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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10주년

블로그 10년

블로그 10년

블로그를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많은 말을 했다. 슬픔과 분노와 비난을 토하기도 했고,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 말들이 서로 뒤섞여 지난 10년의 흔적을 이곳에 새겼다.

흔적 없는 삶을 욕망하면서 흔적을 남기는 역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모든 욕망을 놓아버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삶을 바랄 수 있을까?

삶이 허락되는 한, 블로그는 지속될 것이고 흔적은 남을 것이다. 새로운 10년은 더 간소하고 담백하게 살아보련다.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너의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그 장미와 함께 한 시간때문이라고. 여우가 한 말은 맞는 말이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어린왕자와 그 장미가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같이 보내도록 운명지워졌다는 것.

나는 남녀의 사랑과 결혼에 관해서는 운명론자다. 그 무수한 가능성과 확률을 뚫고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평생을 같이한다는 것은 “운명” 말고 다른 것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한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미리 결정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내와 결혼을 한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무슨 기념일을 챙기는 편이 아니지만, 10년이라는 세월 앞에서는 감개무량함을 감출 수 없다. 돌아보면, 살과 같이 흐른 지난 세월이 마치 꿈만 같다. 우리는 그 세월을 별 탈없이 살아왔다. 딸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우리들은 어느덧 학부형이 되었다. 재기발랄하고 풋풋했던 20대는 아니지만, 이제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중년은 소중하다.

아내가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결혼 초였던가. 공원 벤치에 앉아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단팥빵을 나누어 먹었던 일. 그러면서 우리는 늙어서도 이런 부부가 되자고 얘기했었던 일. 우리는 노인이 되어서도 그런 부부가 될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내는 나에게 까불까불 할 것이고, 할아버지가 된 나는 아내의 그런 쾌활함을 즐길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팥빵을 나누어 먹을 것이다.

아내와 나의 사랑이 10년이라는 나이테를 둘러 꽤나 틈실해졌다. 이제 예전처럼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하더라도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그런 성숙함과 중후함이 보인다. 그렇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고, 시간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았다.

(아내가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나는 운이 좋은 놈이다. 아내처럼 예쁘고 현명한 여자와 평생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내를 닮은 예쁘고 똘똘한 딸을 얻었으니 말이다. 행복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잘 살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집착하지 않고 되도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렇게 살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지 우리는 지난 10년을 함께 배워왔다.

결혼 10주년에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아내가 늘 듣고 싶어하던 노래. 아내는 윤도현보다도 내가 더 이 노래를 잘 한다고 얘기했었지. 사실일 것이다. 내겐 너무 소중한 아내, 내겐 너무 행복한 당신. 앞으로의 10년은 더 행복한 시간이 될거야. 그렇지?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나의 하루를 가만히 닫아주는 너
은은한 달빛 따라 너의 모습 사라지고
홀로 남은 골목길엔 수줍은 내 마음만

나의 아픔을 가만히 안아주는 너
눈물 흘린 시간 뒤엔 언제나 네가 있어
상처받은 내 영혼에 따뜻한 네 손길만

처음엔 그냥 친군 줄만 알았어
아무 색깔 없이 언제나 영원하길
또 다시 사랑이라 부르진 않아
아무 아픔 없이 너만은 행복하길
워우워우 예~~~

널 만나면 말 없이 있어도
또 하나의 나처럼 편안했던 거야

널 만나면 순수한 네 모습에
철없는 아이처럼 잊었던 거야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내겐 너무 행복한 너

<윤도현 밴드, 사랑 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