의 노동입니다 그리움이란 것은 그렇게 마음을 잡고 한 사람을 사랑하겠다는 것입니다 일어나 밥을 먹는 습관보다 먼저 떠 올려지는 사람을 익숙해진 모습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움이란 것은 또 그렇게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눈이 오면 눈이 와서 보고픈 한 사람을 침묵하며 참아내는 것입니다 그리움이란 그래서 영혼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마음입니다 [배은미, 그리움이란 것은]
이 시를 읽으니 류시화의 시가 떠올랐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데 하물며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