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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청계천

이런 것은 “저주”라 부를 만하다

이런 것은 “저주”라 부를 만하다

만약 화성 표면에서 일직선으로 된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인간들은 화성에서 생명체가 산다는 또는 살았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자연과 우주는 일직선으로 된 무언가를 만들지 않는다. 어떤 생명체라든지, 아니면 초자연적인 존재의 의지가 들어가지 않는 한 그런 직선은 나타나지 않는다.

추석 연휴에 서울과 수도권에 물폭탄이라 부를만한 비가 쏟아졌다. 시간 당 거의 100mm의 비가 대여섯 시간 쏟아지니, 도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기상 관측 이후 100여년만에 처음으로 광화문과 청계천 일대가 침수되었다.

이런 폭우를 가져온 비구름은 서울을 정확하게 조준한 폭탄처럼 보였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구름이 아니었다. 무언가의 의지가 포함된 듯한 그런 구름이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할만했다. 이런 현상을 전문 용어로 “저주”라 부른다.

이 구름 사진을 보면서 나는 문수 스님을 떠올렸다. 왜 그랬을까?

추석 연휴 첫날부터 방송에 나와 찌질거리는 자가 있었고, 광화문과 청계천, 그리고 수도권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서민들만이 폭우의 피해자가 되었다.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가 아니라, 잊지 못할 슬픈 한가위가 되어버렸다.

“물의 날”에 다시 보는 청계천

“물의 날”에 다시 보는 청계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세계화된 자본주의는 아직도 기름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에 기름값이 오르면 경제 성장에 지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기름값이 이렇게 오르는 이유는 기름의 수급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이렇게 기름을 쓰다가는 언젠가는 바닥날 것이다.

기름이 없어지면 어찌될 것인가? 인간들의 편리한 생활이 피폐해지기는 하겠지만 다시 옛날로 돌아가면 그 뿐이다. 자동차가 없었던 시대로 말이다. 전기가 필요하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면 될 것이고. 기름이 없어졌다고 인간들이 몰살하거나 멸망하지는 않겠지. 우리가 기름을 먹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물은?

물이 없어지거나 오염되어 버리면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은 사라질 것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지구라는 별에 생명체가 생겨난 이유도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이 있다는 얘기는 생명이 있다는 얘기다. 살아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과학자들이 다른 별의 생명체를 찾을 때도 물이 있었는가를 먼저 따진다.

인간들은 기름값이 오르는 것을 걱정하면서, 기름이 바닥날 것을 걱정하면서 “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직까지 그 심각성이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일까?

유엔과 월드비전에서 보낸 캠페인 편지에 “물에 관한 진실 다섯 가지”가 나오는데 그 내용이 자못 충격적이다.

물에 관한 진실 다섯 가지

하나. 6명당 1명의 사람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에 필요한 최소 물의 양은 하루 20리터인테, 양치질하며 30초 동안 흘려 버리는 물의 양은 6리터입니다.

둘. 매일 6000여명의 아이들이 설사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220만명이 설사로 사망하는데, 이는 매일 20대의 점보제트기가 추락하는 것과 같습니다.

셋. 물 자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유한하지 않습니다. 유해물질 배출로 오염된 하천은 10년후 여러분 자녀들의 이유식을 만들 때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넷. 물 부족은 교육받을 기회를 빼앗습니다. 수인성 질병으로 인한 연간 결석일수는 4억 4천 3백만 일입니다.

다섯. 물 부족의 근본 원인은 불평등입니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은 수자원 접근에 조직적으로 배제되고 있습니다.

매일 6000여명이 아이들이 안전한 물을 먹지 못해 설사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물에 대한 현실이 이러한데도 대한민국은 그 좋은 강물을 파헤쳐 운하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번에도 정신차리지 못하면, 경제 살리는 것은 그만두더라도 물 부족으로 한 때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불렸던 한반도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물은 생명이다. 우리들과 우리 자손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다.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날에 시사주간지 타임의 환경영웅으로 뽑혔던 이메가의 청계천 사진을 한 번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꼭 먹어 봐야 똥인줄 알고, 꼭 눈으로 봐야만 믿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사진출처) 어떤가? 밥맛나는 사진들 아닌가? 물이라도 제대로 마시고 싶으면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찍지 말아야 할지는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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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치명적인 이유

이명박이 치명적인 이유

2메가 또는 2MB라 일컬어지는 이명박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위험하다는 사실이 이번 숭례문 화재로 다시 한 번 밝혀졌다. 현대건설 사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일들을 살펴보면 묘한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이명박 자신의 출세를 위해 또는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전시성으로 기획되고 “졸속”으로 추진된다. 그 전시 효과의 단물을 모두 빨아먹고 난 후, 일이 실패하기 전에 이명박은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정작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말이다.

