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d by
Tag: 파리

파리와 서민

파리와 서민

파리는 나면서부터 부모한테 버려진 채 평생 가족도 집도 없이 혼자 산다. 항상 벌, 거미, 참새 등의 위협을 받지만 남을 위협하는 일은 없고, 먹이라고는 인간 사회의 폐기물밖에 없다. 파리의 생태는 전혀 아름답지 않지만, 잔인하지 않으며 극히 조촐한, 말하자면 서민들이 사는 모습과 닮았다.

<하이타니 겐지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양철북, 2002, p. 92>

[산티아고 순례길 2] 바욘의 노을

[산티아고 순례길 2] 바욘의 노을

11시간의 비행 끝에 파리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에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내일 생장피에드포르에 가기 위해 오늘 바욘에 도착해야한다. 비행기를 갈아탈 때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때마침 유로2016이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데, 스페인과 이탈리아 경기가 TV로 중계되고 있었다. 영국의 EU탈퇴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유럽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하고 있었다. 스페인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결국 2대0으로 이탈리아가 8강에 올랐다. 바욘 비아리츠 공항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되었다. C버스에 올라 친절한 여자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바욘 시내에서 내렸다. 니브강이 유장하게 흐르고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호텔로 걸어오는 동안 프랑스 남부 소도시의 여유를 마음껏 즐겼다. 니브강 저편으로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깨끗하고 여유롭고 나른한 바욘의 밤이었다.
바욘, 니브강
바욘, 니브강
바욘의 노을
바욘의 노을
[산티아고 순례길 1] 뜻밖의 여정

[산티아고 순례길 1] 뜻밖의 여정

삶은 대개 계획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모든 여행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불과 두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순례길을 끝까지 걸을 수는 없지만, 이번 여행은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일종의 ‘부름’이었고, ‘선물’이었다.

새벽 3시 반,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이 들었지만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부름’으로 눈을 떴다. 역시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 공항가는 버스 좌석을 예매하지 않았는데, 새벽에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표 파는 아저씨가 마지막 한자리가 남았다고 귀뜸해 주었다. 누군가가 계속 지켜보면서 도와주는 기분이 들었다.

인천공항은 예상대로 몹시 붐볐다. 방학을 맞은 젊은이들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공항은 북새통이었다. 에어프랑스 기장들의 파업 때문인지 파리로 가는 비행기의 도착이 지연되었다. 비행기에 탄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설레임이 가득했다. 비행기에서 주는 두 번의 밥을 꼬박 챙겨먹고, 몇편의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오랜 비행이 주는 피로를 쉽게 견디지 못했다. 늘 계획없이 사는 자의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뜻밖의 여행이라도 큰 기대는 없었다.

인천공항, 출발 전 비행기 모습
인천공항, 출발 전 비행기 모습
그대가 적을 사랑한다면

그대가 적을 사랑한다면

만약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다른 사람들도 사랑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우리 자신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잘못되게 생각할 수 없고, 잘못되게 말할 수 없으며, 잘못되게 행동할 수 없다. 만약 그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안다면, 그때 그대는 어디에도 미움을 가져오지 않는다. 마음은 모든 선과 악의 선두 주자이다. 마음은 정화되면 좋은 카르마를 창조한다. 마음이 오염되지 않으면 그대의 행위는 순수할 것이고 세상도 순수할 것이다.

자애는 사랑과 친절을 가져오고 그대를 건강하게 만든다. 만약 그대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면 그것은 그대 자신에게 좋은 일이다. 이 세상에서 증오는 결코 증오를 통해 중단되지 않는다.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그것은 중단된다. 이것은 영원한 법칙이다. 미국의 사랑이 없고 인도의 사랑이 없다. 사랑에는 차이가 없다. 마음은 놀라운 힘이다. 그대의 온 존재에 사랑의 생각이 구석구석 스며들게 해 보라. 그대의 순수한 가슴으로부터 그것이 나오게 하라. 그대가 적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적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유일한 길이다.

<미르카 크네스터,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 p. 303>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무닌드라의 법문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