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에어”보다 더 갖고 싶은 것은

“맥북 에어”보다 더 갖고 싶은 것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선보인 맥북 에어(MacBook Air)는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런 노트북이어서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름신의 강한 유혹을 느꼈다. 하얀 맥북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무게의 압박감, 견고하지 못하고 때가 잘타는 외관에 조금은 실망했던 터라 맥북 에어의 출현은 내가 가려워했던 곳을 아주 정확히 긁어주는 것이었다.

맥북 에어보다도 더 갖고 싶었던 것은 그것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었다.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낡은 운동화, 단상 위에 물병 하나. 소탈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날카롭고,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그의 외모와 목소리. 스티브 잡스의 맥월드 2008 프리젠테이션은 거의 완벽한 쑈였다. 1시간 30분간 계속된 그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최고 경영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자금이나 만들고,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또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그런 경영자가 아닌, 진정 기술 혁신(innovation)을 알고, 그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회사와 경영자, 직접 자기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시현해 보이면서 “Isn’t it cool?”을 연발할 수 있는 경영자, 그런 것이 부러웠다. 그의 자신감과 실력과 아이디어와 노력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생겨날 수 있을까? 지금으로 봐서는 극히 부정적이다. 과학과 기술을 천시하고, 이공계를 기피하며, 도전 정신이 사라진 나라에서 스티브 잡스는 나올 수 없다. 프로그래머가 천대받고, 3D 업종으로 전락한 나라에서 스티브 잡스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은 의사가 되어 (그것도 성형외과) 사람들 점이나 빼고 있고, 또는 검사가 되어 권력의 개 노릇을 하려 하는 나라에서 무슨 스티브 잡스가 나오겠는가.

인터넷으로 중계된 그의 발표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난생 처음으로 미국의 강대함을 깨달았다. ‘부시가 아무리 깽판을 쳐도 미국이 쉽게 망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는가?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맥북 에어를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런 자괴감과 열등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나저나 맥북 에어 살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6 thoughts on ““맥북 에어”보다 더 갖고 싶은 것은

  1. 그가 있기에 제품에 뭔가 더 특별함을 살려주는 것 같아요. 얼핏 보면 사기꾼 스럽기도 한데.. 참.. 뭔가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는 것 같은 사람. ㅎㅎ 본받을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놀라운 통찰력, 한발 앞선 실행능력.
    그나저나 저도 맥북 에어 살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2. 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저렇게 발표하는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을까요? ㅠㅠ
    얼마전 Bill Gates’ Last Day 동영상도 그렇고, 문화 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외국 경영자들 참 매력있는 사람들 많습니다.

  3. u 님의 댓글을 보니, 가슴이 뜨끔합니다. 제가 다른 것에는 별 욕심이 없는데, 아직도 두 가지에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책과 컴퓨터 (특히 노트북) 입니다. 책 욕심은 어렸을 때부터 그랬는데,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도서관 같은 데서 빌려 읽고자 하는데도, 읽고 나서도 좋은 책들은 그냥 사버리지요. 소유욕 인정합니다.

    노트북 같은 경우는 아주 까다롭게 고릅니다. 제가 선정한 기준을 만족한 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2년 전에 구입한 것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맥북이지요. 잘 쓰고 있습니다. 좀 무겁다는 것만 빼면 거의 모든 면에서 만족합니다. 그런데, 2년만에 맥북 에어를 본 순간, 참을 수 없는 소유욕이 또 저를 괴롭힙니다. 아마 올해 안에 돈을 모아 살 것 같습니다.

    욕심쟁이라도 욕하셔도 할 말 없습니다. 아마 제가 그 두 가지에 모두 욕심을 버린다면 성불을 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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