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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소요유

잊어야 한다면

잊어야 한다면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지만, 죽는 날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죽는 날까지 먼저 간 자식을 잊지 못한다.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흐르는 피눈물을 어찌할 수 없다.

자식의 시신 수습이 유일한 희망이 된 부모들은 오늘도 하염없이 무심한 바다만 바라볼 뿐이다. 차라리 꿈이기를, 악몽이기를 수천 번 수만 번 기도했다. 목이 터져라 불러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한달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뿐이지만, 어떤 종교의 신도 응답하지 않았다. 깊고 깊은 슬픔은 그렇게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고, 먼저 간 아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자식을 잃은 그들을 위로하고 싶지만,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다. 그 아픔은 잊혀지지도, 나누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 옆을 지켜주는 것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닐까?

김광석의 노래를 요즘처럼 아프게 들은 적도 없다.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렇듯 소식조차 알 수 없지만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곤 했었던 그날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그렇듯 사랑했던 것만으로
그렇듯 아파해야 했던 것만으로
그 추억 속에서 침묵해야만 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날들

<김광석, 그날들>

Windows 8.1 애플리케이션 목록

Windows 8.1 애플리케이션 목록

Windows 7을 몇 년 사용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구글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였다. Windows는 적어도 1~2년에 한 번은 다시 설치해야 제대로 돌아가기에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작업에 들어갔다.

몇 달 전에 사놓은 SSD도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해 그냥 방치했었는데, 이번에 같이 설치했다. Windows 7을 버리고 Windows 8.1로 판갈이를 했다. 인터페이스가 조금 생소하기는 했지만, 부팅 속도는 마음에 들었다.

Windows 8.1에서 사용하는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정리해 본다.

  • Adobe Acrobat XI Pro
  • Adobe Photoshop CS6
  • Avast Free Antivirus 2014
  • CCleaner
  • EndNote X7.1
  • FileZilla
  • Google Chrome
  • Hancom Office Hangul 2014
  • Microsoft Excel 2013
  • Microsoft PowerPoint 2013
  • Microsoft Word 2013
  • Notepad++
  • PuTTY
  • VLC Media Player
  • WinRAR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

2014년 4월 16일, 300명 넘는 사람들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었다. 이것은 불가항력의 선박 사고가 아닌, 미필적 고의와 구역질나는 탐욕이 부른 학살에 가까운 인재였다. 죽은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 꽃도 피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부모들은 피를 토하며 울부짖었다. 참혹한 슬픔과 절망이 차라리 악몽이길 빌었다. 아이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어머니는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먼저 시신이라도 찾은 가족들을 보면 우리는 ‘축하한다’고 말하고 유가족들은 ‘미안하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사과할 시간 있으면 잠수부들 안마나 해달라”, 노컷뉴스>
시신 찾은 것을 축하해야 하는 현실, 이것을 견디어야 하는 가족들, 그 말을 전해들어야 하는 국민들, 이 모습은 악몽보다 지독한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2012년 12월, (비록 냉소적이었지만) 안녕하길 바랬는데, 그것은 그냥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슬픔은 늘 그렇듯 살아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았고,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은 기억 뒷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또다른 탐욕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을 것이고, 깨어있는 몇몇은 또다시 그들의 안녕을 기도할 것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지난 번 천안함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관계 당국은 각종 의혹에 대해 단 한 번도 명쾌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결정적 증거들은 공개되지 않거나 변조되었고, 관련자들의 증언은 엇갈리며, 말도 안 되는 변명만이 난무할 뿐이다.

김어준의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추론은 (비록 그가 소설이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데 해경의 변명보다 훨씬 근거 있고 타당해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종합해보면, 학생 250여명을 포함한 300명이 넘는 사람들은 충분히 구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희생되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월호 침몰은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고, 학살에 가까운 살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천안함 때의 희생자들은 군인들이었고, 유가족들을 금품으로 회유하였으며, 전가의 보도 북한산 파란 매직 1번 어뢰로 사건을 덮을 수 있었던 정부가 이번에는 어떤 상상력과 거짓말을 동원하여 이 사건을 무마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과연 꽃보다도 아름다웠던 그 학생들의 죽음을 돈으로 회유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북한산 어뢰 핑계도 댈 수 없는데 과연 색깔론이나 종북론으로 입막음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 세월호 사건을 덮을만한 더 큰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권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자들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아마 상상 그 이상이 될 것 같다.

