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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씁쓸한 인생

정운찬, 씁쓸한 인생

황석영의 경우에는 변절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도 있겠다. 한국의 대표하는 저항 문인이었고, 남북을 이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월북을 감행하기도 하여 오랜 기간 옥고를 치루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명박과 손을 잡고 중도 어쩌구 할 때에는 참담했다. 어찌 황석영이 이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고, 칠십에 가까운 그의 “황구라” 인생이 그렇게 스러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정운찬에 이르러서는 아무런 정서적 반발감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건 변절이 아닌 회귀이거나 자연스러운 드러냄이었기 때문이다. 정운찬의 삶이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지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가 말로는 이명박 정권을 몇 번 비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그의 인생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그저 깔끔한 이미지의 주류였다.

작년 12월에 그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반대한다는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뉴딜은 제도를 바꾸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둔 것이지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뉴딜한다고 잠수돼 있던 대운하가 나올까 걱정이다.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맞지 않는 대운하 사업에 들어갈 돈은 장기적 연구와 개발 등 소프트파워 신장에 써야 한다.

<2008년 12월 10일 뉴욕 초청 강연 중에서>

그의 말은 불과 1년도 안되어 이렇게 바뀐다.

“대운하에 대해선 반대입장 분명히 했다. 환경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대운하가 우선순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러나 4대강은 수질개선과 관련 있기 때문에 쉽게 반대하기 어렵다. 청계천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4대강 주변에 중소도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반대할 의사 없다.”

[“MB경제 비판했지만… 대통령과 생각 비슷 대운하 반대했지만, ‘4대강’ 반대 의사 없다”, 오마이뉴스]

정운찬에게 있어서 4대강은 토목공사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평생 학자로 지냈던 사람의 권력욕이 정치인 못지 않다.

정운찬과 같은 학과에 근무하고 있는 이준구 교수는 4대강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지금 정부가 내놓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은 별 경제적 효과 없이 환경을 대규모로 파괴할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대운하사업과 단 한 치의 차이도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부가 이제는 우리 강을 살리기 위해 그 사업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4대강 정비사업이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대운하 사업 이상의 피해를 가져올 것은 너무나도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이준구, 전혀 반갑지 않은 대운하 포기 선언]

서울대 경제학과에 근무했던 유명한 두 명의 경제학자가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해 전혀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국무총리라는 감투를 받고 자신의 입장을 180도 바꾸었다. 과연 누구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어떤 이들은 정운찬의 입각에 대해 여러 해설을 곁드리기도 하지만, 별 의미없어 보인다. 그저 이명박의 일회용 얼굴 마담일 뿐이다. 지금 황석영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살만큼 산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이렇게 망가뜨리는 것을 보면 그저 “씁쓸”할 뿐이다.

예수도 울고 갈 이명박의 힘에 놀라다

예수도 울고 갈 이명박의 힘에 놀라다

지난 대선을 앞둔 2007년 12월, 재야세력과 종교단체들은 부패세력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며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하고 민주세력의 단일화를 요구했었다. 비상시국회의를 주도했던 인물 중 하나가 바로 황석영이었고, 그는 선언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이 거짓말쟁이 지도자, 부패 지도자에게 국정을 농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는다.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모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는 대다수 국민의 의지를 모아 이 몰상식한 선거판을 바로잡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부패한 정치세력, 위장과 거짓말을 반복하는 정치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부패정치세력 집권저지와 민주대연합을 위한 비상시국회의’의 결성을 선언하는 바이다.

[“단일화 안하면 거짓 민주화세력 규정”, 오마이뉴스]

비상시국회의의 황석영이 언급한 부패한 정치세력은 바로 한나라당의 후보 이명박이었다. 그때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황석영의 모습에서 자못 숙연함이 느껴진다.


출처 : “단일화 안하면 거짓 민주화세력 규정” – 오마이뉴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흘렀다. 부패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겠다고 하던 황석영이 그 부패세력과 손을 잡고 부패세력의 성공을 위해 큰틀에서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명박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날아가 비단길의 옛 중심지 사마르칸트에서 멋진 사진을 한장 박아주셨다.

