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서거, 정치적 고아가 되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정치적 고아가 되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라디오 속보로 흘러나오는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했다. 목이 메였다. 지난 달부터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서거 소식은 여전히 견디기 힘든 슬픔이었다.

김대중이 누구던가.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 온몸으로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그리하여 그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디면서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 아니던가.

오늘 그가 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떠난지 100일도 안되어 김대중 대통령도 떠났다. 해방 이후, 대통령이라 부를 수 있었던 단 두 명의 정치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갔다.

죽기 직전까지 독재에 대해 걱정해야 했고, 민주주의에 대해 걱정해야 했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해 노심초사해야 했던 대통령이 그렇게 갔다. 도덕이 밥먹여주냐며,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며 아무 생각없이, 아니 너무나 탐욕스럽게 이명박을 찍은 국민들을 뒤로 하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

김대중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없었다. 국민들은 여전히 박정희, 전두환 같은 군부독재자들에게 짓밟히고 있었을 것이고, 정권 교체도 없었을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다. 민주주의 상징이자 민주주의 그 자체였던 그가 그렇게 갔다.

노무현이 가고, 김대중이 갔다. 이제 누구에게 기대겠는가? 이 땅의 힘없는 백성들은 이제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 절망 안에 또다른 절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달 전 김대중 대통령이 615 선언 9주년에 했던 연설이 우리에게 들려준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나는 오랜 정치 경험으로, 감각으로, 만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하다는 것을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리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 내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더불어서 여러분께도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정권이) 백 수십명 죽이고, 인혁당도 죽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 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위해서 우리 할 일을 다 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할 때 누구든지 사람은 마음 속에 양심이 있습니다. 행동하면 그것이 옳은 일 인줄 알면서도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만일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고초를 겪을 때 500만명 문상객 중 10분지 1인 50만명이라도, 그럴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럴 순 없다, 매일 같이 혐의 흘리면서 정신적 타격을 주고, 스트레스 주고, 그럴 수는 없다, 50만명만 그렇게 나섰어도 노 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억울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가슴 아프겠습니까.

나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게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그리고 독재자에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간 화해 협력을 이룩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가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그렇게 해서 온 국민들이 바른 생각도 갖고, 표현이나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디서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어디서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이대로 가면 MB도 국민도 불행해질 것 행동하는 양심 돼야… 방관하는 자, 악의 편”, 오마이뉴스>

그는 85세의 고령에도 마지막까지 피맺힌 목소리로 절규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그의 정치 역정은 끝까지 이 땅의 독재와 맞붙는 것으로 끝났다. 목이 메인다.

노무현이 가고 김대중이 갔다. 우리들은 정치적 고아가 되었다. 이제 우리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김대중 대통령 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님 만나 두 분이 못다한 정 나누십시오. 저희들은 두 분이 사무치게 그리울 뿐입니다.

16 thoughts on “김대중 대통령 서거, 정치적 고아가 되다

    1. 도아 님의 말씀에 위안을 얻습니다. 그리고 도아 님의 용기에 격려를 보냅니다.
      저도 얼른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ㅠㅠ

  1. 저는 왠일인지 새벽 3시에 잠이 깨어 무슨일이 일어나는 것 같이 불안했읍니다.
    바로 그 시간 즈음에 한국에서 제가 존경하는 큰 별이 지셨읍니다.
    위로를 나누려 소요유님을 찾게 되었읍니다.
    벌써 글을 올려 놓으셨군요.
    6 15때 행동하는 양심을 절규하시던 어른이신데
    그것이 결국 마지막이었군요.
    노무현대통령 장례식때 통곡하셨던 모습…..

    김대중대통령님,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었는데
    우리가 염치없지만 살아계시기만을 바랐는데
    당신이 계셨던 조국이 든든했었는데
    이제 가셨읍니다.
    어렸을때 사람들이 김대중은 빨갱이란다, 그런데 정말 똑똑하다, 말을 잘한다, 그런 수근거림을
    들으면서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했읍니다.
    커서 옥중서신을 읽은 후 한국의 간디가 이분이 아닐까 생각했읍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을 존경할 수 있어서 행복했읍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1. 님의 말씀처럼 존재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주셨던 분인데…
      몇 안되는 훌륭한 분들이 올해 모두 하늘로 가시는군요.

      이제 슬픔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입니다.

  2. 정말 고아가 된 느낌입니다. 흐르는 이 눈물을 무엇으로 승화시켜야 할까요?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그 분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항상 깨어 탐구하는 정신과 용기를 본받기를 다짐해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럴 수 있길 간구합니다.

    1. 국민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십분의 일,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이라도 그 분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산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가 되겠지요.

      고맙습니다.

  3. 고아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나라는 이제 더 이상 미래가 없다라는게 더 큰 문제 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 직원 왈 “김동길이 멋있다” 입니다.

    도대체 저 나이 쳐드시고 어찌 그 정도 사람 보는 눈이 없을까… 한심 스럽더군요…
    그 사람 인생은 월 몇만원 더 받는 것 아파트 값 오르게 인생에 낙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아새끼를 싸질러 낳는가 도대체 아새끼 한테 뭘 가르칠 것인가
    과정 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저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 나이 쳐먹도록
    생각 하는게 저정도 밖에 안될까…

    고등학교 밖에 안나온 나도 느끼겠는데…

    아마도 그건 그네들 말로 진흙탕 똥물에 굴러서 그런거 일텐데…

    가망이 없습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미래가 없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그저 떠날것을 결정 하고 이나라에 사는 천민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집에 계신 노모도… 안타깝습니다.

    1. 님의 말씀처럼 많은 사람들이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닙니다.

      희망을 갖게 하는, 희망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 노무현, 김대중 같은 지도자도 나왔잖아요?

      희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저도 지금 고민 중입니다.
      같이 고민하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요?

      무지에서 깨어난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면서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떠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택하시든지 님이 건강하길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4. 지못미님,
    그런사람들 제 주위에도 많습니다. 불쌍해요.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도 희생자들일 수도 있읍니다. 나쁜언론들의 프레임에 엮여서 자기도 모른사이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 평소에 하는 것은 착한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힘들지만 님께서 그런사람들 조금씩 변화될 수 있도록 신경써주세요.
    김대중대통령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것은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하셨는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지만 제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책 나눠읽어가며 나쁜 신문이 왜 나쁜지 조금씩 (반감갖지 않게)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읍니다.
    오늘은 목포의 눈물을 들으며 저도 실컷 울고 싶네요.

    1.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들은 참으로 불쌍한 자들이지요.

      홍경화 님의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이 세상을 바꿀 겁니다.

      님과 함께 목포의 눈물을 나지막히 불러봅니다.

      고맙습니다.

  5. 한탄 스럽습니다…

    이렇게 웹사이트에서는 옳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오프라인에서는 도데체가 정신 빠져사는 사람밖에 없는건지…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물에서 건져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사람들….

    정말 치가 떨립니다…

    무지가 무식보다 얼마나 큰 죄인지…

    그들은 알지를 못합니다…ㅠㅠ

  6.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방명록을 못 찾아 여기다 인사드립니다.)

    슬픈 소식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힘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요유님,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이야기들로 계속 만나길 소망합니다.

    1. 방명록은 괜히 찾으셨군요. 그런 것이 있을리가 없지요.

      CeeKay 님도 건강하시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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