어른들을 믿지 마라

어른들을 믿지 마라

아이들아. 너희들도 눈치챘겠지만, 되도록이면 이 땅의 어른들을 믿지 마라. 특히, 출세하고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자들을 믿지 마라. 그들 중 열에 아홉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족속들이다. 정치인을 믿지 말고, 재벌들을 믿지 말고, 언론과 기자들을 믿지 말고, 고위 관료들을 믿지 말고, 판검사들을 믿지 마라. 그들 대부분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며, 거짓말을 잘하고, 탐욕스럽고, 염치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너희들의 생명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다. 너희들의 삶과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침몰로 300명이 넘는 학생과 승객들이 물에 빠졌는데도 선장이란 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일 먼저 구조선에 올랐다. 정부와 해경도 너희들을 구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모두들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누굴 탓하겠느냐. 단 한 번도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이 빌어먹을 땅에,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린 이 비루한 땅에 태어난 것을 탓할 수 밖에. 비록 너희들이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 땅의 그 모든 무책임과 탐욕과 거짓의 찌꺼기들을 가장 약한 고리인 너희들이 짊어지게 되었다. 너희들의 죽음 앞에 많은 어른들이 짐짓 미안해하고 슬퍼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을 믿지 마라.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그들은 또다시 숨쉬기조차 힘든 죽음의 길로 너희들을 몰아넣을 것이다. 무한경쟁의 정글로 너희들을 인도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한 일이야”하며 썩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너희들의 삶이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돈, 명예, 권력만을 쫓는 부나비들이다. 그들이 너희들을 달콤한 말로 유혹할 때, 저 남해바다 속에서 스러져간 250여명의 너희 친구들을 기억해라.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들을 차디찬 바다 속에 남겨놓은 채, 혼자만 살겠다고 구조선을 맨먼저 탄 늙은 선장의 면상을 기억해라. 2014년 4월 16일, 너희들은 이 땅의 어른이라고 불리는 족속들의 민낯을 보았다. 그것이 그들의 본질이다. 잊지 마라. 그들은 또다시 너희들의 영혼에 상처를 줄 것이고, 협박과 공포로 너희들을 휘어잡으려 할 것이다. 잊지 마라. 그들은 탐욕의 좀비들이다. 아이들아. 너희들도 눈치챘겠지만,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너희들도 그들을 닮아갈 것이다. 이기심이 너희들을 쓰나미처럼 덮쳐올 때, 기억하라. 2014년 4월 16일을. 그리고 이 땅의 어른이라 불리는 족속들에게 조롱과 연민의 미소를 날려라. 세월호 참사로 먼저 간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이 여기보다는 더 따뜻하고 더 행복하고, 사랑과 정의가 젖과 꿀처럼 흐르는 곳이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백화난만

백화난만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올 무렵, 꽃들은 순서를 지키며 하나둘씩 피는데, 올해는 지난 주부터 시작된 때아닌 고온으로 모든 꽃들이 너도나도 서둘러 피어 버렸다.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 그리고 벚꽃을 3월의 끝자락에 동시에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야말로 천지에 꽃사태가 났고, 눈이 부시다. 말로만 듣던 백화난만(百花爛漫)이 바로 이런 것이던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돌아왔건만, 이 봄은 그리 길지 않을 듯하다.

나무들은 서둘러 꽃을 피우고 잎을 내어, 곧 다가올 여름을 맞이할 것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은 이제 한달 남짓 꽃으로 흔적만을 남긴다. 이제 푸르지만 무더운 여름이 올 것이고, 세월은 그렇게 흐를 것이다.

2014년 봄이 백화난만 속에서 속절없이 가고 있다.

다자이후 텐만구

다자이후 텐만구

다카오 선생을 만난 것도 선생과 같이 다자이후(大宰府)에 간 것도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삶이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선생은 큐슈국립박물관에 간다고 했었고,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었다. 안 갈 이유가 없었기에 선생을 따라 나섰고, 선생은 박물관을 보기 전에 텐만구(天満宮)에 들르자고 했다.

텐만구는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스와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를 기리는 유명한 신사이다. 텐만구 본전 앞에 토비우메(飛梅)는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데, 미치자네의 아름다운 시에 감응하여 교토에서 날아왔다 한다.