이명박이 문화재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숭례문을 졸속으로 개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알려진대로 국보 1호 문화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그것은 그냥 표면적인 또는 부수적인 이유일뿐이다. 진짜 이유는 숭례문 앞에서 북치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숭례문을 “졸속”으로 개방한 것이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자서전에 한 줄 넣기 위해서 말이다.

이명박은 애시당초 문화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문화재 같은 것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정확하겠지. 하지만 숭례문 개방 이벤트가 자신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순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였다. 조중동 같은 신문들은 그의 “추진력”을 칭송하고 말이다. 정말 문화재를 사랑하고 그것을 시민들의 품에 돌려보내겠다고 하는 사람은 그렇게 일을 하지 않는다. 이명박은 숭례문 개방 이벤트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숭례문 화재와 붕괴가 TV로 생중계되고 그 잔해가 끔찍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갖고 아우성치지만, 청계천 공사로 사라진 문화재 또한 숭례문 붕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이 과연 청계천을 복원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관심이 있었을까? 아니다. 이명박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청계천 복원을 이명박이 했다”라는 사실 뿐이다. 청계천 물을 한강에서 퍼올리든, 년간 운영비가 200억원이 넘게 들든 (그 돈이 자기 돈이 아닌 바에야)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치적을 삼기 위해 임기 내에 겉모양만 그럴 듯하게 해치워 버린 것이다. 청계천은 대권밑천일 뿐이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은 또 어떤가. 이명박이 정말 작고 효율적인 정부조직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 순진하거나 아니면 바보거나 둘 중에 하나다. 이명박은 장관 숫자를 줄이고, 공무원 숫자를 줄였다는 사실에 집착할 뿐이다. 그 부처가 왜 필요한 것인지, 왜 통합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 부처를 없애는 것이 왜 효율적인지 따위는 사실 안중에도 없다. 공무원 숫자를 줄였다는 업적만을 갖고 싶은 것 뿐이다. 그 일의 타당성, 부작용 등은 아예 관심 밖이기 때문에 따져볼 이유도 없다.

현대 건설이 망한 이유를 아는가? 70년대 그 잘나가던 우리나라 대표 회사, 현대건설이 망했다. 그것도 숭례문 붕괴의 경우와 아주 비슷하다. 자신의 실적을 위해 수금도 할 수 없던 이라크에서 무조건 수주를 해온 이명박 때문이었다. 정작 회사가 망할 때는 이명박은 이미 회사를 떠나고 없었고, 그 피해와 책임은 남아있던 회사 직원들과 국민들이 짊어져야 했다. 그리고 이명박은 “성공한 CEO 출신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만 가져갔다.

모든 것이 이런 식이다. 앞으로 경부운하도 이럴 것이고, 교육정책도 이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여태 벌인 일들이나 앞으로 벌일 일들이 대부분 “비가역적”이라는 데 있다. 되돌릴 수 없거나 되돌리기 너무 힘들다는 것들이다. 숭례문 붕괴가 그랬고,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도 돌이킬 수 없고, 경부운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명박의 살아온 인생 행적을 추적해 봤을때, 이명박은 김영삼보다도 훨씬 위험하고, 전두환, 노태우보다도 치명적이다. 대한민국은 박정희 이후 최대 난적을 만났다.

3년 후 숭례문이 복원되었을 때, 이명박은 숭례문 앞에서 또 북을 치며 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국보 1호를 되살려 놓은 대통령”으로 박수를 받겠지? 당신들은 또 이명박을 연호하며 박수를 치겠는가? 경제만 살리는 줄 알았더니 숭례문까지 살렸다고?

독일은 나찌의 만행을 잊지 않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그대로 놔두었다 한다. 마찬가지로 숭례문도 이명박이 물러갈 때까지 복원하면 안된다. 그 처참함을 봐야 그나마 “이명박이 치명적인 이유”를 기억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들을 너무 쉽게 잊고 있다. 숭례문의 잔해는 기억상실이 일반화된 우리들을 매일 같이 각성시킬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부운하만은 막아야 한다. 이것은 당신들과 나의 그리고 우리 자식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