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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기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기술

언제부턴가 귀에 몹시 거슬리는 단어가 있다. “재테크”. 재무 테크놀로지(Financial Technology)를 일본식으로 줄여서 부르는 말인 것 같은데, 한마디로 말하면 “돈 버는 기술”이란 뜻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일은 하지 않고 돈 놓고 돈을 먹겠다는 일종의 야바위 기술”을 의미한다.

2007년 말부터 세계 금융 시장에 위기가 닥쳤다. 미국발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Loan)이 문제가 되어 전세계 금융 시장을 강타했다. 물론 몇 년 전부터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되었지만, 미국의 부시 정권은 그것을 대응할 만한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금융 위기의 원인이 복잡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 위기는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일어난 문제다. 일은 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겠다는 그 도둑놈 심보 같은 탐욕이 금융 위기의 근원인 것이다.

위기에 봉착한 각국 정부는 땜질식 처방으로 위기를 넘겨 보려고 안간힘을 쓰곤 있지만,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는 한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같이 금융 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있고, 외부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는 치명적이다. 더군다나 지금의 이명박 정권은 미국의 부시 정권에 버금가는 무능함과 무대책을 갖추고 있지 않는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이 도박장으로 변한지는 오래 전이다. 기업들에게 건전한 경로를 통해 자본을 대주고, 기업의 성과를 투자자들에게 나누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주식시장은 본말이 전도되어, 돈 놓고 돈 먹는 야바위판으로 변질되었다.

이런 판국에 개미투자자라고 불리는 개인들이 이 판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다. 실제로 연일 폭락하는 주식사장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불빛을 보고 달려든 불나비처럼 그들은 그렇게 스러지고 있다. 주위에 주식하는 사람들이 꽤 되지만, 그 판에서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다. 돈 놓고 돈 먹기 판에서 개인들이 기관이나 외인들을 이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시중 서점가에는 “재테크”에 대한 책들이 널려 있고, 신문, 방송 등의 언론에서도 연일 현명한 “재테크”를 운운한다. 이런 식의 호객 행위로 아무 것도 모르는 개미들의 탐욕을 자극하여 판을 키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재테크”라고 불리는 것은 전형적 야바위꾼 기술이다.

지금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누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그만큼 잃게 되어 있다. 아무런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치를 생산하려면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일하는 사람은 없고 앉아서 돈만 챙기려고 하니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테크”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며 사기다. 그리고 그 사기질에 대다수 개미들은 속고 있다. 물론 그 개미들의 탐욕도 사기꾼들의 탐욕과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금융 시장은 실물 경제의 보조적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 실제로 가치를 생산하는 분야는 실물이고, 금융은 그 실물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주객이 전도되어 있는 차원을 넘어, 실물 경제와는 무관하게 금융만으로 돈을 벌겠다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번졌던 “재테크” 열풍은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나는 “재테크”라는 말을 혐오한다. 인간들의 탐욕을 자극하여 종국에는 파멸에 이르게 하는 상황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속이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개미들은 정신차리고 그 탐욕의 야바위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동안 그 판에서 많은 돈을 잃었다 하더라도 과거는 모두 잊고 빠져나와야 한다. 고통스럽다고 해도 그 길만이 살 길이다. 잃은 돈을 만회해 보겠다고 계속 기웃거리면 결국에는 파멸만 있을 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일확천금을 노리지 마라. 돈을 벌고 싶으면 일을 하라. 그리고 현재에 충실하라. 행여 필요 이상의 돈이 모이면 다른 사람들을 도와라. 그리고도 돈이 조금 남는다면 그냥 저축을 하라. 이것이 내가 가진 상식이다.

부디 많은 개미들이 “재테크”라는 허울 좋은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고, 상식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