자신의 집권저지에 앞장섰던 인물을 끌어들인 이명박에게는 분명 뭔가가 있다. 이명박의 삶의 궤적으로 보았을 때 한 나라의 대통령은 커녕 면사무소 서기도 되기 어려운, 아니 되어서는 안되는 인물이지만, 이 자는 사람들의 탐욕을 자극하고 꿰뚫어보고 그것을 발현하도록 하는 능력이 있다.

주가 5000 시대, 747 공약 등 말도 안되는 사기를 쳤지만, 결국 아파트 한채 뜯어먹고 살겠다는 국민들의 탐욕을 일깨워 대통령이 되었다. 황석영에게도 문화부 장관 또는 노벨상 수상 지원 등의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들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 약속이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명박에게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회한 황석영의 탐욕과 위선이 번득이는 이명박의 본능에 걸린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황석영은 그동안 자기의 재능과 위선으로 쌓아올린 업적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이명박과 손을 잡은 이들의 말로를 황석영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명박의 비서였던 김유찬, 동업자였던 김경준, 이명박에게 기도를 해주었다던 추부길, 그리고 이명박과 호형호제한다는 천신일까지. 이제 황석영도 그들과 유사한 말로를 따를 것이다.

예수도 자기가 반석이라는 이름을 붙혀준 수제자 베드로에게 새벽 닭이 울기 전 세 번의 배신을 당했다. 예수를 따르겠다는 기독교의 장로인 이명박은 자기를 앞장서 반대했던 인물을 자기 편으로 끌어드렸다. 이명박의 힘이 참으로 놀라워 보이긴 하다. 결과적으로 이명박과 황석영은 서로 반대의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하나의 지향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황석영의 속내를 까발려준 이명박에게 처음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명박이 아니었으면 황석영의 위선에 속아 아직도 그의 책을 뒤적이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황석영이 노벨상을 타게 된다면, 그것은 죽은 노벨이 다시 살아서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릴 일이다.

황석영보다 차라리 이문열이 낫다

황석영보다 차라리 이문열이 낫다

며칠 전 이명박의 해외순방에 황석영이 따라갔다는 기사를 보고 석연치 않았는데, 오늘 그의 속내를 드러낸 보도를 보고 나는 뒷통수를 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개”같은 세상이라지만, 천하의 황석영의 입에서 저런 “개”같은 소리를 들어야한다는 사실이 무척 초현실적이었다.

그는 ‘용산참사’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며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광주사태라고 말했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라 말했다. 이것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써서 광주민주항쟁의 본질을 고발한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내가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광주의 진실을 말해주었던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아직도 그 수많은 영혼들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천하의 황석영이 저런 망언을 일삼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칠십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이 하루 아침에 자기의 삶을 송두리째 시궁창에 쳐박을 수 있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인간이었는데 나같은 놈이 그런 인간을 못알아본 것인지. 도대체 누가 잘못한 것일까? 이명박이 중도라서 큰틀에서 협력하겠다구? 이명박은 중도인데, 한국의 좌파들은 좌파가 아니라구? 이거 정말 미친거 아니야?

내가 제일 혐오하는 인간들이 “변절”을 일삼는 자들이다. 나는 내 주위에서 수많은 변절을 보아왔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들의 이념을 별로 믿지 않는다. 특히, 함부로 강하게 자기 이념의 선명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자들을 경계한다. 내가 이명박보다 더 싫어하는 자들이 바로 김문수나 이재오 같은 부류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극좌들이 하루 아침에 극우로 돌변하는 상황을 심심치않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황석영도 그 변절의 대열에 앞장섰다. 그의 말같지도 않은 합리화를 보려하니 차라리 이문열이 더 순수해 보인다. 어차피 그럴 거였으면 애초부터 이문열처럼 담백한 극우로 살지 왜 그런 “개”고생을 했을까? 이명박 치하에서 완장차고 문화부 장관이라도 한자리 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참으로 대한민국은 “개”같은 나라의 전형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3대 문장으로 조정래, 황석영, 김훈이 일컬어졌는데, 이제 조정래 하나 남았구나. 참으로 슬픈 5월의 푸르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