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살고 싶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나는 단순하게 살고 싶다.
비가 내릴 때 창가에 앉아
시험 치지 않을 책을 읽고 싶다.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원해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내 몸에 귀를 기울이고 싶고
달이 높이 떠올랐을 때 잠들어
천천히 일어나고 싶다.
급히 달려갈 곳도 없이.
나는 인류가 스스로 부과한
돈과 시간, 혹은 어떤 인위적인 제한들에 의해
지배받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존재하고 싶다.
경계 없이, 무한하게.

I want to live simply.
I want to sit by the window when it rains
and read books I’ll never be tested on.
I want to paint because I want to,
not because I’ve got something to prove.
I want to listen to my body,
fall asleep when the moon is high and wake up slowly,
with no place to rush off to.
I want not to be governed by money or clocks
or any of the artificial restraints
that humanity imposes on itself.
I just want to be, boundless and infinite.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적폐청산의 시작

적폐청산의 시작

이명박 구속은 박정희 사살 이후 가장 손꼽을만한 현대사의 쾌거다. 이 쾌거의 8할은 김어준과 주진우의 덕이다. 이들은 현대판 독립운동가라 불릴만하다.

이명박이 지은 죄를 지금부터 밝혀야 한다. 그가 빼돌린 국민의 세금을 모두 국고로 환수하고 이명박 일당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그를 단죄하지 않고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적폐청산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차이와 존중

차이와 존중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螗琅 自愛滚丸 不羡驪龍之如意珠 驪龍 亦不以如意珠 自矜驕而笑彼蜋丸.

<이덕무, 선귤당농소>

모두가 말똥구리일 수 없듯이 모두가 용이 될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저마다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 가치는 비교될 수 없다. 다를 뿐이고 그 다름은 온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희정과 정희의 몰락

희정과 정희의 몰락

안희정의 아버지는 박정희를 존경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존경하는 박정희의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의 저주는 아니겠지만, 밤의 안희정은 박정희가 되어 버린다.

박정희는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다. 역사 상 전무후무한 기회주의자인데다가 수백 명의 젊은 여성을 유린한 기상천외한 색마였다. 사실 성범죄로 따지자면 박정희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

안희정은 박정희 같은 기회주의자는 아니지만 모든 국민을 속인 이중인격자다. 낮에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고 인권을 얘기했지만, 밤에는 수행비서를 능욕했다. 낮에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밤에는 박정희의 후계자였다.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안희정의 혀는 길어졌다. ‘선의’를 말하면서 중언부언했고 궤변을 늘어 놓았다. 그의 말대로 그의 초심은 선의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가 광역단체장이라는 알량한 권력에 취해서 추악하게 변한 건 사실이다. 비서를 성폭행을 하고도 “괘념치 말라”고 마치 봉건시대의 왕처럼 말한 대목은 압권이다.

안희정 같은 철저한 위선자들이 사실 가장 위험한 부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위선과 이중성이 피해자인 수행비서의 용기로 폭로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범죄가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 나왔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다시 거꾸로 돌아갔을 것이다.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안희정도 한순간에 몰락했다. 안희정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21세기 한국 정치판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목격했다. 안희정의 다채로운 삶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문재인의 마법

문재인의 마법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마법사인 것 같다. 지난 9년간 이명박, 박근혜가 통째로 말아먹은 국정을 불과 몇 달 사이에 정상으로 돌려놓고 있다.  최순실 국정논단으로 망해가던 평창올림픽을 가장 성공한 올림픽으로 바꿔 놓았다. 일촉즉발, 풍전등화, 전쟁 직전의 한반도를 불과 두어달만에 평화가 싹트는 곳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 능력과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문재인이 보여준 마법의 근원은 신의이고, 배려이다. 그는 어느 사람이든 진심으로 대한다. 그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면 누구든 ‘아, 이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안팎이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가 어린 독재자 김정은이건, 막말하는 트럼프건 간에 문재인을 만나면 달라진다. 알려진 대로 그는 지독한 원칙주의자이지만, 그 원칙을 지켜나가는 힘은 신뢰이다. 신뢰는 지도자가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품성이다. 문재인은 가장 믿을만한 정치인이고, 그런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 땅의 축복이다.

문재인은 일머리를 아는 사람이고, 제대로 일을 할 줄 안다. 보통 정치인들은 말로만 때우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문재인은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 그는 참여정부 5년을 청와대에서 지내면서 수많은 일들을 해결했다. 탄핵 당한 대통령을 변호하여 구했고, 천성산 터널 문제로 수십일 단식하던 스님을 설득했다.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국정에 관해서는 이 나라 어느 정치인보다도 유능하다. 참여정부의 성공과 시행착오를 몸소 겪으면서 그는 완전체로 거듭난다. 가장 유능한 전략가가 지도자가 되었으니 더 무슨 말을 하랴.

문재인의 힘은 노무현에게서 나온다. 노무현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인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슬픈 주인공이 되었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분신이고 노무현의 부활이다. 노무현의 치열함이 늘 문재인을 각성시켰고, 문재인의 견고한 믿음이 노무현을 지켜주었다. 문재인은 아마 지금도 노무현의 유서를 항상 가슴에 지니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은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항상 문재인과 함께 할 것이다. 노무현의 가장 좋은 친구 문재인은 노무현이 시작한 길을 완성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특사를 보냈고, 하룻만에 엄청난 합의를 했다. 북한의 김정은도 문재인이라면 믿을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한반도에도 평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수교가 이루어지며, 남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할 날이 곧 올 것 같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문재인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도무지 불가능하게 보였던 통일도 점차 가시화될 것이다.

문재인의 마법이 지속되어 정의와 평화가 젖과 꿀처럼 흐르는 한반도가 되길 바란다. 노무현의 유산, 문재인 대통령이 자랑스럽다. 오늘 같은 날은 노무현 대통령도 하늘나라에서 “야~~~! 기분 조오타!”라고 외칠 것 같다.

겨울날의 회상

겨울날의 회상

바람은 북쪽에서 불어왔다. 눈보라는 능선을 넘어 휘몰아쳤고, 능선 위의 소나무들은 모두 남쪽으로 가지를 뻗었다. 나뭇가지는 바람을 거스를 수 없었다. 거스를 수 없는 것들의 운명은 쓸쓸했다.

지난 겨울은 몹시 추웠고, 추운만큼 쓸쓸했고 건조했다. 떠들석한 잔치가 끝나고 난 후의 공허함이 겨울의 한복판을 갈랐다. 모두 떠나버렸고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았으며 누구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바람은 다시 불었고 눈발이 날렸다. 그의 발자국은 자작나무 숲 속으로 사라졌다. 눈 속으로 떠났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람은 그치지 않고 겨울은 잊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