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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장석남

옛 노트에서

옛 노트에서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장석남, 옛 노트에서]

그리움이 화석처럼 가슴에 와 박힌다. 그리움의 화석이 켜켜이 쌓여 지금 내 모습이 된다. 지나간 시간들은 내 몸으로 들어와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