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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꽃비

바람이 부니 꽃비가 내린다.

하얀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아름다운 것들은 머물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왔다가 그렇게 쉬이 떠나는 것.

과거도 미래도 없는 순간일 뿐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기억되지 않는 슬픔.

순간으로 존재하면 완전한 것이다.

 

4월 19일

바람이 불고, 꽃비가 내렸다.

20년전 오늘 우리는 이 노래를 불렀다

20년전 오늘 우리는 이 노래를 불렀다

진달래가 가득한 교정에서 최류 가스에 눈물을 쏟으면서 불렀던 노래.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사는 나무다”라고 외친 선배들의 죽음을 보면서 흐느끼며 불렀던 노래. 뜨거운 분노와 서러운 슬픔을 가슴 가득 안고 친구들과 함께 쓸쓸히 불렀던 노래.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쓰러져 간 젊음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 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련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이영도, 진달래>

오늘도 그때처럼 교정 가득 꽃이 피었건만, 아무도 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태양만 말 없이 꽃을 비출 뿐,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