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5월, 노무현을 가슴에 묻다

슬픈 5월, 노무현을 가슴에 묻다

5월은 푸르름이다. 산천초목이 새로운 생기를 얻어 푸르게 피어나는 계절. 5월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가장 슬픈 계절이기도 하다. 지독하게 아름다운 것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꼭 두해가 지났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잊혀지기 마련이라지만, 때로는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사진만 보아도,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의 글만 읽어보아도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메인다. 그를 추모하는 전시회에 가서 울지 않으려 했지만, 때로는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불과 2년 사이에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생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욕하고 비난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를 추모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그의 삶과 죽음만큼 큰 간극을 보였다.

노무현을 탄핵으로 몰았던 민주당이 노무현의 맏상주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고, 노무현을 경포대라 비난했던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가 되어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부르짖고 있다. 노무현 생전과 사후에 달라지지 않은 것은 여전히 이땅은 기회주의자들의 천국이라는 것이고, 노무현이 평가받는 이유는 단지 그가 죽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희망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너무 이른 얘기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게 쉽지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

노무현의 후계자라 불릴만한 유시민은 요즘 생전의 노무현 만큼 비난을 받고, 욕을 먹는다. 그 이유는 생전의 노무현이 욕을 먹었던 이유와 같다.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않고, 상식과 원칙, 정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무현을 보좌했던 이들도 유시민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노무현의 길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가시밭길인가를 알 수 있다.

노무현의 죽음은 세상 사람들에게 일말의 연민을 느끼게 했지만, 그들의 비열함과 탐욕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유시민도 노무현 만큼 시달릴 것이고, 고통을 받을 것이고, 욕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이 끝까지 노무현 정신을 놓지 않는다면, 노무현 지지자들은 유시민을 지켜야 한다.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은 한번이면 족하다. 또다시 노무현 정신을 부여잡고 가는 이들을 노무현처럼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해마다 아름다운 5월이면, 광주와 노무현으로 세상은 슬픔에 잠길 것이다. 노무현을 가슴에 묻은 나는 해마다 5월이면, 그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리고 유시민을 통해 노무현의 부활을 꿈꿀 것이다.

4 thoughts on “슬픈 5월, 노무현을 가슴에 묻다

  1. 안그래도 소요유님 글이 올라오지 않을까 궁금해하던 참인데 글을 올려주셨군요.
    글 부분 부분에 대한 사소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참 반가운 일입니다. : )

    유시민에 대해선 다소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은퇴를 하던가, 아니면 민주당으로 백기투항하라’는 경향 이대근 칼럼류 입장에 대해서도 그다지 공감하지는 않지만, 소요유님의 다소 편향된 애정에 바탕한 바람이나 기대에 대해서도 선뜻 공감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에게 덧 씌어진 이미지들(특히나 탐욕과 가벼움의 이미지) 상당부분이 부당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의 행보는 좀 진중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1. 민노씨 님, 반갑습니다. 🙂

      예전에도 그랬지만, 민노씨 님과 저는 정치적 지향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노무현이나 유시민을 바라보는 부분에는 이견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노무현이나 유시민에 대해 과도하고 편향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시선이 존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민노씨 님 같은 분이 보시기에 지나칠 수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제가 노무현이나 유시민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진보적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물론 진보로 따지면 노무현이나 유시민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거의 중도나 중도 우파에 가깝지요.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놓고 볼 때, 노무현과 유시민 같은 이들은 참으로 귀한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정치 지향이 극진보는 아니지만, 그들은 혁명적입니다. (김규항은 지배세력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라면 혁명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물론, 김규항은 노무현이나 유시민을 몹시 싫어하지요. 신자유주의자라서.)

      우리나라 현대사를 지배한 세력들은 친일세력과 독재세력 그리고 그들에게 부역한 자들인데, 이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기회주의 세력들입니다. 이 기회주의자들이 자기들만의 특권을 유지하여 지배계급이 된 것입니다.

      이들에게 처음으로 반기를 들어 성공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지요. 기회주의자들에게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노무현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노무현 사후, 유시민이 노무현의 길을 가겠다고 나선 것이구요. 아마 거의 모든 지배계층이 유시민을 죽이려 달려 들고 있습니다. 물론, 진보 매체라는 오마이, 한겨레도 포함되어 있구요. 민주당 지도부의 9할은 유시민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기회주의자들에게 노무현과 유시민은 공공의 적입니다. 이런 판국에 저 같은 노무현 지지자들은 한가하게 양비론이나 양시론으로 대응할 수는 없습니다. 노무현의 말투를 가지고 비난하고 욕하던 자들이 역시 유시민의 가벼움을 들먹이더군요. 모두가 이미지 조작일 뿐입니다.

      사실 조중동이나 한나라당 보다 더 위험한 족속들이 경향의 이대근이나 한겨레의 성한용 같은 자들입니다. 위장된 진보요, 기회주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민노씨 님이 저처럼 노무현이나 유시민을 지지할 수는 없을 지라도 그저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들이 민노씨 님이 바라는 그런 극진보는 아닐지라도, 역사를 배신하는 이들은 아니니까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 안녕하세요~!
    조금 늦었지만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도와달라고 할 때, 그 외침을 무시하였던 대학생으로서 가슴이 아픕니다… 분명 목소리에도 표정에도 도와달라는 기색이 역력했었는데 흠;; 아무튼 그 어떤 말보다 ‘노력한 것은 누릴 수 있게 하자’라는 걸 표망하셨기에 너무 존경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지금은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누릴 것들만 쌓아놓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요
    그런 분들에게는 절대 노무현이나 유시민 같은 정치인들은 최악의 나쁜 사람일 꺼예요… 그런 분들 중 노무현이라는 배에 따르지 않다가 어쩔수 없이 따르게 된 수 많은 사람들이 현재 나누어지고 있는 거 같구요

    책은 몇 번 읽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네요 언뜻, 남기신 책 ‘운명’에서 “돈 없이 정치를 하면 그 돈 구하려고 여기저기 휘둘리게 되는 게 정치인의 인생이고, 힘드니 하지 말고 돈 있으면 하라”고 하셨지요.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게 정치인의 입장이라고 하셨죠
    그런 면에서 전 총리 두 분과 문재인님 유시민님의 입장이 얼마나 괴로울 지 짐작도 가고, 어쩔수 없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에 몸을 담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더 명확해지겠죠… 노력한 만큼만 얻을 수 있어도 그들이 보이는 절망보다 더 큰 희망이 있다는 걸 받아들일 때까지… 그때까지 모든 분들이 부디 몸 건강하셔서 함께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욤~!

    1. 고맙습니다. Playing 님 같이 젊은 분들이 깨어 있어야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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