동풍이 불면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다오
매화여, 주인이 떠났다고 봄을 잊지 말고

東風ふかば におひおこせよ
梅の花 あるじなしとて 春な忘れそ

봄바람에 매화 향기가 천 년 넘은 녹나무 아래로 퍼지고, 마음 심 모양의 연못에는 금빛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복을 빌고 나오는 길에 우메가에모치(梅ケ枝餠)를 한 입 베어물고 있었다.

다자이후 텐만구에서 만난 봄은 매화 향기와 함께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다.

죽음에 관한 몇 가지 진실

죽음에 관한 몇 가지 진실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죽음에 대해 탐구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진실에 이르렀다.

  1.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다. 죽음은 삶의 부분이며, 삶의 완성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박사가 말했듯이 죽음의 경험은 출생의 경험과 같다.
  2. 죽음은 변화이다. 마치 누에가 고치를 벗고 나비가 되듯이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죽음은 새로운 형태의 삶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3. 현상만을 놓고 보았을 때, 죽음은 육체의 소멸이다. 사람들이 죽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하는 이유는 육신을 ‘나’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이 착각에서만 벗어난다면, 그 누구도 죽음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4. 죽음으로 잃어버리는 것은 육체뿐인데, 그 대신 우리는 더 높은 의식 상태로의 변화를 얻는다. 육체가 소멸되는 이유는 더 이상 육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나비도 고치를 벗어났다고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치가 더이상 필요없기 때문이다.
  5. 따라서 진정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삶에는 긍정적인 목적이 존재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선생님을 뵌 지 올해로 꼭 삼십 년이 됩니다. 삼십 년 전, 저는 풋풋한 소년이었고, 선생님은 혈기왕성한 청년이셨지요. 세월이 살과 같이 흘러, 그때 청년이던 선생님이 벌써 정년퇴임을 하십니다.

새로 생긴 학교에 배정되었을 때, 제 부모님은 걱정을 좀 하셨습니다. 집에서도 멀었고, 학교에는 중장비가 지나다니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그때 별 생각이 없었는데, 선생님이 담임을 맡으신 후,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했었습니다. 아마 선생님을 만나려고 그 학교에 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먼 길을 통학하던 것도, 선생님을 도와 반장으로서 학급을 운영했던 것도, 친구들과 같이 머리 맞대며 공부하던 일들도 모두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선생님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우리 반은 모든 분야에서 상을 받아, 교실 한쪽 벽에 상장이 수도 없이 걸렸었습니다. 정말 신나고 재미있던 시절이었고, 아마 그때가 제 소년 시절의 절정이었을 겁니다.

선생님과 같이 갔던 심천 미루나무 숲도 생각나고, 김태곤의 망부석을 멋들어지게 부르시던 모습도, 언젠가 카메라를 새로 사셨다고 우리들 사진을 찍어주시던 것도 생각납니다. 아직도 그때 사진이 제 앨범에 남아 있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남자답게 사나이답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늘 가르쳐주시고 보여주셨던 선생님. 선생님과 같이 했던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제가 없었겠지요. 자주 연락도 못 드리고,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청년의 모습으로 제 마음 속에 계십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생님!

이제 삼십 년이 넘게 교단에 계시다가 정년을 맞이하게 되셨네요. 정년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감개무량하고 시원섭섭하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정년으로 교단을 떠나시지만, 선생님께서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시겠지요. 저는 선생님의 원조 제자로 늘 선생님의 제 2의 인생을 응원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정년을 축하하며, 선생님의 진정한 여행을 위해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선물로 드립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선생님의 진정한 여행은 이제부터일 겁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디오스, 김연아

아디오스, 김연아

그는 차라리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였다. 따사로운 봄날의 한마리 노랑나비였다. 날개 대신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이 무엇인지를 펼쳐 보였다. 그의 연기는 한치의 모자람이나 넘침이 없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간결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가만이 그의 관심사였고, 그는 그렇게 얼음 위의 아름다운 전설이 되었다. 그의 연기는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그 어떤 점수로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가 얼음 위에서 보낸 시간과 노력이 과연 어떠했을까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제 얼음 위에서 그의 연기는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엇갈린다.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가 남겨 놓은 감동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이제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의 삶도 지금처럼 아름답기를 기도한다. 그로 인해 참 많이 행복했다. 고맙다.

아디오스, 김연아!

p.s.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김연아는 절정이었고, 은퇴를 앞둔 소치에서의 김연아는 절제와 원숙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밴쿠버 올림픽 당시의 김연아가 더 보기 좋다.